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재단의 도움으로 지난 10월 10일부터 지난달 20일까지 자신의 친정집인 태국 수코타이에 다녀온 K(35·여)씨는 7년 만에 만난 어머니를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다. 한국에 있는 내내 어머니 병세가 심해져 '곧 돌아가실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가족들을 통해 전해들었지만, 생계조차 해결하기 힘든 상황이라 그동안 발만 동동 굴러 온 그녀였다. 7년 만에 다시 돌아간 고향은 많이 변해 있었다. 태국을 휩쓴 홍수로 근처 시장은 모두 물에 잠겼고, 많은 이웃들이 생활 터전을 잃고 어려움에 빠져 있었다. 다행히 K씨의 가족들은 지난 5월 새로 집을 장만해 수해를 피했다. K씨와 그녀의 딸은 친정 가족들의 따뜻한 품에서 꿈 같은 40여일의 휴가를 만끽하고 돌아왔다.
3살 무렵 아버지를 잃은 정모(17)군은 어머니와 형제 2명까지 네 식구가 단칸방에서 살면서 그동안 휴가 한 번 가보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여름은 달랐다. 어린이재단의 도움으로 난생 처음 가족 모두가 제부도로 여행을 다녀왔다. 정군과 형제들은 갯벌에 들어가 흙투성이가 되어 놀기도 하고, 등대전망대에서 아름다운 경치를 구경하며 회를 마음껏 먹기도 했다. 정군은 "가족들과 놀다보니 웃음이 절로 나고 이런 게 행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처음엔 집에서 컴퓨터게임 하는 게 더 낫겠다 싶었지만 그렇지 않았다"고 환하게 웃었다.
어린이재단과 경인일보, 후원단체 등의 도움으로 올해 5곳의 다문화 가정이 고국방문의 기회를 가졌고, 한부모 가정 18곳은 여름휴가를 다녀왔다. 이들은 모두 "평생 잊지 못할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5년 만에 고향에 다녀온 일본인 S(42·여)씨는 "온 가족이 한복을 입고 친정 어머니한테 큰절을 할 수 있었다"면서 "온천과 동물원 등을 온 가족이 함께 다녔던 기억은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어머니 없이 아버지, 남동생과 살고 있는 채모(16)양은 "휴가 동안 꽉 막힌 도로에서 하루를 보냈지만 우리가족이 함께 한다는 이유만으로 행복했다"면서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이 너무 빨리 가서 아쉬울 정도였다"고 말했다.
어린이재단 담당자는 "여행을 다녀온 가족들이 삶의 큰 의미를 찾은 것 같아 기쁘다"면서 "후원자들의 지원이 잇따라 내년에는 더 많은 가족이 여행을 다녀올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김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