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패션시장의 성장
중국은 21세기에 들어와 2001년 WTO 가입, 2008년 베이징 올림픽, 2010년 상하이 엑스포 개최 등 국제적인 행사들을 통해 국제사회에서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가졌다. 베이징 올림픽과 상하이 엑스포는 개최국인 중국의 국가 브랜드 파워 향상의 계기가 되었을 뿐 아니라, 국민들의 국제화 수준 향상에도 기여하였다.
이에 따라 중국 내수 패션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중국 방직성 자료에 따르면 중국 의류시장은 지난 2010년 기준 전체 생산액이 1조1천800억RMB(약 216조원)로 전년 대비 28.7% 늘어났으며, 일반 소비재 신장률이 16.8%인 것에 비해 2배 가까운 수치다. 시장 구성은 유니섹스 캐주얼 40%, 여성 캐주얼 25%, 스포츠·아웃도어 10% 등 정장보다 캐주얼이 우세하여 전형적인 선진국형 소비 패턴을 보인다.
중국 패션시장에서는 세계화가 급격히 진행되고 있다. 유럽 유명브랜드 중심의 럭셔리 마켓이 성장을 주도하고 있으며 자라, H&M, 유니클로, 갭 등 글로벌 SPA 브랜드들이 빠르게 세력을 확산하고 있다. 해외 브랜드들은 중국에서 의류 종목에 관계없이 상위 10대 브랜드 가운데 35%를 차지할 만큼 높은 영향력을 보인다. 그러나 최근에는 중국 로컬 기업들의 신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이들은 풍부한 자금력과 OEM 수출로 다져진 생산 노하우와 전국 각 성의 의류대리상들과의 긴밀한 유통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성장기에 들어간 시장흐름에 편승하면서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국내 패션기업들은 2000년을 전후해 여러 부문에서 경쟁적으로 중국 시장에 진출했으며, 현재 상하이에만 40여개 기업이 현지법인과 지사를 운영할 만큼 높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제일모직, LG패션, 코오롱, SK, 신성통상 등 대기업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랜드 그룹은 중국에서만 매출 1조원을 달성하였으며 계속 산하 브랜드들의 중국 진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경제 성장은 중국인들의 라이프 스타일에 변화를 가져와 아웃도어 라이프가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로 부상하기 시작하였다. 대도시의 직장인들 중심으로 등산, 야영, 캠핑 등 레저 취미생활을 지향함에 따라 캠핑 도구, 등산화, 바람막이, 방한복 등 아웃도어 용품과 패션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아웃도어 룩은 아직은 노스페이스, 컬럼비아 등 미국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가 높지만 점차 한국 브랜드들이 경쟁에 참여하기 시작했고 중국 브랜드들도 여기에 가세하여 새로운 대규모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에서는 패션시장의 성장과 세계화를 위해 몇 가지 시스템과 환경이 마련되어 있다. 첫째, 중국 국제의류액세서리 박람회(CHIC), 상하이 패션위크, 홍콩 패션위크를 비롯해 각종 박람회가 매년 베이징, 상하이, 홍콩 등 여러 지역에서 활발히 열리고 있다. 특히 CHIC는 아시아 최대 규모 패션전문 전시회로서 중국 의류 트렌드의 지표일 뿐만 아니라 해외 브랜드가 중국으로 들어가는 통로이다. 2011년 CHIC에는 21개국 1천여 브랜드, 2만여개의 리테일러가 참여할 정도로 규모가 방대하다. 상하이 패션위크는 중국과 해외의 재능있는 차세대 디자이너를 발굴하여 양육하는 일종의 인큐베이팅 역할을 하고 있다.
그 외 중국 편직품박람회, 중국 실크소싱페어 등 의류생산과 리테일러를 연결하는 박람회들이 개최되고 있다. 이러한 박람회들은 아시아에서는 가장 규모가 크고 참가업체도 중국은 물론 아시아, 유럽과 호주, 미국 등 세계 각지에서 참가하여 중국 패션산업의 세계화로 가는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둘째, 유통 시장의 개방을 빠르게 추진하고 있다. 중국의 WTO 가입과 관련해서 선진국이 가장 주목하고 있는 분야 중 하나가 바로 유통시장의 개방이다. 최근 중국은 유통 서비스 등 3차 산업이 비약적인 발전을 가져오면서 유통 업태의 구조가 다원화하고 있다. 전통적인 유통 영역인 백화점, 전문 브랜드 숍 외에도 대형 슈퍼마켓과 쇼핑센터들이 전국적으로 개설되고 있어 점점 유통의 축이 이들로 옮겨가고 있는 중이다. 바쁜 도시생활과 서구식 생활방식의 보급은 새로운 유통형태를 필요로 하여 신개념 엔터테인먼트식 쇼핑 공간을 탄생시켰다.
대도시를 중심으로 쇼핑뿐만 아닌 음식, 레저, 오락 등 다양한 멀티 기능을 갖춘 복합형 쇼핑몰들이 출현하기 시작했고, 규모는 작으나 하나의 주제를 잡아 운영하는 소형 테마 백화점들도 인기를 모으고 있다. 또한 온라인 쇼핑도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현재 중국의 많은 소비자들이 온라인을 통한 쇼핑을 즐기는 편이다. 최대 온라인 쇼핑 공간인 타오바오의 비약적인 성장은 바로 이러한 온라인 쇼핑의 폭발적인 매력을 보여주고 있다. 중국의 신세대들이 소비의 주력으로 떠오르면서 패션의류 유통시장은 더욱 세분화, 전문화되며 발전하고 있다.
셋째, 중국인들의 패션기호가 놀라우리 만큼 서구화, 고급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 세계 명품시장에서 중국의 소비파워는 모두가 인정할 만큼 막강하다. 세계명품협회는 중국이 장차 세계 명품 소비 1위의 국가가 될 것이라 전망했다. 지난 10년 동안 중국의 럭셔리 시장은 매년 20~30% 정도의 놀라운 성장세를 지속해 왔으며 이 같은 추세는 2012년에도 계속 진행될 전망이다. 베이징과 상하이를 비롯한 1급도시에는 세계적 고급품 브랜드들의 대형매장이 최신 인테리어를 자랑하며 경쟁적으로 개설되고 있다. 특히 2012년은 용(龍)의 해이고 용은 신성과 운수 등을 상징한다.
글로벌 브랜드들은 중국 소비자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가방, 시계, 휴대전화 등에 용이 들어간 디자인 제품들을 다양하게 선보이며 제품 홍보에 전력하고 있다. 중국 명품 소비시장의 특이한 점은 소비의 주력이 젊다는 사실이다. 명품 소비자 중 75%는 45세 미만의 젊은 소비자이며, 또한 45%가 18~34세 사이의 소비자들이다. 중국의 젊은 소비자들은 구찌 같은 명품을 사기 위해 몇 달치의 월급을 아낌없이 쓰고 있다.
중국인들의 막강한 명품 소비파워 배후에는 중국 부호들이 있다. 2008년 중국 부호 가구 수는 이미 160만 가구, 2015년에는 440만 가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경제 침체기를 고려한다 하더라도 향후 5~7년 중국 부호 가정 숫자는 매년 16% 증가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부호들의 수가 큰 폭으로 늘어남에 따라 고급 패션상품에 대한 수요는 더욱 커질 것이고 중국으로 진출하려는 글로벌 패션브랜드들의 노력도 가속화될 것이다.
■ 중국 패션과 시장에 대한 전망
2011년 6월 30일 베이징-상하이 고속철도가 정식 개통함으로써 중국이 고속철도 시대에 들어섰다. 이 철도는 베이징, 톈진, 상하이, 허베이, 산둥, 안후이, 지양슈 등 3개 시 4개 성을 관통하면서, 베이징과 상하이의 경제 통로를 하나로 연결한다. 이미 고속철도가 연결한 24개 도시 중 16개가 고속철도를 중심으로 대규모 도시조성 사업을 시작해 3~4년 이내에 유동 고객과 주민을 대상으로 종합적인 상업, 무역, 상품 전시 기능이 갖춰진 새로운 허브도시들이 건설될 예정이다.
고속철도망의 보급은 중국 전국의 도시화를 앞당기고 이는 소비시장의 확대로 이어질 전망이다. 최근 중국은 금융위기로 인한 경기회복 대책으로 내수시장의 활성화를 선언했다. 중국의 도시화와 소비수요 추세를 봤을 때 이미 상하이, 베이징, 광저우와 선전 등 1급도시 소비시장은 포화상태이고, 각 성의 성 소재지와 연해 발전 도시인 2급도시, 기타 중소형 도시인 3급과 4급도시들이 성장잠재력이 큰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2·3급 도시들의 생활 수준이 계속해서 높아짐에 따라 이들 도시 주민들의 잠재 소비 구매력이 커지고 있다. 패션 기업들은 이러한 시장 흐름 경향을 빠르게 읽을 필요가 있다.
중국에서 향후 패션문화 창조와 소비의 주요 세력으로 부상하는 이들은 1980년대, 1990년대에 출생한 세대들이다. 이들을 '빠링허우', '쥬링허우' 즉 '포스트 80, 90세대'라고 부른다. 그들은 베이징, 상하이 등 1·2급도시 시장의 주요 소비 아이콘으로 떠올랐고, 최근에는 3·4급도시들의 신흥 시장에서 역시 주요 소비 아이콘으로 부상하고 있다. 현재 '포스트 80, 90세대'에 포함되는 인구는 약 3억명에 달하며, 그 중 60%의 인구가 3·4급도시나 농촌에 분포되어 있다.
포스트 80세대들은 중국의 변혁과 시장화, 자유화, 국제화, 다원화의 과도기에 태어나 성장한 이들이며, 포스트 90세대는 디지털화된 소비자들로서 소비에 있어서도 개성을 중요시하며, 트렌드와 유행을 즐긴다. 포스트 80, 90세대의 공통점은 중국의 경제적 성장을 보며 자라서 중국과 중국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고 이것이 패션에서도 과감하게 표현되고 있다는 점이다. 앞으로 패션소비의 주역으로 부상할 이들 신세대 소비자들의 문화적 취향을 정확히 파악하여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난 20년 동안 중국 패션은 문화적으로, 산업적으로도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어 세계의 주목과 관심을 받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성장할 것이다. 성장의 방향은 '중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그들의 생각을 반영하여 문화와 산업의 각 분야에서 중국적인 것과 세계적인 것의 조화로 나타나리라 예상된다.
글 / 김찬주 인천대학교 패션산업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