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화를 신은 지 14년…"이라는 말을 어렵게 꺼낸 안정환(36)은 눈시울을 붉히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안정환은 31일 서울 역삼동 리츠칼튼호텔에서 열린 은퇴 기자회견을 통해 선수 생활을 마치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감정이 북받쳤는지 안정환은 준비해 온 기자회견문의 첫 줄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참았던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그는 "오늘로 축구선수라고 불리는 것이 마지막"이라며 운을 떼고 나서도 한숨을 크게 내쉬고는 한동안 입을 굳게 다물었다.
힘들게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한 안정환은 "축구선수로서 월드컵이라는 무대를 세 번이나 밟을 수 있어 행복했다"며 "2002년 한·일 월드컵이라는 영광스런 대회에서 팬들의 사랑 받았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회상했다.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일본의 프로리그를 모두 경험한 안정환이 가장 힘들었던 순간으로 꼽았던 것은 '돈의 유혹'이었다.
그는 "더 좋은 리그에서 뛰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팀을 옮길 때마다 금전적인 유혹을 떨치기 어려웠다"며 "또 팀을 너무 자주 옮기는 것 아니냐"는 따가운 시선에도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축구 선수가 꼭 되어야겠다고 결심했던 일화도 소개하기도 했다.
중학교에 다니던 시절 당시 대우 로얄즈의 축구 선수였던 대한축구협회 김주성 사무총장에게 사인을 부탁했지만 거절당한 것이다.
그 이후로 안정환은 "나도 프로 선수가 돼서 사인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결심했다며 웃음을 지었다.
2009년부터 중국 프로축구 다롄에서 뛰다가 지난해 중국 생활을 마무리한 안정환은 프로축구 K리그 성남 일화의 신태용 감독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았지만 결국 은퇴를 결정했다.
이에 대해 그는 "다시 K리그로 돌아오고 싶었지만 생각처럼 쉽게 결정할 문제가 아니었다"며 "신태용 감독님과 날마다 통화했다. 나를 기다려 주신 신 감독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뛰고 싶다는 말을 몇 번이나 반복하면서 선수 생활을 접어야 하는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안정환은 축구협회에서 준비했던 은퇴 경기를 거절한 것에 대해선 "한국 축구가(월드컵 본선 진출을 위한) 중요한 길목에 있는데 지금 내가 은퇴 경기를 치르는 것은 한국 축구 발전에 방해가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표선수 생활을 하면서 힘들 때마다 지켜주고 잘할 수 있게 도와준 아내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면서 한 번 더 눈물을 쏟고 말았다.
은퇴 이후 어떤 방법으로든 한국 축구를 위해서 도움을 주겠다고 다짐한 안정환은 유소년 축구 발전에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