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두바이=연합뉴스)이란의 30대 핵 과학자 한 명이 11일(현지시간) 자신의 차량에 설치된 폭탄이 터져 사망했다.

   이란의 반관영 뉴스통신 파르스 등 현지 언론은 이날 테헤란대학의 교수이자 핵과학자인 모스타파 아흐마디 로샨(32)이 자신의 차량 밑에 부착된 자석 폭탄이 터지면서 숨졌다고 보도했다. 화학을 전공한 로샨은 2010년 이후 테헤란에서 발생한 폭발 사고로 사망한 4번째 과학자라고 AFP통신은 전했다.

   이번 폭탄 테러는 이란이 자국의 핵 프로그램과 관련해 서방과 극도로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발생했다.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날 오전 오토바이를 탄 두 명의 범인이 테헤란대 캠퍼스 동쪽에 주차됐던 로샨의 차량에 자석 폭탄을 설치했다.

   당시 로샨과 함께 차에 타고 있던 동료 2명은 부상해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이 중 1명은 끝내 숨졌고, 행인 1명도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파르스 통신은 로샨이 테헤란대 교수인 동시에 중부 이스파한에 있는 나탄즈 우라늄 농축 시설의 책임자였다고 소개했다. 이란의 주요 농축 시설인 나탄즈에서는 2006년 4월부터 우라늄 농축 작업이 시작됐다.

   테헤란 당국은 이날 테러에 동원된 자석 폭탄이 이전에 발생했던 자국의 과학자암살에도 사용됐다며 곧바로 이스라엘을 배후세력으로 지목했다.

   테헤란 부주지사 사파르 알리 브라틀루는 "이번 테러 수법은 과거 이란 핵과학자들을 대상으로 했던 방법과 유사하다"며 "폭발의 책임은 시오니스트(이스라엘) 정권에 있다"고 말했다.

   모하마드 레자 라히미 부통령은 이란 국영TV에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 중이라는자들이 이란 과학자를 상대로 테러를 감행했다"면서 "이란 과학자의 암살로 우리 핵프로그램의 진전을 막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원자력기구도 이날 성명을 내고 "미국과 이스라엘은 극악무도한 행위로 우리가 가는 길을 돌려놓지 못할 것"이라며 핵개발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이스라엘 당국은 이와 관련, 어떠한 발표나 논평도 내놓지 않았다.

   이란 과학자를 겨냥한 테러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0년 1월에는 테헤란대 교수인 핵 물리학자 마수드 알리 모하마디가 출근길에나섰다가 폭탄 공격을 받고 숨졌고, 같은 해 11월에도 또 이란원자력기구의 핵심 멤버였던 마지드 샤흐리아리가 폭발 사건으로 목숨을 잃었다.

   지난해 7월에는 이란 핵개발에 관여해 온 과학자 다리우쉬 레자에이가 테헤란에서 오토바이를 탄 괴한의 총격으로 숨졌다.

   이에 대해 이란 정부는 자국의 핵개발 프로그램에 반대해 왔던 미국과 이스라엘이 암살을 주도했다고 비난해 왔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 시설을 공습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이란을 위협해 왔다.

   이란은 자국의 핵프로그램을 오직 평화적인 목적으로만 사용한다는 입장이지만 미국, 이스라엘, EU 등 서방은 핵무기 개발을 위한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한편 핵무기 개발 의혹을 주장하며 이란을 압박하는 서방의 공세도 계속됐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 중인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은 이날 리커창(李克强) 상무부총리,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과 잇따라 만나 이란산 원유 금수에 동참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중국은 미국의 일방적인 이란 제재는 부적절하다는 뜻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럽연합(EU) 순번 의장국인 덴마크의 빌리 쇠븐달 외무장관은 이날 코펜하겐에서 기자들과 만나 "EU가 이란의 석유 부문은 물론 중앙은행까지 포함한 더욱 강력한제재를 이달 말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