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강한 중국을 건설하는 것은 19세기 양무자강운동(洋務自彊運動) 이래로 중국인들의 숙원이었으며, 국민당과 공산당의 공통적 과제이었고, 마오쩌둥과 덩샤오핑도 공통적으로 추구한 중국인 모두가 열망하는 꿈이었다.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의 건립과 함께 마오쩌둥은 중화민족의 궐기와 '독립, 민주, 평화, 통일 및 부강한 신중국의 건설'을 선언했지만, 좌절과 실패로 점철된 역사였다. 그러나 1978년 12월 덩샤오핑 정권이 새롭게 등장, 대담한 개혁개방정책을 추진하여, 역사상 유례가 없는 고도성장을 달성하면서 부강한 신중국 건설을 이루었고 이제는 주변 국가에 중국 위협론을 촉발케 하기에 이르렀다.

덩샤오핑의 개혁개방의 업적은 역사상 지구상 가장 빠른 경제성장을 기록하였다. 미국의 경제 전문지 포춘(Fortune)에 의하면 19세기 영국은 1인당 국민소득 2.5배 증가하는데 거의 100년 소요했고, 미국은 1870년부터 1930년 60년간에 국민소득 3.5배를, 일본은 1950년부터 1975년 사이에 1인당 국민소득 6배를 달성했지만, 중국은 1979년 이후 2000년까지 1인당 국민소득 7배 증가라는 경이적인 업적을 성취하였다.

1989년의 동구 몰락과 91년 소련 해체 등으로 소련 견제라는 전략적 효용가치가 감소된 반면, 1989년 톈안먼 사태 등으로 중국적 사회주의에 대한 적대감이 확산되면서 중국을 경쟁자로 인식하기 시작하였고, 특히 90년대 후반 아시아 금융위기로 일본은 물론 한국, 대만, 싱가포르, 태국 등은 경제적으로 후퇴하고 있는데도 중국은 고도성장을 계속하면서 21세기에 경제대국, 군사대국으로 등장할 것이란 우려가 확산되었다. 중국 내부에서도 중화민족주의와 중국식 강성대국론이 제기되면서 '중국위협(China Threat)론'은 더욱 확산되는 경향이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 중국의 경제규모는 구매력 수준으로 약 10조달러로 미국의 12조3천억달러, 유럽연합(EU)의 12조1천800억달러에 이어 세계 3위 규모다 (중국 상하이 시내 야경).

즉 중국 위협론이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영국, 일본 등 서방 강대국들이 파워가 약해진 틈을 타 중국이 '대국굴기(大國굴起)'를 가속화하면서, 현재 중국의 국내 총생산이 2012년에는 일본을 추월하고, 2020년에는 미국을 제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중국이 미국, 일본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급성장하고, 또 강대해질수록 다른 나라의 이익을 침해한다는 주장이다. 거대 중국이 위험하다는 이론은 1992년 미국의 로스먼로(Ross H. Munro) 교수가 '깨어나고 있는 거룡, 아시아의 진정한 위협은 중국으로부터 온다'라는 논문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으로 사용되었고, 주로 미국의 신보수주의자들이 동조하고 있다.

그런데 위협론을 주장하는 이들은 우선 중국의 위협이 '가상적인 것'이라는 점을 잊고 있으며, 중국의 미래를 과거에만 투영해 예측하거나 현재의 현상을 지나치게 과장함으로써 중국의 실상과 의도를 왜곡한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중국 위협론을 현실적인 능력과 의도라는 측면에서 반박하는 의견들이 있다.

첫째, 중국의 경제성장이 과대평가되고 성장률이 부풀려졌다는 견해가 만만치 않다. 기본적으로 중국은 아직 저발전 국가이며 경제규모나 수준에서도 선진국과는 차이가 있다. 특히 사회주의 계획경제와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혼재하는 중국의 독특한 체제는 내부적인 모순을 많이 안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더욱이 중국의 고도 경제성장은 경제규모가 커질수록 유지하기 힘들다는 한계가 있다. 현재 중국의 경제규모는 구매력 수준으로 약 10조달러로 미국의 12조3천억달러, 유럽연합(EU)의 12조1천800억달러에 이어 세계 3위 규모다. 과거 20여년간 중국은 평균 9%가 넘는 고도 성장을 기록했다. 그러나 앞으로 경제규모가 커질수록 이러한 고성장이 어렵다는 것은 자명하다. 눈사람을 만들기 위해 눈을 굴릴 때 크기가 작은 눈덩이는 굴리기 쉽고 빨리 굴릴 수 있지만 크기가 커질수록 느려질 수밖에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둘째, 중국의 군사력이 급성장하고 있다는 평가도 과장됐다는 반론이 만만치 않다. 중국 정부는 군사비 증가가 인건비 부분에 대한 보상 성격을 갖고 있다고 반박한다. 기술적으로 보자면 최소한 총액 기준으로는 여전히 미국과 일본에 비해 미미하며, 물가상승을 감안하면 오히려 실질 군사비는 증가한 게 아닐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주변국들의 국방비를 비교해 본다면, 중국은 2011년 군사비 지출이 7천496억 위안(1천190억 달러)이라고 공식 발표했는데, 미국의 2011년 국방예산이 7천억 달러이고, 일본의 2011년 국방예산이 13년 만에 처음으로 4조8천억 엔(420억 달러)이하로 떨어졌다. 한국의 2011년도 전체 국방예산 31조6천490억원(293억 달러)과 비교한다면, 정규군이 무려 250만인 중국은 우리처럼 징병이 아닌 모병제임을 감안하면, 그 넓은 땅덩어리와 군대를 먹여 살리는 것으로 그리 많은 돈이 아닐 수도 있다. 자위대 10만의 일본에 비한다면 오히려 일본 위협론이 나와야 정상일 것이다.

최근 중국의 항모계획이 중국위협론으로 번지는 것에 대한 모순점도 있다.

중국 국방부장이 "중국은 영원히 항모가 없을 수는 없다"라고 발표한 것에 대해서 말들이 많다. 그리고 중국위협론이 급격하게 부각되고 있다. 이는 좀 문제가 있어 보인다. 이는 중국위협론이 아닌, 오히려 중국의 약점을 보여주는 상황이다. 현재 중국은 최소 10년 내로 항모를 자체적으로 만들 가능성은 매우 낮다. 엔진을 비롯한 항모 자체의 기술이나 항모운용 경험을 빼놓고서라도 이지스(몇 백 개의 미사일을 동시에 탐색해서 그에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를 잊으면 안된다.

한국은 이미 이지스함 보유국이다. 그것도 미국기술(한물 간 기술을 전해줬다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래도 미국기술)을 장착한 이지스함 보유국이지만, 중국은 한국처럼 기술을 이전해주는 나라가 없다. 미국은 당연하고, 러시아조차 중국에 기술을 넘겨주지 않으려고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스스로의 힘으로 모든 기술을 터득하는 수밖에 없다. 외부적으로는 점차 현실화되고 있는 남사군도 분쟁에서 태국, 필리핀, 타이완 등 국가와 미국 및 일본에 대한 견제의 제스처로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지금 현재 항모를 만든다는 이야기는 반대로 중국이 지금 남사군도의 문제와 내부적인 군대 현대화 문제에 대해서 얼마나 고민하고 있는지, 다시 말해서 중국의 약점을 드러내는 내용이라고 본다.

중국이 경제적으로 세계의 강국으로 우뚝 선다는 경제굴기론은 국제사회에서 기정사실화 됐으며, 다만 중국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가 불분명하다는 내용의 '중국 불확정론'이 국제사회에서 새로운 화두로 대두되고 있다. 국제적으론 미국을 비롯한 서양의 견제가 여전하고 국내적으론 정치 체제, 소수 민족 단결과 사회 안정 유지 등의 난제가 많아 한 마디로 미래가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미국의 국제안보연구소가 펴낸 계간 '중국안보'에 세계의 중국전문가 40여명에게 중국의 미래를 500자 이내로 압축해 전망해 달라고 요청한 결과 22명으로부터 회답을 받았는데, 미국이 12명, 3명이 유럽, 그리고 대부분이 중국계인 아시아가 7명인데 이를 종합하면, 중국이 세계의 패권을 차지한다는 이른바 '중국위협론'이나 중국 공산당이 조만간 몰락할 것이라는 '중국붕괴론'은 자취를 감추고 중국 불확정론이 대세로 떠올랐다.

최근 중국 위협론의 허구성을 파헤친 프랑스 중국 전문가인 리오넬 바이론(Lionel Vairon)의 '중국의 위협'이 중국에서 출판된 것을 계기로 중국 언론들이 다시 한 번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몸가짐이 바르면 삐뚤어진 그림자를 두려워 할 필요가 없다(神正不파影子斜)."

'동아시아의 전쟁과 평화'를 펴낸 한림대 이삼성 교수는 중국 위협론의 오류를 지적하기를 "역사적으로 한반도에 재앙이 덮친 것은 중국 중원이 강성했을 때가 아니라 오히려 중화체제가 약화되거나 붕괴했을 때였다. 중국 위협론은 냉전 붕괴 뒤 중국이라는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하는 것을 허용치 않으려는 미국 보수우파 세력이 지어내고 일본과 한국내 친미우파가 동조하는 허구적 이데올로기다"라고 하였다.

과거 '죽(竹)의 장막'이라 불리던 중국이 지난 1978년부터 30년간 개혁·개방을 지속한 결과, 서방 국가들은 줄곧 중국의 고도성장을 우려하며 '중국 위협론'을 제기해 왔다. 하지만 최근 중국 언론에는 매우 흥미로운 내용의 글이 실리고 있다. 바로 중국의 발전이 오히려 독이 된다는 서방 국가들의 우려와는 달리 최근 한국에는 '중국 기회론'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뉴스를 처음 보도한 것은 홍콩 원후이바오(文匯報)로 이 신문은 '한국인들은 중국의 굴기(掘起)에 감사하고 있다'는 제하의 글에서 "중국을 위협적인 국가로 지정하고 두려워하고 있는 서방 국가와는 달리 한국은 중국의 경제발전이 한국에 큰 특혜를 가져다줄 것으로 여기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의 한 기업가는 "중국은 한국 기업에 많은 기회를 제공했다"며 "특히 최근에는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인들이 늘고 여행 차 중국에 들른 서방인들이 바로 옆에 있는 한국을 함께 방문하는 등 한국 여행업의 발전을 추진했다"고 밝혔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또 한국의 자동차, 가전제품, 복장 등 제조업의 발전도 중국의 발전이 가져다준 기회로 많은 한국의 기업인들이 중국의 발전을 고마워하고 있다고 신문은 밝혔다.

그밖에 중국의 문제점을 통해 한국이 얻게 되는 이점도 지적됐다. 중국은 기본적으로 인프라가 매우 취약해 지속적으로 공급해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끝이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중국의 인접국가인 한국에는 더 많은 기회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글/신진식 인천대학교 윤리교육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