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제2의 베니스'를 꿈꾸는 인천에게 !

"1786년 9월 3일, 새벽 3시. 칼스바트(체코)에서 몰래 빠져나왔다."

나는 '이탈리아 기행'을 이 문장으로 시작했다. 사를로테와 헤르더를 깊이 사랑했지만 문학적 욕구 불만을 해소할 방법을 찾지 못한 시절이었다. 결국 나는 도망치듯 홀로 여행을 떠났고 베니스를 만났다.

세상 모든 물물교환이 가능한 베니스. 각국의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 빠르고 복잡한 상업화 속에서도 도시나 자연 어느 것 하나 망가지지 않고 조화를 이룬 공간. 매력 넘치는 '물의 도시' 베니스와 난 사랑에 빠졌다. 그리고 200년을 훌쩍 넘긴 2012년 오늘, 나는 인천에서 제2의 베니스를 꿈꾼다.

'워터프론트'. 도시와 자연, 사람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미래 도시 발전의 새로운 패러다임. 그 시작의 여정이 인천이어서 더욱 반갑기만 하다.

나는 인천이 워터프론트와 깊은 인연이 있음을 알고 있다. 개항 이후 수도권 최초의 워터프론트인 '월미도'가 생긴 뒤 100년간 깊은 잠에 빠졌던 워터프론트가 인천에서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바다를 끼고 살면서도 산업화의 거센 바람으로, 냉전의 벽으로 인해 가까이 가지도 못하고 멀리서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인천사람들. 내가 베니스와 얼굴을 맞대고 교감하며 가슴 터질 듯한 쿵쾅거림을 느꼈던 것과는 달리 자연과 격리된 삶. 눈물마저 핑 돈다.

희미하지만 강렬한 희망의 불빛이 다가온다. 꺼져가던 워터프론트의 불씨가 송도국제도시에서 생겨나고 있다. 이 소중한 송도의 불씨가 청라, 영종으로, 구도심으로 확산되는 날이 보고싶다. 다시 태어나기 위해 산고의 고통을 겪고 있는 인천항 내항, 바다와 사람을 이어줄 인천국제여객터미널이 산뜻한 모습으로 다가올 날이 기다려진다.

경제성과 환경 문제로 지루한 논란끝에 태어난 경인아라뱃길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싸늘하기만 하다. 한강과 서해를 잇는 길이 18㎞의 물길을 따라 인천에 또 하나의 워터프론트가 다가오고 있어 한층 기대감이 높아진다. 해돋이를 본다며 수많은 관광객들이 정동진으로 발길을 옮길 때마다 늘 부러운 눈길로 바라만 봤던 인천. 이제 그에 못지않은 낙조의 명소, 정서진에서 손님을 맞이할 준비에 여념이 없다.

워터프론트란 거대 물결에 합류한 인천하천살리기도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 구도심을 중심으로 진행된 자연형 하천살리기는 인천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 시민들과 소통하며 가장 낮은 곳에서부터 변화를 이끌 것이라 믿는다. 쓰레기와 악취로 사람과 멀어지고, 콘크리트에 묻혀 썩은 물만 삼키고 살았던 하천이 새 옷을 입고 다시 태어났다. 이제는 사람과 함께 숨을 쉬며 사랑을 받는 워터프론트의 중심이 되고 있다.

솔직해지자. 지금까지 우리는 바다를 메워 땅을 만들 때만 그곳에 관심을 뒀다.

6세기경 몽골족의 공격을 피해 본래 습지대였던 베니스로 넘어온 이탈리아인들이 흙을 부어 간척을 시작한 것처럼, 인천도 사람의 생활터전과 산업공간을 만들어내기 위해 매립을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인천의 매립은 막바지에 접어들었고, 사람들은 도시 정체성을 찾기 위해 몸부림 치기 시작한다.

워터프론트는 이 순간 마법처럼 등장해 강렬한 메시지를 던져 그대와 나를 자극하고 있다. 독자성과 독창성으로 탄탄하게 뭉쳐져 오랜 세월 유지될 '물의 도시' 인천의 탄생을 상상하게 만들고 있다.

나는 인천과 그대에게 묻고 싶다. 과연 어떤 도시가 되기를 꿈꾸는지. 사람이 북적이는 관광도시인가. 개발 논리에 찌든 마음을 위로해 줄 휴식의 도시인가. 꿈 속의 도시가 현실에서 완성되길 바라는가. 모든 것은 그대에게 달렸다.

우리는 사람의 이기심에 상처 받은 자연과 도시에 '어울림'을 제안할 차례다. 무분별한 개발과 군사용 철책으로 혹은 둑으로 사람과 바다를 갈라놨던 환경을 이제는 바꾸고 싶다. 사람이 찾아오는 도시가 되게 하고 싶다. 인천은 누구에게나 열린 '물의 도시'가 되길 갈망한다. 스페인 빌바오, 프랑스 그랑모뜨가 그러했듯 사람이 모여드는 도시는 활력을 얻고, 피폐한 죽음의 문턱에서도 되짚어 나올 수 있다. 그것이 워터프론트의 힘이다.

각박한 삶과 치열한 경쟁에 지친 우리에게 늘 엄마 품처럼 포근한 자연을, 물을 되돌려 줄 때다. 바다, 강과 항상 가까이 있길 바라는 사람들의 희망에 꽃을 피울 시점이다. 지난 20년 동안 개발 논리에 얽매여 이리저리 휘둘린 인천에게 휴식을 안겨줘야 한다.

기회는 코앞으로 다가왔다. 마침내 인천의 차례다. 바다, 하천과 어깨동무한 지리적 장점을 살려 사람과 물이 허물없이 소통하는 도시로 거듭난다면 인천은 분명 워터프론트의 '성공' 사례가 될 것이다.

세계를 평정할 '물의 도시' 인천, 행운을 빈다 !

/박석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