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4차례 연재를 통해 국내 프로축구 시·도민 구단의 탄생과 활약상에 대해서 살펴봤다.
최근 발생한 승부조작 사건에 시·도민 구단 선수들이 다수 포함돼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열악한 한국 프로스포츠 시장에서 시·도민 구단들이 지역 축구팬들을 위해 힘겹게 뿌리를 내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 시·도민 구단들의 든든한 지원군으로 서포터스들이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점도 눈에 띄었다.
한국 시·도민 구단들은 열악한 재정난을 타개하기 위해 다양한 마케팅 사업을 진행하고, 우수 선수 발굴을 통한 프랜차이즈 스타 육성에도 분주하다.
하지만 아직까지 한국형 시·도민 구단이라고 콕 집어서 말할 수 있는 구단은 없다.
이에 프로축구단들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유럽축구팀의 성공 사례와 아시아 지역에서 성공적으로 흑자 운영을 하고 있는 구단을 중심으로 한국형 시·도민 구단들이 지역에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알아보고자 한다. 그 첫 번째 방문 구단으로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라는 중소 도시에서 1887년 창단해 맹활약하고 있는 기성용과 차두리의 셀틱FC를 찾았다.
한국 축구팬들에게 셀틱FC는 국가대표 미드필더 기성용과 수비수 차두리의 소속팀으로 알려져 있다. 유럽 프로축구를 즐겨보는 축구팬들에겐 낯설지 않지만 그렇지 않은 팬은 잘 모를 수도 있다.
그러나 셀틱FC가 1887년 창단한 이후 스코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현재까지 활약하고 있는 팀이라면 그 오랜 역사에 모두가 깜짝 놀랄 것이다. 오랜 역사뿐 아니라 셀틱FC는 프리미어리그의 다른 팀이 쉽게 넘보지 못할 수많은 우승 경험을 갖고 있는 명문 구단이다.
셀틱FC는 스코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통산 42회 우승을 차지한 강팀이며, 스코틀랜드 컵 우승트로피를 35회나 들어 올리기도 했다. 또 스코틀랜드 리그컵 14회 우승, 유러피언컵·UFEA 챔피언스리그 우승 1회, 준우승 1회를 달성한 스코틀랜드를 대표하는 인기 구단이다.
굳이 셀틱FC를 첫 번째 벤치마킹 모델로 삼은 것은 한국 출신 선수가 활약하고 있고 전통 깊은 구단 때문일 수도 있지만, 글래스고라는 지역의 인구가 50만여명인 중소 도시라는 점이 더욱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한국의 시·도민 구단들 대부분이 광역 연고지를 주무대로 활동하고 있지만 실제 구단들이 사용하는 축구장은 소규모 도시로 100만명 전·후라 비교할 가치가 있다.
한국 프로스포츠 환경에선 상상하기 힘들지만 글래스고에는 셀틱FC만 있는 게 아니다. 라이벌 팀인 레인저스FC도 있다.
1873년에 창단한 레인저스FC도 스코틀랜드 프리미어리그 54회 우승에 29회 준우승이라는 화려한 성적을 낸 인기 구단이다.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두 구단 중 셀틱FC는 아일랜드 가톨릭 신자들이 주 팬층이고, 북아일랜드인들과 개신교 신자들은 레인저스FC를 응원한다. 정치적인 이유와 종교적인 이유가 맞물려 두 팀의 경기는 지역 최대 더비 경기로 평가받고 있으며 올드펌 더비(The Old Firm Derby)라고 불린다.
/김종화기자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역신문발전기금(공동기획취재)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