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교육은 법률조문을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이 사회에서 생활하기 위한 기본적인 개념을 배우는 것입니다."

김범구(43)씨가 다문화사회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1990년대 후반이다. 그는 한국사회가 3D업종 기피 현상과 낮아지는 출산율 등으로 인해 빠르게 다문화 사회로 진입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 이후 다문화가정에 대해 관심을 가졌고, 5년 전부터는 본격적으로 다문화 가정과 이주노동자를 대상으로 '법교육'을 진행했다. 법 교육이 필요하다고 요청하는 곳에 달려가 강의를 했다. 지금까지 진행한 강의만 100여차례에 달한다.

김씨는 법교육을 '공동생활에 필요한 사회적으로 합의된 개념과 약속의 중요성을 배우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다문화 가정을 대상으로 하는 법교육은 교육대상인 다문화 가정의 한국어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아주 쉬운 언어로 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다문화 가정을 대상으로 하는 강의를 더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교원 양성과정'을 이수하기도 했다. 조금이라도 더 쉬운 언어로 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김씨는 법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법조문과 판례 내용해설 등 법률 지식을 주제로 하는 법학교육과 달리 법교육은 준법의식과 법문화의 체화, 시민의식, 질서의식 고취 등을 주제로 이뤄지기 때문에 사회 통합과 범죄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LA와 뉴욕 등에서는 이주민을 대상으로한 법교육이 범죄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그가 강의에서 강조하는 것은 '법률조문'이 아니라 '법과 이 사회와의 관계', 그리고 '가정교육'이다. 가정교육은 1차로 교육이 이뤄질 뿐 아니라, 가장 효과적으로 교육이 이뤄지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김씨는 "약속지키기, 한국어, 한국사 학습, 지역사회와의 교류 확대 등은 가정에서 이뤄질 수 있는 법교육이며, 이러한 부분들이 잘 이뤄진다면 다문화 가정이 한국 사회에 적응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다문화가족에 대한 지원정책에 대해서 그는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는 "다문화가족 정책의 대부분이 '지원'하는데에 그치고 있다"며 "물고기를 주는 것보다도, 물고기를 잡는 법을 가르쳐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년간 그가 진행했던 '법교육'에 대한 내용을 책으로 출간하기 위해 준비중이다. 다문화가정과 가까운 센터나 기관 등에서 법교육이 수월하게 진행되는 것을 돕기 위해서다. 김씨는 "법교육은 어려운 것이 아니다"면서 "우리 사회의 바탕이 되는 규범과 가치를 배우는 것이며, 그것의 중요성에 대해 인식한다면 누구나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