경인일보ㆍ경인발전연구원 공동기획
대표적인 교통시설인 도로는 교통량이나 교통사고, 교통질서, 대중교통의 편리성 등 교통정책 측면만을 떠올린다. 사실 도로를 포함한 교통시설은 사회간접자본시설로,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교통시설의 가장 큰 효용은 바로 주민이 이동하기 편한 교통 수단을 제공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도시의 접근성 향상으로 인한 파급효과다.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상상을 초월하며, 이를 통해 지역주민의 소비 형태가 전반적으로 바뀌는 등의 사회적 파급효과 또한 크다.물론 소비가 서울 등의 수도권으로 흡수, 지역경제가 위축되는 '빨대효과'와 같은 부정적인 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특정 지역에 인구가 집중하면 도로 등의 교통시설도 마련되고 투자효율·생활효율이 좋아지는 집적 이익(集積 利益)측면에서 분명 큰 효과과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제2차 중기교통시설투자계획에 따르면 교통시설의 국비투자 규모 중 교통부문별 투자 비율은 도로(57.4%)와 철도(24.4%)·항만(13.0%) 순이다. 또 도로는 투자재원과는 별도로 국비 비중도 가장 크다. 문제는 교통시설처럼 초기자본이 많이 드는 시설에 대한 투자 재원과 도로의 관리, 연결성이다.
국비를 활용하는 고속도로, 국도의 경우 재정에 구애받지 않고 도로를 건설할 수 있다. 반면 처음부터 존재했던 지방도는 고속도로·국도와 지방도의 연결성이 어렵다. 기존의 지방도가 있지만 새로운 국도를 건설하는 것은 지자체의 재정적·정치적인 한계를 고려할 때, 쉽지 않다. 국가로부터 보조를 받는다고 하더라도 지역여건상 어려움이 크다.
현실적으로 부족한 교통시설을 모두 설치하기는 곤란하다. 시민의 요구에 부응하는 교통시설, 주변 지역 시민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교통시설, 그리고 기존의 교통시설과 인근 행정구역 교통시설과의 연계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우리나라 도로는 그동안 급속히 발전했다. 사통팔달 뚫리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고, 강이 있으면 다리를 놓고 꾸불꾸불한 도로는 다림질을 해서 쭉쭉 편다. 이게 정말 국도가 맞나싶을 만큼 고속도로 같은 국도도 많다. 그런데 문제는 그런 길들이 대부분 자가용 중심으로 나 있다는 것이다.
교통시설의 가장 큰 효용은 바로 주민이 이동하기 편한 체계를 제공한다는데 있다. 도에서 서울로 단 한번이라도 이동한 사람들은 한결같이 불만을 토로한다. 수도권 주민들이 서울로 출퇴근할 때 가장 많이 이용하는 광역버스의 경우 출퇴근시간에 상상을 초월하는 교통전쟁을 치르고 있다. 문제는 단순히 이렇게 대중교통이 불편하다는 것에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도로와 같은 교통시설에 대한 명확한 현황 파악과 함께 실수요자 중심의 계획 부재와 지속가능한 교통정책 방향이 불명확하다는 것이다. 경기개발연구원 보고서에는 수도권의 광역시도간 통행은 지난해 1천만 통행으로 97년에 비해 약 2배 증가했다. 경기도-서울시간 광역버스는 1일 9천628회, 출근시간대 1천369회가 운행된다. 출근시간대 정원초과 운행률은 50% 상회, 수도권 주민들은 고속도로 교통사고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현실이다. 경기도-서울시간 광역철도의 경우에도 출근시간대 혼잡률은 최고 180%에서 최저 115%로 평균 150%를 상회하고 있다.
단순히 도로 위주의 교통체계가 문제가 아니라 지역여건에 맞는 도로, 대중교통 정책도 필요하다. 도로·교통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을 통해 도로, 대중교통, 친환경, 안전, 교통약자 등 지속가능발전을 토대로 한 새로운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종전의 공급 확대 위주의 정책에서 탈피, 지역여건에 맞는 도로정책, 대중교통 우선 정책이 필요하다. 교통수요 관리의 강화 등을 통해 수송체계의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
도는 31개 시·군으로 이뤄져 서로 다른 여건을 지니고 있다. 도는 크게 도시, 도농복합, 농어촌 등으로 다양한 특성이 있다. 특히 도시간 거리가 넓어 교통체계도 각 지자체가 처한 여건에 맞는 맞춤형 교통정책이 돼야 하고 이러한 맞춤형 교통정책은 체계적으로 연계돼 하나의 경기도 교통체계로 이어져야 한다.
※ 모범사례 1 : 이탈리아 피렌체와 전남 담양
"지역 특색살린 도로의 관광자원화"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 개발 성공적… 경기도의 개성 살려야
어떤 도시를 방문할 때 가장 먼저 접하는 것이 바로 교통시설이다. 어쩌면 이러한 이미지가 여행 전체를 좌우할만큼 큰 효과가 있으며 관광객을 유치하는 기반이 된다. 이탈리아 피렌체는 외곽도로 자체가 관광자원이다. 이곳은 지역 여건을 충분히 반영, 보존과 관리를 효율적으로 병행하고 있다.
국내에는 바로 전라남도 담양군의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이 인상적이다. 옛 24번 국도 바로 옆으로 새롭게 국도가 뚫리면서 이 길은 산책을 하거나 자전거를 탈 수 있는 도로가 됐다. 70년대 초반 전국적인 가로수 조성사업때 담양군이 3~4년생 메타세쿼이아 묘목을 심은 것이 현재의 울창한 가로수 터널 길이 됐다. 국도 24번 확대 포장공사 당시 사라질뻔 했던 것을 담양군민의 노력으로 지켜낸 결과, 현재 담양을 상징하는 장소가 되어 많은 관광객을 불러 모으고 있다.
경기도의 경우 지리적으로 좋은 환경에 있다. 시·군 경계에 지자체를 상징하는 나무 또는 꽃을 심는다면 경기도만의 특색있는 도로가 되고 처음 경기도를 찾는 사람들에게는 표지판의 기능과 동시에 각 시·군을 알릴 수 있는 광고판이 될 수 있다.
※ 모범사례 2 : 브라질 꾸리찌바
새도로 개설 대신 기존 교통공간 재분배… 이용 편의도 높은 대중교통 시스템 수정
프로야구·프로축구 등 프로스포츠에서는 성적이 나쁘거나 불미스러운 일이 있을 때는 여지없이 현장의 최고책임자인 감독을 해고, 분위기를 환기시킨다. 감독의 해고는 새로운 긴장감과 변화를 가져와 보편적으로 단기간에 큰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도시 또한 마찬가지다. 1천년의 고도인 경주처럼 도시 자체가 세월이 지나도 창조적인 문화재로 뒤덮인 곳이 있는가하면 분당·일산·평촌처럼 새로운 도시의 지형을 만든 사례도 있다. 경주든, 신도시든 어느 시점에서는 창조적인 전환적 요소가 필요하다. 단순히 모든 것을 엎고 새롭게 정책을 재정립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자원을 가지고 어떻게 활용, 최대의 효과를 누릴지에 대한 충분한 고민이 필요하다. 여기에서 창조적 전환은 바로 기초여건에서부터 시작된다.
브라질의 꾸리찌바는 이미 전세계적으로 성공한 도시 중의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이곳은 철저히 시민의 입장에서 기존의 여건과 자원을 적절하게 배분한 결과다. 돈이 많이 들고 단순한 외연적 확장이 아닌 시민이 살기 편하고 쾌적한 도시를 만드는데 도시의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꾸리찌바는 새로운 도로를 개설하는 대신에 기존의 도로공간을 재분배, 경쟁력과 이용 편의도가 높은 대중교통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수정했다.
단순히 도로의 면적만을 넓히는 것이 아니라 도로 여건에 맞는 정책을 통해 시민이 쾌적한 삶을 영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경기도가 꾸리찌바에 비해 어떠한 장점을 가지고 있을까. 경기도에는 꾸리찌바에는 없는 지하철이 있고 이를 기존의 도로, 대중교통체계와 다시 연계, 계획을 세워 정책을 펼쳐 나아간다면 분명 꾸리찌바에 못지않는 수요자 중심의 살기좋은 도시가 될 것이 틀림없다.
/글┃윤재준·전상천·조영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