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항만공사가 인천 남항 아암물류2단지 서측 전면해상에 조성 예정인 국제여객부두와 터미널배후부지 개념도. 이 곳에는 크루즈선박 1척과 카페리선박 7척이 동시 접안할 수 있는 부두시설과 터미널건물 등이 들어서며 2014년 부분개장을 목표로 하고있다. /인천항만공사 제공
인천항에서도 워터프론트를 수용하려는 변화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그동안 굳게 닫힌 항만의 문이 서서히 열리고 있다.

남항에 들어설 국제여객터미널과 인천항 내항의 재개발의 경우에서 그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그동안 인천이 가진 훌륭한 워터프론트 자원은 항만이라는 보안시설과 해안경계 작전을 위한 초소 등 군사시설과 철책선 등에 가로 막혀 일반인의 접근을 허락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인천의 바다를 시민에게 돌려 주기위한 모습들이 나타나고 있다.

■ 인간과 바다를 연결하는 '오션스퀘어' 인천항 국제여객터미널

사람과 바다를 이어주는 여객터미널은 워터프론트의 개념을 훨씬 초월한 공간이다. 단순히 바다 언저리에 머무르는 장소에 그치지 않고 여객터미널은 보다 적극적으로 바다 한가운데로 사람을 끌어들이는 공간이다.

뭍에서 바다로 향하려는 사람들과 바다에서 뭍을 찾는 사람 사이에서 여객터미널은 둘을 연결하는 접점이 된다.

2011년 말 인천항은 한·중 카페리가 운항을 개시한 지 21년 만에 '국제여객 100만명 시대'를 열었다.

국제여객 100만 시대를 맞아 남항에 통합 국제여객터미널을 준비중인 인천항에 거는 기대감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지역사회가 한목소리로 국제여객터미널 건설의 정부 지원을 촉구하는 이유는 이 같은 중요성을 인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인천항의 카페리와 크루즈 승객 등 국제여객을 위한 인프라는 낙제점 수준에 가깝다.

인천항의 여객터미널은 1·2터미널로 이원화돼 이용객의 혼란과 불편만을 가중시키고 있다. 입국장의 경우에는 보따리상과 일반 여행객이 뒤엉켜 빠져나오는데 몇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성수기 여행객이 조금이라도 몰리면 비좁은 출국장은 대기시간 동안 앉아 쉴 의자조차 제대로 없는 실정이다.

크루즈 관광객들은 해마다 늘어나고 있지만 임시방편으로 대처하기에 급급한 게 인천항의 현주소다. 인천항에 입항하는 크루즈선은 터미널이 아닌 인천항 1부두, 잡화부두에 접안해야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인천항엔 외국 항만과 달리 크루즈 전용 부두가 마련되어 있지 않아서다. 크루즈선이 인천항에 입항하면 승객들은 평소 화물선이 접안하는 부두를 통해 첫발을 내딛게 된다. 이내 각종 화물들 사이로 빠져나가야 한다. 크루즈 전용 출입국 관련 시설이 없다 보니 기항지에서 크루즈 승객의 황금 같은 시간을 빼앗기 일쑤다. 이 곳에선 사람과 바다와 소통을 맺기 위한 배려는 눈을 씻고 찾아 볼 수가 없다.

이 같은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 인천항은 여객터미널을 준비하며 새로운 미래를 꿈꾸고 있다. 인천항만공사(IPA)는 아암물류2단지 해상 전면에 카페리부두 7선석과 크루즈부두 1선석, 필요한 터미널시설 건설을 준비중이다. 당장은 2014년 아시안게임 개막에 맞춰 크루즈시설의 부분 개장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IPA는 인천항 국제여객터미널을 인간과 바다를 연결하는 '오션스퀘어'로 탄생시키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갖고 있다.

바다와 육지가 만나는 이 광장에서 쇼핑과 관광, 해양 레저 활동과 휴식이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사람'이 주인인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내륙에서 바다를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바다에서 육지를 바라볼 수 있는 해양관광 문화단지를 꿈꾸고 있다. 국제여객터미널은 명실상부한 바다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준비되고 있다. 이미 공사가 진행중인 여객부두의 계단식 방파호안은 그 자체로 시민들을 위한 수변시설의 역할을 하기에 이미 충분하다. 이를 활용해 부두시설의 일부는 마리나를 조성해 해양·레저관광단지로 조성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IPA는 고민중이다.

인천항 국제여객터미널이 제 기능을 다하기 위해서는 제반 준비도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IPA는 새 터미널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도로와 지하철 등 광역 교통체계 확충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토해양부가 추진중인 제2외곽순환도로의 안산~인천 구간을 연결해 수도권의 광범위한 연결이 가능해야 이용객 유인이 가능하다. 인천지하철 1호선의 연장 또한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 인천항 내항, 시민의 품으로

2007년 10월 '인천내항살리기 대책위원회' 이름의 단체가 지역주민 7만2천여명의 서명을 받아 노후한 인천항 내항 재개발을 국회에 요구하고 나섰다. 내항이 구도심과 인접해 있고 교통과 환경문제를 야기한다는 이유에서였다.

내항의 바다를 시민에게 돌려 달라는 목소리는 그렇게 시작돼 아직 진행중이다.

인천항 내항은 인천항 갑문을 기준으로 본다면 갑문 안쪽에 해당하는 항만 구역이다.

내항의 8개 부두에는 총 48척의 선박이 동시에 접안할 수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컨테이너 부두(4부두)가 있고 자동차(5부두), 양곡(7부두), 일반 잡화(1·2·3·6·8부두) 등 다양한 화물을 취급하고 있다. 1883년 개항 이후 인천항의 발전과 성장은 내항과 맞물렸다. 내항의 성장은 곧 인천항의 성장이나 다름없었다.

내항이 지금과 같은 모습을 갖춘 시점은 1974년 9m에 달하는 조수간만의 차를 극복하기 위해 '갑문'이 설치된 이후다.

이 갑문 덕에 인천 내항은 파도가 없고 일정한 수심을 유지할 수 있어 자동차와 정밀기기 등의 하역에 최적의 항만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태풍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인천을 비롯한 주변 선박들의 대피 장소로 사용되기도 한다.

바다를 곁에 두고자 하는 인천시민의 갈망에 따라 인천항 내항도 지역민을 위한 친수공간으로의 변화를 모색 중이다.

국토해양부는 최근 항만재개발기본계획 수정계획에 인천항 내항 1·8부두를 중심으로 하는 재개발에 대한 밑그림을 담았다. 내항을 시민들과 함께 만나는 워터프론트로 변모시킬 계획으로, 인천의 구도심 특성과 연계해 다양하고 유기적인 공간 구성을 기본 방향으로 잡았다. 또 구도심을 대표하는 연안 친수공간으로 조성될 것을 감안해 용도별로 부지 배치계획을 세우고 인근의 기존 상권과 충돌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갖고 계획을 수립했다. 내항 1·8부두의 재개발은 크게 해양문화관광지구와 공공시설지구로 나뉜다.

해양문화관광지구에는 근린생활시설을 비롯한 유통·판매시설, 문화·집회시설, 업무시설과 광장과 녹지 기능 시설이 투입된다. 이 곳은 구도심 활성화에 기여해야 하고 인천의 '바다관문'이라는 상징성도 담아내며 다양한 상업 문화 활동을 담을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진다.

공공시설지구의 핵심은 워터프론트 기능의 수변공원이다.

국토부는 1·8부두 중앙에 광장개념의 오픈스페이스를 조성해 상징성을 부여하고 워터프론트의 기능을 강화하는 것으로 방향을 세웠다. 또 수변공원축을 주 보행축으로 인근의 차이나타운, 자유공원, 동인천 지하상가 등 향후 북성·만석지구와 연계되도록 구성했다. 내항 재개발은 나머지 부두의 기능 재배치와 항운노조인력 활용, 대체부두 조성 등 장기적 과제를 안고 있다.

/김성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