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비된 승기천에 백로가 날아들어 휴식을 취하고 있다. 하천살리기로 자연의 모습을 회복한 하천 곳곳에서는 동식물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인천시하천살리기 승기천네트워크 윤봉상 홍보분과 위원장 제공
1999년, '하천살리기'는 인천의 화두로 떠올랐다.

더이상 방치할 수 없는 지경으로 오염된 하천을 살려 홍수·폭우 등 자연재해를 막고자하는 목적으로 인천시와 환경관련 시민단체, 전문가가 머리를 맞대기 시작했다. 이렇게 첫발을 뗀 인천의 하천살리기 역사는 올해로 10년을 넘어섰다. '전국 최초'의 수식어를 단 민관 합동 하천살리기추진단의 활약은 빛났다.

시는 2003년 승기천·굴포천·장수천·공촌천·나진포천 등 5개 하천을 시민과 함께 살려가겠다는 내용을 담은 '푸르고 깨끗한 하천만들기' 종합계획을 발표했고, 수해 상습지 개선사업에 포함된 나진포천을 제외한 4개 하천을 하천살리기추진단 주도 사업으로 정했다.

하천살리기추진단의 10여년 노력으로 인천의 하천은 숨쉬기 시작했다.

하지만 하천살리기추진단의 일은 끝나지 않았다. 하천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눈이 달라지고 있다. 욕구가 변화하고 있다.시민들은 이제 하천을 단순한 재해 예방 시설물로 보지 않는다. 쉬고 싶고, 걷고 싶을때 찾아갈 마음의 휴식처로 바라본다. 도심속 자연 즉, '워터프론트'의 개념으로 하천을 대하기 시작했다.

하천살리기추진단의 새로운 고민은 여기서 시작됐다. 기반공사가 하천살리기의 전부일까. 시민들에게 도심속 자연으로 하천을 돌려주기 위해서 필요한 일은 무엇일까.

2012년 새해의 문턱에서 하천살리기추진단이 마주한 고민의 답을 찾기 위해 과거를 되짚고 미래의 구상을 들어본다.

■ 10년의 하천살리기, 워터프론트와 만나다

인천의 하천살리기는 물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시작됐다. 집중호우로 인한 자연재해 피해를 막고, 막힌 곳 없이 물이 흐르도록 해 필요한 곳에 닿도록 할 목적이었다. 때문에 초기의 하천살리기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사는 현 구도심을 중심으로 전개됐다.

'물을 다스려 피해를 막는다'는 생활과 밀접한 필요성에 많은 시민들이 하천살리기 활동에 참여했다. 2004년 하천살리기추진단 중심으로 4개 하천의 네트워크 발족 당시 1만명의 시민이 손을 모았다.

10여년의 시간이 흐른 하천살리기는 다소 힘이 빠졌다.

김성근 하천살리기추진단 자문위원은 "하천살리기추진단내 전문가·시민단체·공무원·시민이 각각의 입장에서 역할과 주체를 다르게 해석해 갈등을 겪었고, 5대 하천 공사가 마무리되며 하천살리기추진단의 활동 범위도 좁아졌다"고 평가했다.

반면 삶의 질이 높아지며 시민들이 하천에 기대하는 역할은 다양해졌다. 2~3년 전부터 활발하게 사용되는 '자연형 하천', '친환경 하천' 개념에는 이같은 변화가 스며있다. 송도국제도시 등 신도심이 관광자원 기능에 중심을 둔 워터프론트를 지향한다면, 구도심에서 이어진 하천살리기는 생활밀착형 워터프론트를 만들어가고 있는 셈이다.

시에 따르면 인천에는 31개 지방하천과 117개 소하천이 흐르고 있다. 시는 지난 10년 하천살리기의 총력이 모아졌던 5개 하천을 비롯해 인천 전체 하천으로 정비 대상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에 2014년까지 장수천(2단계)을 비롯해 심곡천·선행천·운영천 등 9개 하천을 자연형 하천으로 정비하고, 2018년(중기)까지 귤현천·대포천·검단천·다송천 등 8개 하천을 시민품으로 돌려 줄 목표를 세웠다. 마지막으로 2020년(장기)에는 삼거천·교산천·덕하천 등 4개 하천이 정비 대상에 포함된다.

■ 하천살리기, 자발적 시민참여형으로 변화해야

하천살리기추진단의 전문가 집단은 추진단 활동의 핵심이 '유지'와 '관리'라고 입을 모은다.

집중호우 피해가 큰 수도권의 경우 공사를 통해 잘 정비한 하천이라 하더라도 짧은 시간 초토화되기 쉽다. 빗물에 쓸려내려온 쓰레기더미와 쉼없이 자라나는 유해식물을 제거하는 일은 모두 사람의 손으로 해야 한다.

실제 지난해 11월28일 열린 '2011 인천물길포럼'에서 최계운 인천대 도시과학대학 교수는 "2009년 하천살리기 사업 이후 하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지류하천을 방치해 하천의 오염이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일본에서 돌풍을 일으킨 '우리마을가꾸기 운동' 형태를 향후 하천살리기추진단이 나아갈 방향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시민들 스스로 지켜야할 대상을 인식하고 자발적·지속적으로 활동에 참여해야함을 강조한 것이다.

하천살리기 사업은 권역별로 진행하지만 결국 인천 전체를 놓고 하나의 그림을 완성해야하는 숙제다. 구도심 중심의 하천살리기와 송도 등 신도시에서 물결을 타고 있는 워터프론트는 도시 곳곳을 막힘없이 흘러야할 물길을 다루는 활동으로 이들 각각이 '핏줄'처럼 '소통'해야 한다는 것에 이견이 없다. 이에 하천살리기추진단은 한명이라도 더많은 시민이 하천살리기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 하천살리기추진단이 설계한 미래

하천살리기추진단은 2012에 특별한 의미를 두고 있다. 이들은 새해 시작과 함께 하천살리기 활동의 범위와 의미를 다양화하기로 결심했다.

하천살리기추진단은 하천에서 음악회·미술작품전시회 등 다양한 문화행사를 시도할 계획이다. 더불어 장애와 비장애를 뛰어넘어 하나되는 경험을 하천에서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중이다.

당장 하천살리기 활동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시민들이 주변 하천에 관심을 두고, 하천 곁으로 다가오기를 머뭇거리지 않도록 문턱을 낮추겠다는 의도다. 시민들이 하천살리기를 특별하고, 어려운 것이 아닌 일상적이고 당연한 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지다.

하천살리기추진단은 또 10년간의 활동 노하우를 살린 사업도 다양하게 구상했다. 연 100명을 배출할 계획인 '인천시민 하천해설사 양성사업'은 연 2회 전문가 교육과 실기 테스트 등으로 실력을 검증해 인재를 발굴한다. 또 청소년하천캠프는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형식으로 변화를 꾀하고, 5대 하천 네트워크위원회에 학교를 포함시켜 청소년 하천교육을 강화한다.

민선숙 하천살리기추진단 사무국장은 "이제는 시민단체 위주의 활동이 아닌 주부·학생 등 정말 일반시민의 참여가 절실하다"며 "도심속 휴식공간으로 변화한 하천의 의미를 제대로 전달해 모범적인 거버넌스 활동을 이어가도록 힘을 모을 것"이라고 말했다.

※ 인천하천살리기추진단 단장 안승목 "장수천 걸으면 마음 안정 얻는다"

"인천의 하천살리기, 범시민운동으로 발전해야 합니다."

안승목(세원상협 대표) 인천하천살리기추진단 단장은 지난 2년간 지역 하천 곳곳을 누볐다. 인천경영포럼 회장이기도 한 안 단장은 포럼 환경분과위원회 활동에 관심을 두며 추진단과 연을 맺었다.

그는 "저는 하천에 무관심했던 사람으로 어떤 정보도, 감흥도 없었다"며 "하지만 내가 흘린 땀으로 무언가 살아나 아름다운 자연으로 탈바꿈하는 과정을 경험하며 시민이라면 누구나 이 일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기업인으로 환경에 관심을 쏟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그는 인천경영포럼과 추진단 연결고리 역할을 자처했다.

안 단장은 "자연과 삶이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음을 인지하지 못하고 살아가지만 실제로는 어마어마한 영향을 주고 받는다"며 "기업인은 환경분야에 전문성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더 많은 일반 시민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여건이라 주변 기업인들에게 하천살리기 활동을 적극 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천살리기 5대 하천 중 '장수천'을 최고로 꼽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보고있으면 걷고 싶고, 천천히 한걸음씩 내딛다보면 마음의 안정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안 단장은 "각박한 삶 속에서 내 마음에 위안을 주는 공간이 된다는 것만으로도 하천을 살릴 의미가 충분한 것 아니겠냐"며 "아시안게임 등 지역에서 세계적 행사가 열릴 예정인 만큼 시민 모두가 힘을 모아 하천을 살리고 잘 가꿔진 모습을 자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석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