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인기(64) 성남문화재단 신임 대표. 그는 안성기의 형이다. 잘 나가던 방송국 PD출신으로 한국관광공사 이사, 예원대 문화영상 창업대학원장까지 지낸 그의 경력은 그다지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그저 '안성기의 형'이란 사실이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최근 의외의 상황이 벌어졌다. 1년여동안 그의 성남문화재단 대표 선임에 반대했던 성남시의회가 전격 임명에 동의했기 때문이다. 그것도 28대 2라는 압도적 표차로 말이다.

취임 당일 안 대표는 스스로를 칭해 "성남시가 보배를 얻었다"는 출사표를 던지기도 했다. 취임한지 갓 한달여 기간이지만 안 대표의 행보는 거침이 없다. '천원 클래식'에 '만원 연극', '저예산 게릴라 콘서트'가 줄을 이었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독립영화식' 문화공연들이다.

# 취임후 행보가 남다르다.

"나를 보배라고 표현한 건 자리 욕심없이 일만 할 사람이라는 뜻이다. 일을 해야겠는데 사무실에 앉아있기만 하면 뭐하나. 대표는 얼굴 마담이 아니라 영업사원, 홍보요원이어야 한다."

# 대표로 겪어 본 문화재단의 문제는 무엇인가.

"문화·예술 업무를 하는 곳이 흡사 관료 조직처럼 경직돼 있다. 관료화된 인사 시스템 때문에 일을 잘해도 상이 없고 못해도 징벌이 없다. 가장 창의적으로 일해야 할 조직이 가장 수동적이라니 말이 되나."

# 인사 문제는 예민한 부분인데.

"과거 탄천페스티벌 총감독을 맡아 달라고 해서 와보니, 이미 프로그램 구성과 출연진 섭외, 예산 배정까지 모두 끝난 뒤였다. 사람 동원해 억지로 시간 때우고 돈 버리는 행사 일색이더라. 적어도 전문 분야만큼은 전문가가 맡아서 해야 한다. 다행히 이사장(이재명 시장)은 문화·예술, 복지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많은 분이다."

# 문화재단이 어떻게 달라지나.

"경제가 어려우면 몸이 피곤하지만, 문화·예술이 궁핍하면 마음이 상처를 받는다. 찾아가는 문화 서비스로 '시민이 행복한 성남'에 한 부분을 맡겠다."

'안성기의 형'에 대한 느낌을 묻자 그는 "형이 동생을 존경한다는데야 어쩔텐가"라며 유쾌하게 웃었다. '빨빨거리고' 뛰어다니는 것만큼은 동생보다 낫다고도 했다. 시원시원하다.

성남/배상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