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75년 일본의 식민정책에 의해 부산과 일본의 나카시키, 쓰시마 항로를 열어주면서 시작한 한국의 물류는 이후 러일전쟁(1904), 강제합병(1910), 일본의 2차대전 패망 및 해방(1945), 한국전쟁(1950)을 맞으며 숱한 우여곡절을 겪는다. 1960년대 해외원조와 제 1차·2차 경제개발 계획이 이루어지면서 비로소 낮은 단계의 유통 형태가 생겨나기 시작하였으며, 1970년대 들어 고속도로를 포함한 사회기간망을 형성하기 시작한다.
1970년대의 경부고속도로 건설은 한국물류 성장에 큰 의미를 주었으며, 이윽고 1970년대 초 컨테이너 부두가 한국에 등장하게 된다. 이렇듯 긴 시간동안 힘든 역경의 시간을 거침에도 불구하고, 짧은 기간동안 압축성장을 보여 온 한국경제에 보이지 않게 큰 뒷받침을 해온 물류에 대하여 과연 언제부터 현대적 물류개념이 도입되었으며, 또 언제부터 본격적인 물류시대가 개화되었는지 궁금해진다.
한편, 1900년대 이전 수도 베이징 인구 100만명을 부양하기 위하여 중국은 곡물이 재배되는 양쯔강 지역에서 베이징까지 약 1천600㎞의 운하를 건설하여 문제를 해결하였으며, 화려한 내륙수운의 시대를 구가하였다. 이러한 물류 전성기는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의 건립 이후 1978년까지 이어지는 여러 단계의 계획경제 시기를 거치면서 퇴색한다.
다양한 한계를 가진 계획경제 시기를 지나 1992년 중국은 드디어 사회주의에 시장경제체계를 도입하는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함으로써 다시금 물류의 강자로 부상한다. 최근 세계의 공장으로 막대한 물동량을 창출하는 중국은 드디어 세계 물류의 구심점에 위치하고 있다. 물류 역사에 나타난 주요 물류현상을 따라 한국 및 중국물류의 시대별 특징을 살펴보다 보면 재미있는 물류 전이현상의 고리를 발견할 수 있다.

한국물류 역사가 미국과 일본에 비하여 길지 않은 까닭에 연대구분에 대하여 많은 논의가 진행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연도별, 시대별로 발생되었던 물류의 중요한 사건을 종합해 보면 우리나라에 물류가 전이되어 들어온 시점과 도입 이후 발전되어 가는 과정을 진단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한국에 본격적인 물류개념이 도입된 시기에 대해서는 일본과 같이 1956년 유통기술전문시찰단의 미국파견처럼 명확하지는 않다.
하지만 45년도 해방, 50년대 전쟁과 원조에 의한 경제재건, 60년대 경제개발계획 추진, 새마을운동 전개, 기초 철도노선의 신개축 등 일련의 사건을 거치면서 물류개념을 받아들일 기초준비가 되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1970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 물류에는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난다. 이 시기 정부의 제 3차 및 4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추진, 유통근대화 5개년 계획 수립, 국가기간 고속도로망이 건설되었다. 특히 경부고속도로의 건설은 국가물류 발전에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본격적인 물류개념의 도입기는 1970년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그러면 우리나라 물류가 본격화되는 시점은 언제일까? 대략 일본 물류역사에서 1965년 다양한 사회제도와 법규가 생성되면서 물류가 본격화 되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는 1980년대에 이러한 중요한 계기를 만난다. 1980년 유통근대화촉진법, 소비자보호법,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의 제정이 일본의 패턴과 유사하며, 우리나라는 물류근대화의 원년을 맞게 된다. 종합하여 정리해 보면 우리나라에 체계적인 물류개념이 도입되기 시작한 시점은 1970년대이며 물류가 본격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한 시점은 1980년으로 파악할 수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한국 물류 근대화 과정을 살펴보면 총 4단계로 구분된다. '1970년대 이전: 물류의 전근대기'로서 1945년 제 2차 세계대전의 종전과 더불어 일제 강점기에서 해방되었으나 전통적인 유교사상의 영향으로 사농공상의 계층의식 속에서 상업을 중시하는 문화는 정착하지 못하였다. 이후 1950년대 6·25전쟁으로 산업기반과 유통기반의 대부분을 상실한다.

이후 1960년대에 접어들면서 제 1차 및 2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추진하면서 공산품의 공급이 많아지고 유통질서에 대한 개선을 생각하기 시작한다. 간단한 형태의 유통채널인 슈퍼마켓이 1968년부터 생겨나기 시작하였으며, 철도건설(동해북부선, 경인선, 경전선), 항만시설 확충 및 건설(부산, 인천, 울산, 목포, 포항)이 이루어지기 시작하였다. 2단계는 '1970년대: 물류의 맹아기'로서 정부의 제 3차 및 4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추진되면서 수출 중심의 경제개발이 이루어지기 시작한 기간이다. 특히 1970년은 유통근대화 5개년 계획이 수립된 해로서 유통경제에 대한 방향을 수립한 중요한 연도였다.
백화점, 연쇄점의 발달이 이루어졌으며 물류면에서는 국가기간 고속도로망이 건설되었다. 경부고속도로(70), 영동고속도로(71), 호남·남해고속도로(73), 동해고속도로(79) 등이 건설되고, 고속도로변에 농산물 집하장이 설치되면서 물류와 상류가 통합되는 현상도 일어났다. 3단계는 '1980년대: 물류의 개화기'로서 정의되었다. 특히 1980년에는 유통근대화촉진법, 소비자보호법,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이 제정되어 유통구조의 비능률적인 요소를 개선해 나갔다.
1980년대에는 물류와 상류를 연결하는 운송, 하역, 포장, 보관 등의 시설을 체계적으로 확충해 나갔으며, 주요 물류시설에 대한 투자도 이어졌다. 중부고속도로, 부산항 3단계 신선대부두 준공, 군산항 건설 등이 이루어졌다. 4단계는 '1990년대 이후: 물류의 도약기'로 명명되었다. 90년도에는 물류정보의 발달, 서해안시대 및 북방교역 확대로 상징되는 국제물류의 진전 등에 힘입어 물류가 급진적으로 발전하는 시기였다. 군장신항, 아산항 확충, 부산 및 광양항의 투포트시스템(Two Port System)이 제기되었다.
한편, 현대개념에 입각한 중국 물류는 같은 아시아권에 속해있는 한국 및 일본에 비하여 시작된지가 오래되지 않아 연대 구분을 하기 용이하지 않다. 따라서 한국의 연대구분에서 사용하였던 연도별, 시대별로 발생한 물류의 중요한 사건을 종합해가면서 중국에 물류가 도입된 시점과 도입 이후 발전되어 가는 과정을 확인해 보고자 한다. 한국에 물류개념 도입 시기가 명확하지 않은 것처럼 중국 역시 도입에 관련된 명확한 시기가 나타나지는 않는다.

단, 중국은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설립 이후 여러 단계에 걸친 계획경제기간을 거쳤다. 즉 경제 부흥기(1949~1952년), 제1차 5개년 계획기(1953~1957년, 1·5계획), 대약진운동기(1958~1960년), 경제조정기(1961~1965년, 2·5계획), 문화 대혁명기(1966~1969년, 3·5계획), 경제 재조정기(1970~1975년, 4·5계획), 10개년 계획기의 전반기(1976년~, 5·5계획)를 거쳤으며, 이러한 계획경제의 끝점이 1978년도였다. 즉 1978년을 중심으로 중국은 문호를 개방하고 전환기를 맞이한다. 따라서 중국 물류연대 구분의 시작은 중화인민공화국 설립에서 계획경제가 끝난 시점(1945~1978년)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며, 이 시기를 중국 물류는 '생성이전기'로 볼 수 있다.
즉 '물류생성 이전기: 1945~1978년'로 정의할 수 있다. 1979년 이후에는 계획경제 체계에서 시장경제 체계로 변화하는 전환기적인 시대를 맞는다. 이 시기 국내 상품유통 및 국제무역이 증대하고 물류업이 발전하기 시작한다. 사회간접자본 시설 중 사회화 정도가 높고, 규모가 큰 철도사업 등을 집중 관리하고, 공로운송, 연해운송, 수로운송 등은 분산경영하는 체계를 갖춘다. 1979년에는 석탄, 목재, 철광석, 강재 등의 원자재 가격이 시장가격에 근접한다. 즉 1979~1991년 기간을 '전환시기 물류기'로 정의할 수 있다. 1992년 중국은 시장경제 체제로 전환하는 중요한 순간을 맞게 된다.
즉 덩샤오핑의 남순선언을 계기로 중국은 본격적인 사회주의 시장경제 체계를 국가목표로 설정하게 된다. 1993년에는 국내 무역부가 설립되고, 국가 경제무역위원회가 설립되었다. 이러한 현상들을 볼때 '1992년~현재'까지의 기간을 '시장경제체제 물류'로 구분할 수 있다. 종합하여 정리해 보면 중국에 체계적인 물류개념이 도입되기 시작한 시점은 1978년이며, 물류가 본격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한 시점은 1992년으로 파악할 수 있다.
한국과 중국의 물류발전사를 종합적으로 정리해 보면, 일제강점기와 전쟁을 겪은 한국이 기본적인 생산기반을 마련한 것은 1970년대이며, 이후 물류를 실현하기 위한 소프트웨어인 각종 법률이 갖추어진 것은 1980년대이다. 한편 계획경제체계를 가지고 있던 중국경제는 1979년을 기점으로 전환경제 체계로 바뀌며, 이 시기를 기준으로 물류의 개념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이후 시장경제 체계를 표방하는 1992년 본격적인 물류가 시작된다. 이는 한국에서 본격적인 물류가 시작된 1980년에 비해 대략 12년 후 중국에 물류가 안착했다는 의미이다.
글 / 여기태 인천대학교 물류대학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