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의 관심은 오는 15일 치러지는 민주통합당의 전당대회에 쏠려 있다.
민주당은 이날 전대에서 당 대표를 비롯해 6명의 최고위원을 선출한다.
누가 당 대표 등 지도부로 선출되는 지에 따라 민주당에 앞서 통합을 이룬 통합진보당 등 타 야당과의 '대통합' 작업의 추이나 총선의 승패가 달려있어 민주당의 전대는 야권 전체의 '초미의 관심사'다.
지난달 26일 예비경선을 통해 추려진 본선 후보는 한명숙·이학영·이인영·이강래·박용진·박영선·문성근·박지원·김부겸 등 9명이다.
이번 예비경선에서는 민주당과 시민통합당 인사들이 골고루 당선되면서 비교적 공평한 결과가 도출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명숙·박지원·이강래·김부겸·박영선·이인영 후보 등 6명은 민주당 출신, 문성근·이학영·박용진 등 3명은 시민통합당 출신이다.
또 한명숙·문성근 후보는 '친노', 김부겸·박영선·이인영 후보는 '친손학규', 박지원·이강래 후보는 '호남', 이학영·박용진 후보는 '시민사회단체' 등으로 세력별 배분도 적절하게 이뤄졌다.
하지만 이들 중 세 명은 탈락의 고배를 마셔야 한다.
현재까지는 한명숙·문성근·박지원 후보의 우세가 예상된다.
한 후보의 경우 친노그룹의 지지는 물론 민주당 내 인사들의 폭넓은 지지도 받고 있다. 때문에 막 통합작업을 끝낸 민주당을 이끌어 갈 당 대표에 적임이라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하지만 뇌물수수 혐의가 한 후보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있다. 1심에서는 무죄판결을 받았지만 항소심이 진행중이기 때문이다. 또 한 후보의 온화한 성격도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과 건곤일척의 승부를 벌이기에는 한 후보가 당 대표로서 카리스마를 발휘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론도 존재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 9명의 후보 중 가장 앞서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지만 이같은 분위기를 전대까지 끌고 갈 수 있을지 관심이다.
문 후보는 친노그룹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시민통합당 대의원들이 적극적으로 밀어주고 있는데다 18만명에 달하는 '국민의명령' 회원들도 문 후보를 지지하고 있어 전대에서의 약진이 예상된다. 특히 '국민의명령' 대표로 활동하면서 통합작업에 상당한 기여를 했고, 배우 출신으로 당 안팎의 인지도가 높은 것도 강점으로 꼽힌다. 또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김정길 전 행정자치부 장관과 함께 부산 출마를 선언하면서 '지역구도 타파'의 선봉장으로 나선 것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박 후보는 당초 한 후보와 함께 유력한 당권주자로 꼽혔다. 하지만 통합 과정에서 박 후보 등 독자전대파가 '밀실 합의'라며 강하게 반발하면서 통합에 마찰음을 일으켰다. 민주당은 시민통합당과 지도부 선출을 위한 선거인단을 '대의원 30%, 당원·시민 70%'로 구성하기로 합의했지만 박 후보를 중심으로 한 독자전대파가 선(先) 당내합의를 강조하면서 반대 입장을 밝히고 나섰기 때문이다.
독자전대파인 박주선 전 최고위원은 "민주당과 비민주당 세력이 법상 당헌상 지속력있는 합의가 만들어지기 전에는 새 정당 설립이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지난달 11일 통합을 위한 전당대회에서 '통합반대'측 토론자로 나선 것은 패착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박영선 후보는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대중적 인지도를 높였다. 또 대표 경선 출마 직전까지 당 정책위의장을 수행하며 정책 콘텐츠를 갖고 있는 것도 강점이다. '정봉주 구출'을 요구하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커질수록 박 후보의 경쟁력도 점차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학영 후보는 'YMCA의 대부'로 통한다. '시민 정치'가 정치권의 주요 화두로 떠오른 만큼 이 후보의 상징성은 크다. 컷오프 결과는 이러한 전망이 틀리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시민사회세력이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어 컷오프에 이어 본선에서도 대 파란을 일으킬 지 기대된다.
'젊은 정치'를 기치로 내걸고 있는 이인영 후보는 486세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젊은 대표가 출현하면 야당이 바뀌고 야당이 바뀌어야 대한민국이 바뀐다"는 그는 '젊은 정치인'의 이미지가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야권통합 과정에서 실무협상을 담당하며 성공적인 통합을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호남의 지지를 받고 있는 이강래 후보는 2009년 민주당 원내대표직을 수행하면서 대여투쟁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원내대표 사퇴 이후 눈에 띄는 정치적 행보가 없어 존재감을 잃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부겸 후보는 손학규 상임고문의 최측근이다. 특히 민주당의 불모지인 대구광역시 출마를 선언한 뒤 전당대회의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김 후보는 최근 대구 출마를 선언하면서 "지역주의의 벽을 넘기 위해 민주당의 불모지이자 제 고향인 대구로 내려가 민주당의 미래를 개척하겠다.
민주당도 양적 통합을 넘어 가치·세대·정당정치의 혁신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 후보가 경기도 군포 지역구도를 버리면서 '지역구도 타파'를 제시한 것이 전대에서 주효할 지 기대되는 부분이다.
이번 예비경선에서 최대의 이변은 박용진 후보의 예비경선 통과다.
박 후보는 타 후보에 비해 대중적 인지도는 낮지만 '새로운 정당, 새로운 인물'이라는 슬로건으로 호소하고 있다. 박 후보가 예비경선 연설에서 "진보정치 세력과 연대하고 통합하겠다는 민주통합당이 박용진이라는 진보적 카드를 버린다면 누가 그 말을 믿겠나"라고 말한 것이 예비경선을 넘어 본선에서도 얼마나 통용될 지 주목된다.
/이호승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