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내 여론은 아프간전 조기 종전에 지지를 보내는 쪽으로 기울어 있다.
오랜 전쟁에 대한 피로가 누적된데다 국내 경제난으로 하루빨리 전쟁을 매듭짓자는 것이다.
올해 11월 대선에서 재선에 도전하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 같은 여론의 흐름을 정치적으로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아프간전 전황에 대한 냉정한 고려가 바탕이 되어야 하고, 아프간에서 빨리 발을 뺐다가 오히려 미국의 안보에 더 큰 위협을 초래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미군이 철수하고 난 이후 아프간 정부가 국내 치안 책임을 온전하게 책임질 수 있느냐는 회의론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아프간전을 조속히 마무리하겠다는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은 동시다발적으로 가시화되고 있다.
리언 패네타 국방장관은 지난 1일(현지시간) "아프간 전투 이양 작업을 2013년모두 마무리하는게 목표"라고 말했다. 당초 2014년 아프간 치안권 이양계획보다 1년 앞당겨진 스케줄이다.
또 미국은 아프간 종전 협상을 위해 지난 연말부터 탈레반 측과의 공식ㆍ비공식 접촉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패네타 장관의 아프간 치안권 조기 이양 발언이나 탈레반과의 종전협상 추진은 이해 당사자들간의 매끄러운 합의를 바탕으로 순조롭게 진행되지는 않는 모습니다.
워싱턴 포스트(WP)는 6일 "오바마 행정부의 아프간전 종전 전략이 평탄치 않게 진행되고 있다"며 "전쟁을 빨리 끝내려는 계획들이 빨리 공개되면서 지지를 획득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패네타 장관의 조기 치안권 이양 발언이 나오자 미국이나 아프간 군부쪽에서는 이를 위한 준비가 아직 되지 않은 상태라는 반응이고, 백악관도 아프간 치안권 이양같은 민감한 문제에 대한 결정은 대통령이 할 일이라며 다소 못마땅해하는 분위기이다.
의회내 강경 인사들은 치안권 조기 이양 발언이나 탈레반과의 협상에 급속히 무게를 싣는 태도는 아프간내 미군 전투력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패네타 장관의 발언은 탈레반과 협상과 전투를 어떻게 병행할 것인가에 대한 행정부내 논쟁을 증폭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아프간 하미드 카르자이 정부쪽도 미국의 대(對) 탈레반 협상을 마지못해 추인하면서도 자기들을 소외시킨 채 협상이 진행되지 않을까 경계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또 미국과 관계가 삐걱대고 있는 파키스탄 정부는 미국이 탈레반과 종전협상을 추진할 경우 자신들과 가까운 무장그룹 하카니를 비롯한 제 정파들이 협상 파트너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은 카르자이 정부를 달래가면서 조심스럽게 탈레반과의 협상을 추진하고 있다.
탈레반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기 위해 2002년부터 관타나모 수용소에 수감돼 있는 탈레반 지휘관 5명을 내보내는 사전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물론 의회쪽에서는 이들을 관타나모 수용소바깥으로 내보내서는 안된다고 반대하는 의견이 있다.
그 대신 미국측은 협상이 개시될 경우 탈레반은 테러리즘에 반대하는 입장을 천명하고, 아프간 카르자이 정부를 합법적 정부로 승인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은 공식적으로 협상을 하면서도 전투는 계속된다는 입장이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싸우고, 대화하고, 건설한다"(fight, talk, build)라는 입장을 천명하고 있다.
WP는 행정부 고위당국자의 말을 인용, 아프간 종전을 둘러싼 각 세력간의 복잡다단한 이해들에 대해 "새로운 종전 전략에 반대하거나 영향을 미치려는 탈레반, 아프간 정부, 파키스탄 정부, 미국 정부 등의 모든 주장들이 있다"고 표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오는 5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서 아프간 종전을 위한 포괄적인 전략에 대해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