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다 K리그'.
지난해 승부조작 여파로 한바탕 곤혹을 치렀던 프로축구 K리그가 3일 개막전을 시작으로 '그라운드 전쟁'에 돌입한다. 출범 30년째를 맞은 K리그는 본격적인 승강제 도입을 앞두고 16개 구단간의 치열한 생존 경쟁이 예상된다. K리그는 올해 한시적으로 정규리그 후반 상·하위 리그를 나눈 뒤 각각 경기를 치러 우승팀과 강등팀을 결정하는 '스플릿 시스템(Split system)'을 적용한다. 2부 리그로 떨어질 경우 팀 존폐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16개 구단은 비시즌 기간 전력 보강에 열을 올렸다.
# K리그 첫 스플릿 시스템 도입
올해 K리그의 가장 큰 특징은 승강제 도입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2013년부터 예정된 K리그 승강제에 대비해 스플릿 시스템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올해 K리그에 나서는 16개 팀은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30라운드까지 치른 뒤 상위 8개 팀과 하위 8개 팀으로 분리된다.
1~8위 팀이 참가하는 상위 리그에 이름을 올리면 K리그 우승에 도전할 수 있지만, 9~16위 팀이 나서는 하위 리그에선 내년 시즌 2부 리그로 강등될 하위 2개 팀이 나오게 된다. 올해 K리그는 작년보다 69경기가 늘어난 352경기를 치른다.
지난해 K리그 우승팀인 전북 현대를 필두로 울산 현대(준우승), 포항 스틸러스(3위), 성남 일화(FA컵 우승) 등 4개 팀은 2012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와 정규리그를 동시에 치러야 해 험난한 일정이 예상된다.
# 명가 자존심 지킬까
수원 삼성과 전북, FC서울, 포항은 스플릿 시스템이 도입되는 이번 시즌에도 상위리그 진출을 확정해 명가로서의 체면을 지키겠다는 각오다.
지난 시즌 챔피언인 전북은 지난해 도움왕과 MVP를 차지한 이동국에 전력의 핵심으로 꼽히는 에닝요와 루이스가 건재하다. 여기에다 멕시코리그에서 활약한 칠레 대표팀 출신의 미드필더 드로겟과 미드필더 김정우, 중앙 수비수 이강진을 영입하는 등 전력 강화에 심혈을 기울였다.
수원도 라돈치치와 서정진을 영입한데 이어 호주 청소년 대표를 지낸 보스나르와 곽광선을 데려와 공수 모두 전력 강화를 꾀했다. 여기에다 월드컵대표팀 코치로 활약했던 서정원을 수석코치로 영입해 선수단과 코칭스태프 간의 유대 관계도 강화했다.
서울도 박태하 전 대표팀 코치를 수석코치로 영입해 최용수-박태하 체제를 구축했고, 포항은 주전으로 뛰던 김형일, 김재성, 슈바, 모따 등을 내보내고 조란, 지쿠, 박성호, 김진용 등을 데려와 팀을 새롭게 했다.
# 비상을 꿈꾸는 성남과 울산
스토브리그에서 가장 관심을 끌었던 팀은 성남이다. 성남은 김정우가 전북으로 이적하자 곧바로 경남FC로부터 윤빛가람을 영입했고 라돈치치 대신 한상운을 영입해 공백을 완벽히 메웠다. 또 국가대표 수비수 출신 황재원, 차세대 유망주로 꼽히는 이현호와 김성훈, 용병 요반치치 등을 잇따라 영입해 우승 전력을 구축했다.
성남은 동계훈련에 일찌감치 외국인 선수들을 합류시켜 조직력을 끌어 올리는 등 시즌 개막을 앞두고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지난해 튼실한 수비라인을 앞세워 수비 축구의 해답을 선보였던 울산은 비시즌 기간 동안 공격력 강화에 힘썼다. 울산은 국가대표 공격수 이근호와 김승용을 잡는데 성공했다. 이어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마요르카에서 활약한 일본 국가대표 측면 공격수 이에나가 아키히로를 영입하고 장신 스트라이커 김신욱을 잡으며 K리그뿐만 아니라 AFC챔피언스리그 동반 우승을 노리고 있다.
# 기록에 도전하는 선수들
출범 30년째를 맞는 K리그는 2012시즌 기록 경쟁도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시즌 MVP 이동국은 우성용(현 인천유나이티드 코치)이 보유하고 있는 최다득점(116골) 기록 경신에 도전한다. 이동국은 지난 시즌까지 통산 115골을 터뜨려 기록에 1골차로 바짝 다가서 있다. 이동국은 지난 시즌 정규리그에서 16골(15도움)을 터뜨려 득점 2위에 오르는 등 물오른 득점력을 과시했었다.
최고령 선수인 골키퍼 김병지(42·경남)는 600경기 출전이라는 대기록에 도전한다. 김병지는 1992년 데뷔해 지난 시즌까지 모두 568경기에서 골문을 지켜 600번째 경기까지 32경기를 남겨놓고 있다. 또 김병지는 지난해까지 193경기를 무실점으로 틀어막아 K리그 최다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데 이 기록을 어디까지 이어갈지도 관심거리다.
김은중(강원)은 K리그 통산 두 번째 '60(득점)-60(도움)' 클럽 가입을 노린다. 지난 시즌까지 모두 364경기에 출전해 103골 52도움을 작성한 김은중은 올 시즌 도움 8개를 보태면 신태용 성남 감독에 이어 K리그에서 두 번째로 60-60 클럽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전북 '닥공'의 중심인 이동국과 에닝요는 역대 다섯 번째 '50-50' 클럽 입성을 두고 경쟁을 펼친다. 이동국은 278경기 출장에 115득점 47도움을, 에닝요는 163경기에 62득점 45도움을 기록 중이다.
팀 차원에서는 울산과 포항이 구단의 전통과 실력의 척도인 최다승 기록을 두고 다툰다. 지난해 K리그 16개 구단 중 최초로 400승 고지를 넘은 울산은 408승을 쌓아 이 부문 1위를 달리고, 포항이 399승으로 뒤를 잇고 있다.
/신창윤·김종화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