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올림픽과 월드컵, 아시안게임 등 굵직한 국제 스포츠 이벤트들로 채워졌던 2010년에 비해 2011년 한국 스포츠계는 다소 조용했다.
하지만 인천시민들에게 2011년은 각별하게 기억됐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의 본격적인 준비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6만1천석 규모의 인천 서구 주경기장이 지난 6월 착공했다. 주경기장 착공에 앞서 문학수영장과 계양경기장(배드민턴·양궁·공수도), 남동경기장(체조·럭비), 십정경기장(테니스·스쿼시), 송림경기장(배구)의 신축 공사도 연이어 시작됐다.
또한 강화경기장(태권도·우슈·사이클)은 7월, 선학경기장(유도·레슬링·하키)은 9월에 착공했다. 경기장 시설과 별개로 2014 아시아경기대회를 스포츠와 정보기술(IT), 문화·예술·학술을 융합한 세계적인 스포츠대회로 격상시키기 위한 작업도 병행되고 있다.
2014인천아시안게임조직위원회(이하 인천조직위)는 지난 11월부터 모바일 홈페이지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으며, 역대 최초로 무선정보인식장치(RFID) 등 첨단기술을 활용한 운영기법을 선보이기로 하는 등 경기장과 대회 기반 체계가 자리잡아가고 있다.
대회 개막 D-1천일(2011년 12월 24일) 즈음해서는 김영수 2014 인천아시안게임 신임 조직위원장이 취임(12월 20일)했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이하 인천조직위)는 D-1천일이 토요일인 관계로 하루 앞당긴 지난해 12월23일 송도컨벤시아에서 'D-1천1일 인천 아시안게임 성공다짐대회'를 개최하며 시민의 관심을 이끌어냈다.
김영수 신임 조직위원장은 취임사에서 "고향에서 열리게 된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 좀 더 차별화된 콘텐츠를 적용시켜 40억 아시아인들이 진정으로 감동을 느낄 수 있는 대회를 만들어가겠다"고 다짐했다.
숨 가쁘게 달려온 2011년을 발판 삼아 새해에는 김 위원장의 다짐을 온 시민과 함께 실행하는 일만 남았다.
12월 20일 인천 조직위는 대회 개·폐회식 기본방향과 콘텐츠 구상에 대한 전문가 세미나를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국제회의장에서 개최했다.
전문적인 학식과 현장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를 초빙해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와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 자리였다. 주최측은 논의된 주요 내용은 향후 개·폐회식의 아이디어 기초자료로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미나에서 발제를 맡은 류정아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위원은 '2014 인천AG 기본방향 제시와 개폐획식 콘셉트 및 콘텐츠 구상전략'에서 "소통과 화합을 통해 아시아의 교류를 보다 적극적으로 증진시키는 것이어야 하며, 남북 간 평화 공존에 기여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개최 국가의 국력 과시가 아닌 소외국가에 대한 배려와 포옹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것.
이에 따라 류 위원은 "개막식에서는 인천의 역사·문화적 사실을 현재·미래의 상황과 연결시켜 창조적으로 표현해서 아시아인들의 하나 됨을 표현해아 한다"고 했으며, "폐막식의 제작방향은 서해 연안에 위치한 최첨단 항만도시라는 문화이미지에 걸맞게 진취성과 국제적 개방성을 갖춘 문화·관광도시의 문화적 이미지를 부각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 위원에 이어 김형수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와 김찬형 제일기획 전무, 김창수 인천발전연구원 연구위원은 각각 '미디어 퍼포먼스 시스템 구축'과 '도시브랜딩을 위한 개폐회식 방향성', '인천의 역사·문화 접목한 개폐회식 프로그램'에 대해 주제 발표를 했다.
주제 발표자들의 공통된 견해는 남을 흉내내는 것이 아닌 인천만의 준비가 대회를 성공으로 이끄는 열쇠라는 것이었다.
■스포츠 균형발전 정책 '비전 2014 프로그램'
성공적인 대회로 이끌 수많은 요소들 중 현재 진행중인 '비전 2014 프로그램'은 인천만의 확실한 무기이다.
인천시는 지금까지 아시안게임이 한·중·일을 비롯해 몇몇 스포츠 강국이 메달을 독식하며 스포츠 약소국에 소외감을 안겨주었다는 판단아래 2014 아시안게임의 유치 공약으로 아시아 스포츠의 균형있는 발전을 위한 프로그램을 제안했다.
2014 아시안게임 개최지로 확정된 후 OCA와 인천시는 2007년 11월 '비전 2014 프로그램'을 설립, 운영하고 있다. 2014년까지 8년간 2천만달러의 사업비가 투입된다.
주요 사업은 ▲아시아 청소년 스포츠 유망주 초청 훈련 ▲아시아 스포츠 저개발국에 대한 코치 파견, 스포츠 시설 및 장비 지원 ▲OCA 사업 및 행사 지원 ▲지역 아시안게임 개최시 재정 지원 등이다.
'비전 2014 프로그램'에 힘 입어 몽골의 장애인 양궁 국가대표인 바뜨라가 2008년 베이징 패럴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바뜨라 이후 '비전 2014 프로그램'의 결실들이 이어지고 있다.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부탄의 복싱영웅으로 떠오른 씨키툽은 대회 8강에 오르는 쾌거를 이뤘다. 인천시는 부탄에 복싱지도자를 파견, 씨키툽의 훈련을 지원했다.
2011년에는 부탄의 태권도 선수단이 서남아시아대회에서 은,동메달을 따냈다.
특히 16년만의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한 몽골 양궁 소식은 그 중 백미다.
지난해 11월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공식 홈페이지의 소식란에 따르면 '비전 2014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은 몽골의 남녀 양궁선수인 간퉁구스와 울란퉁갈락이 2012 런던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했다.
몽골이 양궁에서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한 것은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이후로, 무려 16년만의 경사다.
소식란에는 이같은 성과가 날 수 있도록 훈련 환경과 지원을 아끼지 않은 인천시에 감사한다는 내용의 몽골측 멘트도 담겼다.
인천시는 OCA와 함께 비전2014 프로그램을 더욱 짜임새 있게 운영해 아시아 스포츠 약소국의 경기력 향상은 물론 스포츠 선진도시 인천의 이미지 심기에도 최선을 다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남은 기간 동안 더욱 힘을 쏟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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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에서 개최되는 아시안게임을 남의 잔치로 만들지 않기 위해 인천시체육회는 '2014 우수 선수 발굴 육성 프로젝트'(이하 프로젝트)를 가동중이다.
인천 선수들의 참가는 시민들의 참여와 응원을 이끌어내 대회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시체육회는 2009년 인천아시안게임때까지 26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40~60명씩 모두 300명(지도자 포함)을 선발해 육성 지원비를 지급하고 관리하는 등의 세부 계획을 세웠다.
프로젝트의 선수 선발 대상은 인천아시안게임 종목이면서 대회때 최고의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연령대의 선수이다. 2011년 선수 선발은 지난 4월 대상자 추천의뢰를 받아서 6월 가천대 체육과학연구소에서 체력측정 평가를 거쳐 지난 9월 1일 선수와 지도자 등 51명을 선발했다.
육상 여호수아(인천시청), 수영 서연정(인천시청), 핸드볼 유은희(인천시체육회) 등 17개 종목의 현역 국가대표 30명을 비롯해 양궁 성우경(인천대), 사이클 조선영(인천체고) 등 기대주 20명이다. 지도자로는 육상의 정회덕 (간석여중)감독이 선발됐다.
시체육회는 프로젝트의 가동으로 우수한 선수들을 육성하고 비인기 종목과 지역 소외 종목의 저변 확대·활성화 등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2014 인천아시안게임
―기간: 9월 19일∼10월 4일(16일간)
―경기 종목: 36개 종목(올림픽 종목 28개, 비올림픽 종목 8개)
―참가 규모: 45개국 선수와 임원 1만3천여명, 미디어 관계자 7천여명
―슬로건: '평화의 숨결, 아시아의 미래'(Diversity Shines Here)
―엠블럼: Asia의 이니셜 'A'를 사람으로 형상화한 뒤 아시아인들이 서로 손잡고 비상하는 날개를 상징. '영원한 전진'의 의미를 담고 있다.
―마스코트: 인천시 백령도에 서식하는 천연기념물 물범 삼남매. 첫째 비추온(Vichuon)은 세상에 희망의 빛을 비추는 빛의 전령사. 둘째 바라메(Barame)는 전세계에 인천 이야기를 전해주는 바람의 캐릭터. 막내 여동생 추므로(Chumuro)는 축제의 흥겨움을 돋우는 환희의 전령사.
■경기장 건설과 사후 활용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선 36개 종목이 49개 경기장에서 펼쳐진다.
경기장들은 크게 신설 경기장과 인천내 기존 경기장들, 인천밖(인근) 경기장들로 나눠진다.
신설 경기장 위주로 인천아시안게임 경기장들을 살펴보면 40억 아시아인의 시선이 집중될 대회 주경기장은 2014년 4월 준공 예정이다. 인천시 서구 연희동에 설립될 주경기장은 5층 규모로 보조경기장과 부대시설이 함께 들어선다. 총사업비는 4천900억원이 소요되며, 6만1천석 규모로 개·폐회식과 육상 경기가 치러진다. 시는 대회를 치른 뒤에 주경기장 활용을 위해 예식장이나 골프연습장 등 최소한의 수익시설만 만들고 주변에 농구장과 족구장, 테니스장, 케이트볼장, 인라인스케이트장 등 다양한 생활체육시설을 마련해 생활체육 활성화와 도시균형 발전을 꾀한다는 계획이다.
문학월드컵경기장 인근에 총사업비 408억원을 들여 지하 1층 지상 3층에 3천석 규모로 건설될 문학수영장은 대회가 끝난 뒤 워터 및 키즈 테마파크로 활용된다.
시에서는 최근들어 '아시안게임 대회후 효율적인 경기장 활용 방안 연구용역'을 추진하고 있다. 신설 경기장의 운영비 산정 등 경영수지를 분석하고, 공공성을 확보하는 선에서 수익을 낼 수 있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인천시시설관리공단이나 인천시체육회에 위탁해 운영하는 방안을 비롯해 가칭 '인천시 체육시설관리사업소'를 신설해 운영하는 방안 등을 연구할 계획이다.
참고로 서울시와 부산시의 경우 180명 이상 규모의 '체육시설관리사업소'를 설치해 서울올림픽과 부산아시안게임때 사용한 경기장 시설을 직영으로 관리·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시설 경기장의 효과적인 수익 사업이 무엇인지에 대한 대안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시선을 해외로 돌려볼 수 있다. 올해 올림픽을 개최하는 런던에서 하나의 방안이 찾아진다.
지난해초 영국 언론에서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웨스트햄 유나이티드가 토트넘 핫스퍼를 물리치고 2012 런던올림픽 주경기장 쟁탈전의 최종 승자가 됐다고 보도했다.
당시 웨스트햄과 토트넘은 주경기장 사용권을 갖고 있는 올림픽공원시설관리회사(OPLC)에 사용권을 얻기 위한 제안서를 제출했고, OPLC는 4억9천600만파운드(약 8천90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금액을 제시한 웨스트햄을 선택했다.
3억파운드(5천400억원)를 제시한 토트넘은 미국계 엔터테인먼트 업체인 AEG의 후원 아래 종합경기장인 올림픽주경기장을 대거 해체해 축구전용구장으로 만들 계획이었지만 비난에 부딪힌 끝에 웨스트햄과의 경쟁에서 패했다.
1904년부터 업튼 파크를 홈경기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웨스트햄은 올림픽 이후 사용할 올림픽 주경기장의 육상 트랙을 유지하면서 여러 스포츠 행사의 개최도 약속했다. 관람석은 6만석 규모로 축소하기로 했다.
또한 런던시는 상징성을 갖고 있는 올림픽 주경기장의 사용권을 막대한 금액에 팔아 악화된 재정을 보충하는데 사용할 계획이라고 현지 언론은 밝혔다.
이 관계자는 "얼마전 서울시 방이동에 국내 첫 핸드볼 경기장인 'SK올림픽핸드볼경기장'이 문을 열었는데, 국내에 핸드볼말고도 전용 경기장을 필요로 하는 종목들이나 단체들이 몇몇 더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이같이 인천에 새로 지어지는 경기장(체육관) 중 몇 곳을 관련 단체에 매각할 수 있다면 시는 자금을 확보하고, 경기장은 운영 주체를 만나게 되기 때문에 서로 윈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영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