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진년(壬辰年)인 2012년은 용(龍)의 해다. 한국 사람들은 올해를 용의 해, 그중에서도 흑룡띠의 해로 부른다. 임진년의 '壬'은 흑색, '辰'은 용을 의미하기 때문에 더욱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상서로운 동물로 여겨지는 용. 특히 우리나라에선 이런 '용'이란 글자를 지명에 사용하는 곳들이 많다. 풍수에선 산(山)을 용으로 해석하고 있어 마을 이름에 '용'이란 단어를 붙이는 곳이 많다는게 풍수지리학자들의 얘기다. 그렇다면 인천과 경기지역에는 용이란 단어가 붙은 지명이 몇 곳이나 될까.
국토지리정보원이 최근 발표한 자료를 보면 인천에서는 10개, 경기지역에서는 67개의 지명에 '용'자가 붙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적으로는 총 1천261곳의 지명에 용이란 단어가 붙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역별로는 전남의 용 관련 지명이 310개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전북 229개 ▲경북 174개 ▲경남 148개 ▲충남 111개 ▲충북 72개 ▲경기 67개 ▲강원 54개 ▲광주 17개 ▲대구 15개 ▲대전 14개 ▲울산 12개 ▲제주 12개 ▲인천 10개 ▲서울 9개 ▲부산 7개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국토지리정보원이 호랑이의 해인 지난 2010년 조사했을 때는 관련 지명이 389개로 나왔고, 2011년 토끼 관련 지명은 158개였다. 한국 사람들이 용이란 상상의 동물을 얼마나 좋아하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용이 하늘로 승천하는 것처럼 마을 사람들이 두루 평안하고 잘 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소망이 마을 이름에 담겨 있는 것이다. 상서로운 동물인 '용'을 지명으로 쓰고 있는 인천·경기지역의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그 유례를 알아봤다.

# 인천지역의 용(龍)
인천지역에서 '용'이란 단어가 들어간 지명은 총 10곳, 대부분이 강화와 옹진군에 몰려 있다. 서해5도인 백령도 용기포(龍起浦)항구를 비롯해, 이 항구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 있는 용기원산(龍機院山), 강화 선원면에 있는 용진(龍津), 강화 서도면 볼음도리에 있는 작은 섬인 용화루(龍華樓), 중구 영종도에 있는 용수동(龍水洞), 중구 용유도(龍游島)와 이 지역에 있는 산인 호룡곡산(虎龍谷山), 서구 용두산(龍頭山), 부평구 신룡동(新龍洞) 등이 '용'자가 붙은 인천의 대표적인 곳이다.

백령도 용기포항과 용기원산의 지명 유례는 연관성이 많다. 용기포는 이 마을 개울에서 용이 나와 마을 뒷산으로 승천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용기포 뒷산이 바로 용기원산이다. 용기포에서 승천한 용이 바로 용기원산을 거쳐 하늘로 올라갔다는 것이다. 백령도 주민들은 해마다 신년이 되면 용기원산에 올라가 기를 받고 소원을 빈다고 한다.
부평 신룡동과 서구 용두산, 중구 용수동, 호룡곡산 등은 마을·산의 형태가 용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전해 내려오고 있다. 서구 용두산은 병인양요때 포대를 설치, 외국 함대를 방어하던 곳으로도 유명하다. 강화 볼음도리에 있는 용화루는 옛날 이 섬의 모양이 용이 알을 품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용란도라고도 불렸다고 한다.
전쟁에서 승리를 기원하는 뜻으로 '용'이란 지명을 붙인 곳도 있다. 강화도의 용진은 예부터 해군 기지였던 곳인데 기운이 세고 활력이 넘치는 용처럼 싸워 승리하라는 뜻에서 옛 선조들이 용진이라고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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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 옹진 백령도 용기포항 |
# 경기지역의 용(龍)
경기도에는 67개나 되는 곳에 '용'이란 지명이 붙어 있다. 용인(龍仁)시는 시 이름 자체가 어진용이란 뜻으로 이 지역에는 '용'자가 붙은 마을이나 산 이름이 타 지역보다 유난히 많다.
옛말에 '살아서 진천 죽어서 용인'이라는 말이 있듯이 용인은 풍수적으로도 명당이 많은 지역이다. 죽은 자가 좋은 곳이면 산 자도 좋은 곳이기에 용인은 살기 좋은 지명임에 틀림없다.
용인시 이동면에 있는 비룡동(飛龍洞), 용굴(龍窟)을 비롯해 양지면에 있는 용곡(龍谷), 원삼면의 용바위(龍岩), 용실고개(龍谷), 농서동 용수(龍水), 동부동 용해곡(龍海谷) 등이 대표적인 곳이다.
용실고개는 이 마을에 구름이 내려와 용을 태우고 갔다고 해 이름이 붙여졌고, 용곡은 마을 산골짜기에 산과 산을 가로지르는 크기의 뱀이 살고 있었는데 이 뱀이 후일 용이 돼 승천했다고 해서 이름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이밖에 용바위나 용굴, 비룡동 등은 그 형체가 용을 닮았다고 해서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용머리를 닮았다고 해서 마을 이름이 용두(龍頭)라고 붙여진 곳도 많다. 안성시와 양평군, 평택시, 여주군 등에는 마을 이름이 용두리인 곳이 1곳씩 있다.
대부분 마을 모양이나 부락의 뒷산, 개울 등이 용 머리를 닮았다고 해서 전해내려오는 지명이다.
광주시에 있는 용산골이란 마을은 대대로 성이 용씨인 사람들이 모여 살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유래가 색다르다. 파주시의 용산골(龍山洞)도 부락 이름의 유래가 색다른데 고려 현종이 거란족의 침입으로 이 마을까지 피란왔는데 당시 현종이 받던 수라상이 용 모양을 하고 있어 이름을 용산골로 붙였다고 전해진다.

# 인천·경기 외의 도시들
전국에서 용과 관련된 지명이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된 전라남도의 경우 용강(龍江)이란 지명이 붙은 곳은 모두 10군데나 됐다. 마을 앞에 있는 강이나 냇물 모양이 용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용계(龍溪)란 이름이 붙은 곳도 15군데나 된다. 전라북도도 용계나 용강이란 지명이 붙은 동네가 3~4곳이나 됐다.
충청북도는 용산(龍山)이란 지명이 많았으며 경상북도에는 용전(龍田)이란 이름이 들어간 동네가 눈에 많이 띄었다.
국토정보지리원 관계자는 "마을 이름만 조사해 봐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용을 얼마나 신성시 하는지 알 수 있다"라며 "예전이나 지금이나 용은 희망과 행운을 가져다 주는 상서로운 동물이란 믿음은 변하지 않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김명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