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여수 항일암에 올라서 남해를 바라보면 수많은 섬들이
조각구름처럼 바다 위에 떠 있다.
다도해의 아름다운 풍광 속에 자리잡고 있는
여수 앞바다의 수많은 섬들은 먼 발치에서 바라본 풍경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다.
섬 안에 들어서면 섬마을 사람들의 부지런한 삶을 느낄 수 있는
다양한 풍경이 눈 안에 들어온다.
또 섬 안을 거닐며 남해의 깨끗한 바닷가 풍경을
즐길 수 있다는 점도 여수 섬여행의 매력이다.
이런 매력 속에 빠져들고 싶다는 생각을 떠올리면서도
최소 1박2일 이상의 장시간이 필요한 여행이라는 것에
부담을 느끼곤 한다.
이번 여행 길에서는 수도권 시민들이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무박 2일로도 다녀올 수 있는 아름다운 섬을 다녀왔다.
# 거북이 모양을 한 섬 '금오도'
여수로 향하며 목적지로 정했던 곳은 금오도가 아니었다. 아름다운 등대와 동백꽃을 보기 위해 거문도로 떠나려고 여수행 기차에 몸을 실었지만, 하늘은 거문도를 허락하지 않았다.
수년 전부터 섬여행을 즐기기 시작하며 가장 장애로 떠오른 것이 날씨였다. 여객터미널에서 만나는 바다는 잔잔해 보이지만 먼 바다는 풍랑이 심해 배가 출항하기 힘든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여수여객터미널까지 갔지만 파도가 심해 거문도로 가는 발길을 붙잡고 말았다.
기차를 타고 5시간 가까이 달려온 상황에서 그냥 발길을 돌리기에는 아쉬웠다.
이때 머릿속에 생각난 섬이 금오도였다.
금오도라는 이름은 섬에 삼림이 울창해 검게 보였기 때문에 거무섬이라 부르다 한자 표기를 하면서 금오도가 되었다는 설과 금빛 거북을 닮아서 지어진 이름이라는 설이 있다.
옛 지도인 '청구도(靑邱圖)'나 '대동여지도(大東輿地圖)'에는 거마도(巨磨島)라는 이름으로 적혀 있기도 한데 이 또한 거무섬의 이름을 비슷한 한자로 표기한 경우라고 한다. 어쨌든 현대인들이 금오도라고 부르는 이 섬은 면적 24㎢, 해안선 길이 64.5㎞로 우리나라에서 21번째로 큰 섬이다.
# 금오도 가는 뱃길에서 만난 풍경
금오도로 가는 뱃길은 여수여객터미널과 돌산 신기항에서 가는 방법 등이 있다.
여수여객터미널에서 출발하는 배를 타게 되면 지금은 연륙교로 인해 내륙과 연결되어 있는 돌산읍을 따라 50여분간 남쪽으로 항해한 후에야 금오도 함구미선착장을 통해 섬에 들어설 수 있다.
여수여객터미널에서 50여분 거리에 있는 금오도지만 돌산 신기항에서 여객선을 타게 되면 10여분이면 금오도 여천선착장에 도착하게 된다.
하지만 금오도 슬로길인 비렁길이 함구미선착장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조금 긴 항해이기는 하지만 여수여객터미널에서 출발하는 배를 타는 편이 나을 수 있다.
여천선착장에서 비렁길이 시작되는 함구미까지 가는 교통편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여수여객터미널과 신기항에서 금오도로 오고가는 배는 차량을 실어 나르는 카페리여서 굳이 트레킹이 아닌 해안 드라이브를 하기 위해서 섬을 찾는 사람들도 이용할 수 있다.
#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해안 트레킹 '비렁길'
금오도는 크게 두 가지 목적을 가지고 여행객들이 방문한다고 한다. 첫 번째는 바다 낚시를 즐기기 위한 강태공들이고, 두 번째는 해안 트레킹을 즐기기 위한 여행객들이라고 한다.
사람들이 북적대는 여행에 싫증을 느낀 여행객들이 많이 찾는다는 금오도에는 '비렁길'이라는 해안 기암절벽을 따라 걷는 길이 있다.
비렁길의 '비렁'은 절벽의 순우리말 '벼랑'의 전라도 사투리라고 한다.
본래 비렁길은 주민들이 땔감을 구하거나 낚시를 하기위해 다니던 길을 최근 트레킹 코스로 개발했다.
비렁길은 세 가지 코스로 나뉘어 있는데, 가장 짧은 코스는 함구미선착장에서 용두를 거쳐 두포까지 가는 5㎞ 구간이고, 두 번째는 첫 번째 코스에서 멈추지 않고 두포로 간 후 굴등, 직포까지 가는 8.5㎞ 구간이다.
마지막 코스는 두 번째 코스에서 우학선착장까지 도보로 4㎞가량 더 가는 것을 말한다.
비렁길의 매력은 해안 절벽을 바라보며 거닐 수 있다는 점과 동백숲, 갈대밭, 작은 어촌 마을을 감상하며 거닐 수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다 어린 아이들도 함께 걸을 수 있을 만큼 힘들지 않은 길이라는 점도 많은 사람들이 쉽게 찾는 이유다.
/김종화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