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포호

영동지역의 중심도시인 강릉은 수도권에서 보면 험준한 대관령에 가려져 있다. 하지만 대관령에서 내려다 본 강릉은 시원한 바다와 그 곁에 자리한 넓은 해안평야가 인상적이다. 강릉은 대관령을 비롯해 태백산맥이 겨울 매서운 북서풍을 가로막고 있어 영서지역에 비해 포근하다. 삼국시대 이전에는 예(濊)나라의 도읍지로 알려졌고 삼국시대에는 동해안 일대의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고구려와 신라가 각축을 벌였던 곳이다. 고대부터 중요한 지역으로 평가 받았던 강릉은 아름다운 풍광으로 선인들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강릉은 대관령을 비롯한 산악지형의 아름다운 풍광, 주문진과 안목 등의 항만의 분주함과 해안가의 아름다운 풍광, 서민들이 북적되는 전통시장 등 볼거리가 풍부한 지역이다. 특히 경포호 주변의 풍광은 옛 선인들이 누정을 짓고 즐겼을 만큼 아름답다. 아름다운 경치와 옛 선인들의 흔적을 찾아 이달 초 기차를 타고 강릉으로 향했다.

▲ 오죽헌과 문성사

# 조선 중기 전통 가옥을 살펴 볼 수 있는 '오죽헌'

강릉의 대표적인 인물은 조선 중기 성리학자 율곡 이이를 꼽을 수 있다.

강릉에는 율곡의 어머니 신사임당과 율곡이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오래된 가옥인 오죽헌이 남아 있다. 오죽헌은 조선시대 상류 주택의 별당 사랑채로 사용되던 건물이다.

오죽헌이라는 이름은 율곡이 공부를 하며 사용한 먹을 대나무 숲에 버려서 대나무가 검게 변해 붙은 이름이라고 전해지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율곡의 사촌인 권처균의 호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권처균은 이 곳을 외할머니인 용인 이씨에게서 물려 받았는데 집 주위에 줄기가 검은 대나무가 많이 자라는 것을 보고 자신의 호를 오죽헌이라고 정했고 그리고 호를 다시 집 이름에 붙여 오죽헌이 됐다고 한다.

이달초 방문한 오죽헌은 마지막 겨울 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탓에 관람객이 그리 많지 않았다. 오죽헌으로 들어서기 위해 자경문으로 들어서자 이내 한 겨울에도 푸르름을 뽐내는 소나무가 인상적으로 나타났다.

오죽헌 곁에는 조선 중기 전형적인 양반 가옥이 그대로 복원 되어 있고 고택 서쪽에는 정조가 직접 글을 새겨 놓은 율곡의 격몽요결과 벼루가 보관 되어 있는 어제각과 율곡의 영정을 모신 사당 문성사가 있다.

▲ 누정들 사이 자태를 뽐내는 소나무

# 선교장과 경포호 주변의 누정들

오죽헌 외에도 강릉의 대표적인 문화재는 조선 후기 전통 가옥인 선교장과 경포호의 아름다운 풍경을 즐기기 위해 지은 누정들이다. 이들 문화재들은 얼핏 지도를 봐서는 차량을 이용해야만 살펴볼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지만, 한적한 교외 풍광을 즐기기를 원하는 여행자라면 도보 여행을 추천하고 싶다.

오죽헌에서 시작해서 선교장으로 가기 위해서는 단아한 모습의 해운정을 지나야 한다. 선교장을 둘러 본 후 경포호를 끼고 안목항을 향해서 걷다 보면 경포대를 비롯해 경호정과 상영정, 금란정이 나란히 모여 있고 도보로 5분 정도 떨어진 곳에 방해정이라는 전통 가옥 형태를 띤 누정이 위치하고 있다.

또 경포호 안에는 월파정이라는 누정이 호수와 함께 아름다운 모습을 뽐내고 있고 경포대해수욕장과 경포호 사이 해송 곁에는 석란정과 창랑정이라는 누정이 여행객을 맞아 준다. 선인들은 산수 수려한 곳에 누정을 짓기를 좋아하지만 한 장소에 이렇게 많은 누정이 지어진 경우는 드물다.

▲ 선교장

강릉을 대표하는 문화재인 경포대의 경우 경포호의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도록 언덕 위에 자리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경포대가 건립부터 지금까지 현재 위치에 계속 있어 왔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경포대는 안무사 박숙정이라는 사람이 현 방해정 북쪽에 1326년에 선립했다가 1508년에 현재 위치로 옮겨 지었다. 방해정은 삼국시대 고찰인 인월사가 있던 곳에 이봉구라는 사람이 서기 1859년에 지었다.

경호정은 강릉지역 주민들이 만든 창회계에서 1927년에 지었고 경포호 안에 자리한 월파정은 1958년 기해생 동갑계원 28명이 건립한 특이한 이력을 간직하고 있다.

▲ 해운정

# 경포호 주변을 재미 있게 즐기는 법

경포호는 현재 둘레가 약 4㎞의 호수지만 옛날에는 둘레가 12㎞에 이르는 큰 호수였다. 경포호에는 재미있는 전설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이중환의 택리지에는 경포호와 관련한 재미있는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세상에 전하는 말로 호수는 옛날에 부유한 백성이 살던 곳이라 한다. 하루는 중이 쌀을 구걸하러 왔는데 그 백성이 똥을 퍼주었더니 살던 곳이 갑자기 빠져 내려서 호수로 되고 쌓여 있던 곡식은 모두 자잘한 조개로 화하였다고 한다.'

▲ 율곡 동상

겨울에 찾은 경포호는 여행객들이 많지 않아 북적이지 않아 좋다. 언뜻 날씨가 추워 거닐 수 있을까 걱정이 될 수 있지만 강릉은 한겨울에도 영하로 떨어지지 않은 포근한 날씨를 보이기 때문에 괜찮다. 특히 경포호 나들이가 매력적인 것은 거닐며 중간중간 쉬는 곳들이 문화재들이라는 점이다. 경포대를 비롯해 다양한 누정, 그리고 중간중간 풍광을 즐기며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시설물, 한적한 하루를 만끽할 수 있는 갈대와 호수가 어우러져 있는 풍경 등이 매력이라면 매력이다. 여기다 호젓한 커피숍이 많아 젊은이들에게 인기를 끄는 안목항까지 곁에 있어 여행객들에게 다양한 즐길거리를 제공해 준다.


/김종화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