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경인발전연구원 공동기획

도시와 물은 큰 연관성을 지니고 있다. 물은 인간의 생존에 필수적인 자원일 뿐만 아니라 도시에 있어서도 없어서는 안될 소중한 자원이다. 물은 인간이 생존하기에 필수적인 식수로서, 공장이나 농업에 쓰이는 산업용수로서 엄청난 존재감을 지닌다. 예를 들어 상하수도 시설이 확보되지 못해 아파트 승인이 늦어지거나 단수 또는 절수가 될 경우 도시에서의 삶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 또한 물은 지역의 활성화를 가져다주는 자산이기도 하다. 물을 이용해 지역의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는 이탈리아의 베네치아나 최근 2010년 세워진 후 불과 1년만에 싱가포르의 랜드마크가 된 마리나베이샌즈 호텔이 그 예인데, 57층 배모양의 옥상에 마치 도시가 물에 잠긴 것처럼 보이는 수영장과 전망대가 관광객들을 모으고 있는 사례가 모두 물을 이용한 사례이다. 베네치아는 기존의 환경을 활용하여 관광지로 변모한 반면에 싱가포르의 경우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관광객을 유인한 경우이다.


■ 두 얼굴을 가진 '물'=물은 활용도에 따라 긍정적인 측면과 쓰나미·홍수·테러 등과 같은 부정적인 면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태국은 지난 7월부터 계속되고 있는 홍수가 유·무형의 경제 손실이 6조원대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그 파장은 지금 더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분단의 현실속에서 물줄기가 북한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지형적 특성상 국가안보적 측면에서 수자원의 철저한 감시와 관리가 요구된다. 세계적인 물 전문가인 제롬 델리 프리스콜리(Jerome Delli Priscoli)박사는 "물 관련 사회기반시설 투자가 녹색성장의 필수조건이며 현재의 기후 변화가 향후 수자원 관리에 불확실성을 더하기 때문에 현재 시점에도 심도있는 처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렇게 소중한 수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감시하는 시스템이 이뤄져야 한다. 최근 수도권에 엄청난 비가 내려 광화문 일대가 침수되는 등 문제가 일어나자 비로소 정부·지자체가 빗물 고속터널, 지하물탱크 등의 대안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여건상 어떠한 대안이 최적인지에 대해 심각하게 논의가 되지는 않고 있다. 더욱이 경기도처럼 도시와 농촌이 공존하는 지역에서는 지역별·유형별로 물이용 패턴을 분석, 수자원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 보편적인 수자원 정책=물의 절약, 상하수도 시설의 신설·관리, 수해 방지 등이 보편적인 수자원 정책이다. 물의 절약과 수해 방지는 궁극적으로 상하수도 시설의 관리와 밀접한 관련성을 지니는데 '상하수도 시설을 어떻게 관리하고 대처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저류시설과 같이 갑작스럽게 많이 쏟아지는 빗물을 저장, 홍수를 예방하고 빗물을 저장, 활용하는 방안이 대두된다. 물론 기존 도시계획이 계획 재원, 기간의 문제가 있을 수 있겠지만 이미 지난 8월 국무총리실에 설치된 재난관리 민관합동 TF팀이 전국 대도시의 도심에 10만~20만t의 빗물을 저장할 수 있는 대형 물탱크를 설치하기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서울시는 최근 지하 7곳에 빗물 배수터널을 설치하는 공사를 발주했다. 이같은 움직임이 경기도에는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그리고 어떠한 대비를 해야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해 보아야 할 것이다.


■ '상수도 보급률=생활 환경의 질적 수준'=각 지자체의 재정 능력, 주거 환경, 주택 구조 등에 따라 상수도 보급률은 차이가 있다. 상수도 시설이 생활편익시설 중의 하나라는 점에서 지자체 생활 환경의 질적 수준을 평가할 수 있는 지표의 하나이다. 경기도는 2009년 기준으로 95.3%를 나타내고 있다. 시·군간 편차는 있지만 대체로 높은 상수도 보급률을 보이고 있다. 특히 도·농간 상수도 보급 불균형 해소를 위해 농어촌 지역에 대한 시설 투자에 집중한 결과, 면단위 지역의 보급률이 상대적으로 크게 증가한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그렇지만 선진국(미국 100%, 일본 97.8%) 에 비해 아직은 다소 낮은 수준이다.


■ 자원의 역발상, 집중 호우는 '생존자원'=2005년 1인당 연간 재생 가능한 수자원량 순위에서 전체 152개 국가 가운데 우리나라는 92위다. 여전히 우리나라는 물을 모으고 재사용하는 것에는 익숙하지 않은 나라로 평가되고 있다. 반면 같은 아시아 국가인 싱가포르(31위)·인도네시아(53위)·베트남(56위)·방글라데시(68위) 등은 빗물 재사용 부문에서는 모두 우리나라를 앞서고 있다.

보통 빗물은 자연스럽게 토지에 스며드는 것이 재해를 막고 저장하는데 가장 적절한 방법이나 콘크리트로 막힌 우리나라 도시에서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비가 오면 땅 속으로 스며들어 지하수가 되는 양보다 급격히 하수구를 통해 강으로 빠져 나가는 물의 양이 더 많다. 일부 남아있는 강우가 바로 드는 햇볕에 기화돼 비가 오면 온도가 1~2도 내려 시원해지는 것이 아니라 이슬 사우나에 들어가 있는 것처럼 습도가 높아지는 한증막같은 더위가 이어지는 것이다.

지금의 하수도는 과거 온대 계절풍 기후에서 장마때 오는 빗물 처리 기준으로 배수량을 계산해서 설치했다. 지금의 기후처럼 강수량이 일시적으로 많아진다면, 현재의 치수시설로는 더이상 감당해내지 못하는 사태에 이른다. 다행스럽게도 환경부가 지난 4월 하수도 분야의 환경 변화와 발전된 기술을 시설설계에 반영, 하수도의 품질을 더욱 향상시키기 위해 2005년 이후 6년만에 하수도시설 기준을 개정했다. 기후 변화로 빈발하고 있는 집중 호우로 침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하수관거의 계획확률연수를 기존 5~10년에서 10~30년으로 강화하고, 빗물펌프장의 계획확률연수도 30~50년으로 신설했다. 예를 들어 10년의 계획확률변수란 10년에 한번 올만한 큰비를 대비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개정된 기준에 의하면 최대 30년에 한번 올만한 큰 비를 대비했기에 어느 정도 기준은 정해졌다고 볼 수 있다.


■ 경기도의 하수도는?=현재 경기도 하수도 보급률은 2009년 기준 90%에 육박하고 있고, 구리시·수원시·성남시·부천시같은 지방자치단체들은 이미 거의 100%에 육박하고 있다. 단순히 하수관거의 용량을 키우는 등 하수관로 확충과 같은 사후미봉책은 이제 지양해야 하며, 앞으로 닥쳐올 기후 변화 및 폭우에 영향을 주는 요인을 면밀히 조사, 지속 가능하고 예측 가능한 시스템을 설계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사후미봉책으로 더많은 예산을 소요하고 공사에 따른 불편이 생길 것이다.

일단 기준은 정해졌지만 경기도내 모든 하수관거를 교체하기는 쉽지 않다.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다. 특히 10년, 30년 이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기후 변화의 흐름에 따른 기온 변화를 예측,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최근 기후 현상은 동남아형 아열대성 기후가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므로 한국형 기후 변화에 따른 새로운 기준의 정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글┃윤재준·전상천·조영달기자

/자문┃강현철 경인발전연구원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