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미국/100분/스릴러
감독 : 니콜라스 윈딩 레픈
주연 : 라이언 고슬링, 캐리 멀리건
개봉일 : 2011.11.17. 목. 청소년 관람불가
별점 : ★★★★★★☆(6.5/8개 만점)

'생경하지만 리얼한 폭력의 이미지가 당신을 엄습한다'.

'드라이브'는 할리우드 액션 영화로는 이례적인 칸의 선택을 받으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웰메이드 액션 스릴러다. 라스 폰 트리에의 뒤를 이어 세계에서 주목 받는 덴마크 출신 감독인 니콜라스 윈딩 레픈은 '드라이브'로 2011년 칸 국제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하며 전세계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젊은 거장의 반열에 올랐다. 이미 전작 '푸셔' 3부작, '발할라 라이징' 등에서 독창적인 세계를 선보여 스릴러의 귀재로 찬사를 받은 그는 특유의 스릴러적 감성과 정서를 할리우드의 기술력으로 표현했다.

'드라이브'는 운전만을 삶의 의미로 두고 조용히 살아가던 한 남자가 비극적 사건에 휘말려 사투를 벌이면서 자신의 숨겨져 있던 냉혹한 본성과 마주하는 내용의 영화다. 낮에는 스턴트맨, 밤에는 범죄집단의 도주를 돕는 등 운전으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는 천부적 감각의 드라이버. 오직 운전만을 삶의 의미로 두고 조용히 살아왔지만 갑작스레 이웃집 여자 아이린이 마음에 들어오면서 냉정한 폭력의 한복판에 뛰어들게 된다.

정작 영화 속에서 보여지는 직접적인 폭력의 순간은 길지 않다. 그러나 절도있는 영상을 표현하는 시각적 효과와 긴장감 넘치는 사운드가 결합해 관객은 어느새 두려움이 극대화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한 손에 망치를 든 채 무표정한 얼굴로 허공을 응시하는 주인공 라이언 고슬링의 표정 속에는 영화 전반에 흐르는 폭력의 긴장감이 그대로 녹아있다. 특히 이 영화의 화려한 특수효과와 약간은 오버스런 동작으로 대변되는 기존 액션의 관습을 여지없이 깨뜨린다. 지금까지 보아오던 낯익은 액션이 아니라는 점에서 다소 생소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의 정서에 동화된 관객은 오히려 상상력을 증폭시키는 절제된 화면 구성 등을 통해 상실과 배신에 대한 현실의 냉정함에 정면으로 맞닥뜨리게 된다.

그리고 영화 속 로맨스도 일반적인 틀에서 벗어나 있어 더욱 애틋하게 다가온다. 상대를 위해 모든 것을 감수하려는 순애보적 사랑은 바보스럽다는 느낌까지 주지만 현실에서는 보기 힘든 캐릭터라는 점에서 더욱 매력적으로 작용한다.

여기에 복고풍의 일레트로닉과 몽환적인 음악, 감성적인 클래식이 어우러진 매혹적인 사운드, 거기에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방점을 찍어주는 연출은 한시도 영화에서 눈을 떼기 힘들게 만든다. 마지막까지 이어지는 강렬한 인상은 긴 여운으로 마음에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