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도 없이 불어오는 얼음장 같은 새벽바람이 살을 에인다.

옷이며 모자로 덮지 못한 코끝과 볼이 얼어붙는 듯하다. 어스름한 달빛은 짙은 숲속의 산행길을 밝혀주지 못한다.

작은 랜턴과 길을 따라 푸르스름한 빛을 내뿜으며 걸려있는 손가락 만한 발광막대들만이 정상으로 가는 길을 어렵게 비춰 줄 뿐이다. 새벽의 산행은 숨이 더 찬다. 몸이 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산 아래 광장에서 한바탕 체조를 하기는 했지만, 낮에 오를 때보다 훨씬 더 빨리 숨이 턱에 찬다. 하지만 이런 꼭두새벽 산행을 감수하고 새해 첫날 멀리 건너편 산마루의 어둠을 밀어내고 불끈 솟아오르는 해를 기어이 봐야겠다는 사람들이 좁은 산길을 가득 채우고 있다.

어두워 얼굴이 보이지는 않지만 모두들 뭔가 간절한 희망과 소망을 안고 눈을 빛내며 올라가고 있는 게다.

줄지어 오르는 사람들의 거친 숨소리가 사방을 채운다.

힘을 내자, 이제 곧 정상이다. 어느새 두꺼운 방한복 안으로 땀이 송골송골 맺히면서 묘한 상쾌함이 느껴진다. 벌써 동쪽 하늘에는 푸르스름한 빛이 번진다.

산을 오르는 사람들이 더 발길을 재촉한다. 어느새 도착한 정상은 사람들의 바다다. 커다란 바위 위에는 사람들의 숲이 생겼다.

모두들 동쪽을 바라보며 섰다. 모두의 얼굴에 황금색이 물들기 시작한다. 동쪽 하늘에 오렌지색 빛이 가로로 퍼진다. 밝아지는 것은 순간이다.

해가 뿌연 구름 위로 둥실 떠오르는 것도 한눈을 팔면 놓칠 만큼 순간이다. 눈이 부신다. 가슴이 두근거린다. 누군가 "이야~" 하고 소리를 지른다.

그러자 너나 할 것 없이 목청껏 소리를 외친다. 온 산이 떠나간다. 사람들의 외침을 들은 듯 눈부신 빛이 반짝이며 산 위에 쏟아진다. 그렇다. 축복이다. 새해 아침의 일출과 광명은 희망과 소망을 알아들었다는 신(神)의 화답이다.

새해 아침, 경기·인천지역 주요 해맞이 명산들에서는 해맞이 축제가 열린다. 비교적 산행이 쉽고 동쪽으로 탁 트인 전망이 있는 산이 인기있는 해맞이 산이다.

출발지에 모여 한 줄로 꼬불꼬불 산길을 올라가 함께 해맞이를 한다.

해돋이를 본 후에는 각종 공연과 이벤트, 떡국 나눔이 기다린다.

행주산성 정상서 '새해 소망 고유제'

■ 고양 덕양산(행주산성) : 사적 제56호로 지정된 행주산성을 에워싼 덕양산은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는 해발 125m의 산이다. 하지만 덕양산 정상에서 한강을 바라보며 맞는 일출은 일대 장관을 이룬다. 특히 다른 산의 꼭대기와 달리 널찍하게 잘 꾸며진 행주산성 정상에서 농악을 울리며 새해 첫 해돋이를 축하하고, 새해 소망 고유제를 지내고, 각종 이벤트를 즐기는 재미도 남다르다. 고양시는 새해 1일 오전 6시부터 8시30분까지 덕양산 정상에서 해맞이 대축제를 한다. 산성을 오르기 전 주차장에서는 최성 시장과 시민들이 커다란 모닥불을 피워 몸을 녹인다. 이어 다함께 행주산성 정상에 올라서는 새해소망 고유제, 고양시민 영상메시지, 신년덕담, 고양시립합창단 합창 등 다양한 행사가 펼쳐진다. 그리고 마지막 피날레는 2천12개의 풍선을 날리며 떠오르는 해를 보며 새해 다짐과 소원을 비는 행사로 장식된다.

양주·의정부시·서울 도봉산 '한눈에'

■ 양주 불곡산 : 불곡산은 해발 468m의 비교적 밋밋하고 규모가 작은 산이다. 하지만 아기자기 길게 이어지는 산길을 따라 올라가는 산행의 묘미를 한껏 즐길 수 있는 산이기도 하다. 의정부에서 시내버스로 10분 거리로 새벽길을 멀리 달릴 필요가 없어서 좋다. 하지만 대표적인 산행 코스인 백화암에서 정상으로 가는 길이 험한 편이어서 노약자나 아이들은 해맞이 장소로 좀 어렵다. 정상 부근의 암벽지대를 조심해서 올라 정상에 도착하면, 사방이 탁 트여 양주시와 의정부시, 서울 도봉산과 천보산, 감악산을 한눈에 볼 수 있다. 해돋이와 함께 뛰어난 전망을 감상하는 재미가 남다르다. 새해맞이 행사는 민주평통 양주시협의회가 준비했다. 오전 6시 양주시청 잔디광장에서 출발. 암릉이 많아 자칫 일어날지 모르는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등산로 곳곳에 전문산악요원과 안전요원을 배치하고 참가자들에게 야광봉과 야광 밴드를 배부할 계획이다. 하산 후 양주시청 식당에서 1천명분의 떡국과 따뜻한 음료를 나눠준다.

▲ 가평 호명산에 인공적으로 조성된 호명호수에서 본 일출 모습.

'호명산 인공호수' 백두산 천지 보는듯

■ 가평 호명호수 : 해발 535m의 호명산 정상에 인공적으로 조성된 호명호수는 '하늘과 맞닿은 호수'라고 불린다. 백두산 천지를 연상케 하는 장관에 연중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가평 8경 중 한 곳이다. 특히 호수 바로 인근까지 차량으로 이동할 수 있어 산행의 부담 없이 해맞이를 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호수에서 조금만 더 올라 정상 산마루에서 일출을 바라보는 재미도 남다르지만, 드넓은 호수를 배경으로 떠오르는 붉은 해를 바라보는 광경은 다른 곳에서 맛볼 수 없는 독특한 경험이다. 산 위로 떠오르는 해가 호수마저 붉게 물들이면 흔히 볼 수 없는 장관을 연출한다. 해맞이 행사는 가평군새마을회가 주최한다. 해맞이 행사는 소망풍선날리기와 소망카드달기 등으로 진행되며, 떡국도 제공한다.

군포8경중 1경인 태을봉 해맞이 인기

■ 군포 수리산 : 수리산은 경기도의 세 번째 도립공원으로 지정될 만큼 자연환경과 경관이 뛰어난 산이다. 주봉인 태을봉(489m)을 중심으로 남서쪽으로 슬기봉, 북쪽으로 관모봉, 북서쪽으로 수앙봉이 자리해 있다. 태을봉 정상에서는 동쪽으로 탁 트인 전망이 시원스러워서 새해 해맞이에 적격이다. 새해맞이 행사는 오전 6시 태을초등학교 운동장에 모여 약 1시간20분간의 산행으로 태을봉을 올라가는 것으로 진행된다. 태을봉은 군포 8경 가운데 제1경으로, 지조와 청렴을 자랑하듯 하늘을 향해 곧고 품위 있게 솟아 도시를 굽어보고 있다. 해맞이 행사는 바르게살기운동 군포시협의회가 준비했다. 참가자 중 선착순 2천명에게는 기념품이 제공되며, 하산 후 태을초교에서 떡국(2천명분)과 막걸리도 즐길 수 있다.

아기자기한 암릉·절벽 조화 일출 명소

■ 의왕 모락산 : 모락산은 의왕시가 지난 2003년부터 해맞이 행사를 열어 산상 일출의 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올해도 모락산 정상(385m)의 모락산성(백제산성 터) 인근에서 새해맞이 행사가 펼쳐진다. 당일 오전 6시께 고천체육공원, 오전동 LG아파트 약수터, 계원디자인예술대학 후문 주차장, 모락산 약수터, 청계 능안마을 입구 등 5개 노선의 해맞이 등산로에서 출발해 오르면 모락산 정상에서 해돋이를 감상할 수 있다. 모락산은 산 전체가 바위로 되어 있으며, 특히 북쪽 사면은 절벽으로 절경을 이룬다. 정상 남서쪽 능선은 아기자기한 암릉을 이루고 있다. 주능선 전망대에 올라서면 서쪽으로 의왕시와 안양시가 넓게 펼쳐지고 그 너머로 수리산과 관악산이 솟아있는 모습이 장관이다. 올해 해맞이 행사는 (사)한국미술협회 의왕시지부가 시민 화합의 장으로 마련했다. 1천500여명의 시민과 함께 새해 함성과 새해 소망기원 등으로 진행된다.

단군왕검 전설 얽힌 '강화도의 명산'

■ 강화 마리산 : 마리산은 백두산, 묘향산 등과 함께 단군왕검의 전설이 얽힌 강화도의 명산이다. 해발 472.1m로 북으로 백두산과 남으로 한라산의 정중앙에 위치해 있다. 산 정상에는 단군성조께서 우리민족의 번영을 기원하던 제단인 참성단이 있다. 제단을 쌓을 만큼 하늘이 가깝게 느껴지고 영기가 충만한 산이어서 새해의 복을 기원하는 의미가 더욱 크게 느껴진다. 이런 이유로 매년 새해 아침에 마리산에서 맞이하는 해맞이 객이 늘고 있다. 해맞이 산행은 관리사무소에서 정상까지 약 1시간20분 정도 소요된다. 능선에 다다르면 서해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며 여명의 장관을 볼 수 있다. 등산로는 세 갈래로 주등산로는 참성로(계단있는 길), 단군로(계단이 없는 길), 함허동천 야영장 입구인 함허동천로가 있다. 여유있게 오르면서도 일출을 볼 수 있는 길은 함허동천로다.

드넓은 서해·인천대교 위용 '고스란히'

■ 영종도 '스카이72 하늘코스' : 일출 명소로 새롭게 떠오른 곳이다. 하늘코스는 독특한 지형 탓에 서해에서 일출일몰을 모두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영종도 섬의 동쪽 가장 높은 언덕에 자리하고 있어 드넓은 서해바다 사이로 해가 뜨고 지는 모습을 모두 볼 수 있다. 특히 서울에서 40분 거리에 있는 데다, 세계에서 7번째로 긴 인천대교의 위용을 함께 조망할 수 있어 새해 첫날이면 해맞이 관람객의 발길이 몰리고 있다. 올해는 스카이72 골프클럽측이 아예 하늘코스에서 '스카이72 2012 해맞이 축제'(일출 예정시간 오전 7시47분)를 개최한다. 해맞이 축제는 오전 7시부터 하늘코스 클럽하우스와 주차장, 18번홀 인근에서 열릴 예정이며, 방문객들에게 복조리와 가래떡, 따뜻한 수프 등을 무료로 제공한다. 또 느리게 가는 엽서 이벤트, 새해 소망 보드, 가수 정민의 통기타 공연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도 운영될 예정이다. 단, 스카이72 골프클럽 홈페이지(www.sky72.com)를 통해 선착순 500명만 참가할 수 있다.

▲ 인천 팔미도의 새해 해맞이 모습.

2009년 일반 공개… '등대섬'으로 유명

■ 팔미도 : '등대섬'으로 유명한 중구 팔미도도 인천의 해맞이 명소로 통한다. 팔미도는 1903년 6월 전국 최초로 불을 밝힌 등대가 있는 곳으로, 지난 106년간 군 작전지역 등을 이유로 민간입 출입이 통제됐다가 2009년 1월 일반에 공개됐다. 새해 첫날 연안부두에서 오전 6시에 출발하는 유람선을 타면 50분 만에 팔미도에 도착할 수 있다. 유람선 문의는 현대마린개발(032-885-0001), 현대해양레저(032-882-5555).

/김신태·박상일·목동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