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현대미술계에는 세계의 주목을 받는 yBa(young British artists)가 있다. 1980년대 말 이후 나타난 이들은 개념, 소재, 주제 등 모든 면에서 파격적이고 실험적이며 그 표현방법도 강한 흡인력을 가진 자유분방함을 무기로 현대미술의 주역으로 각광받고 있다. 전통적인 회화나 조각을 배제하고 스펙터클한 형태의 새로운 개념 미술을 선보이는 이들의 등장과 더불어 유럽이 전후 미국에 내준 현대미술의 주도권을 영국에서 되찾아 왔다고 평가받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현존하는 현대미술작가 중 가장 비싼 작품을 만들어내는 작가 데미안 허스트가 있다. 현대미술계의 비틀즈로 불리는 그는 영국 현대미술을 세계 중심부로 이끈 전설적 존재다. 이들 젊은 영국 아티스트 그룹인 yBa는 현재 진행중이다.
물론 이런 영국 아티스트들이 각광을 받게 된 배경에는 철저한 영국의 예술지원정책이 있다. 예술가들을 뒷받침하는 정책 중 최근 눈에 띄는게 'Own Art'(오운 아트·예술을 소유하다) 정책이다. 이는 미술품도 생산하고 누군가 사지 않는다면 작가들이 어떻게 생계를 유지하겠느냐는 취지에 맞춰 영국 문화부가 제정하고 영국예술협회가 실시하고 있는 미술품 구입 장려정책이다. 지난 2004년부터 운영중인 이 정책은 무이자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그림, 사진, 조각 등 순수예술부터 가구 같은 공예품까지 예술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여기에 21세기 들어 뜨거운 현대 미술의 핵심으로 떠오른 곳이 있다. 바로 중국이다. 중국은 스타작가를 집중 육성하는 정책을 통해 현 중국 미술계의 '4대 천왕'으로 불리는 웨민쥔(岳敏君), 장샤오강(張曉剛), 팡리쥔(方力鈞), 왕광이(王廣義)를 만들어냈다. 그들의 작품은 세계 경매시장에서 각각 수십억원대에 낙찰됐고 중국 현대미술작품 가격은 지난 2005년을 기준으로 무려 6년만에 980% 상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엔 '소더비와 크리스티조차 중국 미술작품으로 먹고 산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현대 미술계를 좌지우지하고 있다.
실제 지난 2008년 '가장 많은 작품이 거래된 작가 톱 8'에 중국 작가가 4명이나 이름을 올려 눈길을 끌었다. 이런 것도 예술가들을 키워내기 위한 중국 정부의 지원정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현재 베이징의 유명한 798 예술구는 중국의 초고가 미술시장을 대변한다. 1950년대 소련의 재정원조로 건설된 공장지대였던 798은 중국 예술가들이 넓은 공장부지를 예술공간으로 활용하기 시작, 자연 발생적으로 생긴 창작촌이었다.
# 백남준, 이제는 브랜드다
우리는 이미 백남준이라는 세계적인 브랜드가 있다. 세계 경매시장에서 가끔 백남준의 작품이 중국 작가에 비해 훨씬 못미치는 대접을 받는다는 불평이 언론을 통해 종종 들린다. 하지만 그때 뿐으로 백남준에 대한 관심은 금세 잊혀진다. 우리는 백남준이란 예술가가 한국 출신이라는 데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그 브랜드를 우리 것으로 인식하는 데에 그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미 영국, 미국 등 현대 미술의 중심이라 자부하는 국가들의 백남준에 대한 큰 관심을 지적한 바 있다.
그렇지만 낙망하기엔 이르다. 크리스티, 소더비와 함께 3대 예술품경매회사로 불리는 봄햄스의 유럽총괄 콜린 시프는 한국미술에 대해 이렇게 진단했다. "아직 영국에는 한국 미술에 대한 수요가 많지 않아요. 하지만 꾸준히 홍보하다보면 언젠가 시장이 생길 겁니다. 보통 사람이 시장을 따라간다고 생각하지만, 결국 시장도 사람이 만드는 거니까요."
/글┃이준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