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양에서 아름다운 명승지를 표현할 때 '무릉도원'(武陵桃源)이라고 부르곤 한다. 무릉도원의 한자 뜻을 풀어보면 복숭아꽃 피는 아름다운 곳이란 뜻이다. 중국 동진(東晉) 때의 시인 도잠(자는 淵明)의 '도화원기(桃花源記)'에서 유래되어 쓰는 단어다. 중국에서 유래한 말이지만 옛 선인들도 아름다운 곳을 지칭할 때 '무릉'이라는 단어를 붙여서 부르곤 했는데 그중 하나가 강원도 동해시에 위치한 무릉계곡이다. 두타선과 청옥산에서 흘러내린 물줄기가 계곡을 이룬 무릉계곡은 두 산의 험한 지세와 기암절벽이 어우러진 풍광이 아름다운 곳으로도 꼽힌다.
■ 무릉계곡으로 향하는 시골길
일반적으로 무릉계곡이라고 하면 두타산 입구 주차장부터 시작해 용추폭포까지를 생각한다. 동해 사람들은 이곳 무릉계곡을 '용오름 길'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현지 사람들에 의하면 계곡 곁에 있는 삼화사 창건 당시 약사삼불 삼형제가 서역에서 이곳으로 용을 타고 왔다는 전설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두타산 정상에서 발원한 물줄기는 용오름 길을 따라 북동 방향으로 흘러내려 동해시의 전천으로 유입되어 동해로 흐른다. 무릉계곡의 하류는 삼화역 부근 쌍용양회 공장 곁의 계곡이기 때문에 이곳부터 시작해야 제대로 거닐었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여행은 바로 이곳부터 시작했다. 동해시에서 시내버스로 삼화역까지 이동한 후 계곡 곁을 따라 거닐었다. 첫 발을 내디딘 후 20여분 정도까지는 평지 길을 걸을 수 있어 편안한 느낌이었지만 이내 언덕길로 들어선다. 갑자기 나타난 언덕으로 인해 힘든 느낌도 들지만 시멘트를 만들기 위해 산을 깎은 모습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눈길을 가까운 곳으로 옮기니 시골집 담장 안에 까치밥으로 남겨둔 붉게 물든 감이 들어왔다. 그리고 그 곁에 가을걷이를 마친 밭이 정겹게 느껴졌다. 발길을 옮기는 길 가까이에는 재잘거리며 흐르는 계곡이 여행객의 마음을 편안하게 했다.

■ 시인 묵객이 즐겨찾던 무릉계곡
계곡을 곁에 두고 2시간가량 거닐었을 때 비로소 무릉계곡 초입을 알리는 주차장에 도착했다.
무릉계곡 초입도 여느 명승지와 마찬가지로 음식점이 줄을 이어 들어서 있었고 여행객들로 붐볐다. 입장권을 구입한 후 계곡을 따라 낙엽을 밟으며 5분 정도 들어가자 무릉반석이 나타났다.
무릉반석에는 옛 선인들이 이곳의 아름다운 풍광을 글씨로 새겨 놓은 암각서가 남아 있다. 암각서에는 도교 신선사상을 이야기하는 '무릉선원(武陵仙源)', 불교 또는 유교사상을 의미하는 '중대천석(中臺泉石)', 불교사상을 나타내는 '두타동천(頭陀洞天)'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무릉반석 곁에는 삼척 출신의 최인희 시인이 1950년 4월 '문예'지에 발표한 낙조라는 시가 새겨져 있는 시비가 있다.

낙조(최인희)
소복이 산마루에는 햇빛만 솟아오른 듯이
솔들의 푸른빛이 잠자고 있다
골을 따라 산길을 더듬어 오르면
나와 더불어 벗할 친구 없고
묵중이 서서 세월 지키는 느티나무랑
운무도 서렸다 녹아진 바위의 아래위로
은은히 흔들며
새어오는 범종소리
백암이 씻겨가는 시낼랑 뒤로 흘려보내고
고개 넘어 낡은 단청
산문은 트였는데
천년 묵은 기왓장도
푸르른채 어둡나니
무릉반석을 지나면 월정사의 말사인 삼화사에 도착하게 된다. 삼화사는 신라시대 자장이 흑련대라는 절을 지은 것에서 시작됐다고 알려져 있다.
삼화사를 지나고 나면 한적한 오솔길이 나타나고 그 길의 끝에는 시원한 물줄기를 자랑하는 쌍폭포와 용추폭포가 여행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 동해 까막바위 대게골목
무릉계곡 여행을 마치고 동해 묵호항으로 발길을 옮겼다. 동해까지 와서 산만 보고 가는 게 아쉽게 다가와 바다를 보기 위해서였다. 이런 생각이 들어 묵호항까지 버스를 타고 이동한 후 소원 비는 바위로 알려져 있는 '까막바위'까지 거닐며 바다를 보기로 했다.
묵호에서 시작해 까막바위까지 거닐며 예전에 보지 못했던 풍경을 보고 눈이 동그래졌다. 영덕의 특산품으로만 알고 있던 대게를 파는 곳이 많았기 때문이다. 까막바위에 도착했을 때 동해에서도 대게 깐풍기로 유명한 '돼지대게(033-534-3722)'라는 음식점을 찾았다. '돼지대게'는 2~3인용 대게 깐풍기(사진), 대게찜, 대게탕으로 구성되어 있는 코스 요리로 유명하다.
'돼지대게' 신여원 사장은 "삼척 다음으로 대게가 많이 잡히는 곳이 동해지만 사람들에게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며 "동해지역에서 대게는 새롭게 떠오르는 먹거리"라고 자랑했다.
/김종화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