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가 K리그 전북 현대에서 미드필더로 활약하는 에닝요(31)의 특별귀화를 추진한다.
내달 시작되는 2014 브라질 월드컵 최종예선부터 국가대표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이원재 축구협회 홍보국장은 9일 "최강희 대표팀 감독의 요청과 본인의 뜻에 따라 에닝요의 특별귀화를 추진하기로 했다"며 법무부에 신청하는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조중연 축구협회장은 조만간 권재진 법무장관을 찾아가 에닝요의 특별귀화 필요성을 설명하고 협조를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브라질 출신인 에닝요의 특별귀화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이 절차를 통해 한국 국적을 얻는 최초의 축구선수가 된다.
지금까지 K리그에는 신의손 등 귀화선수가 몇 명 있었지만 이들은 원래 국적을 포기하는 일반(완전)귀화 절차를 밟았다.
또 에닝요가 태극마크를 달면 최초의 외국인 출신 국가대표 축구선수라는 타이틀을 갖게 된다.
체육계에선 2010년 5월 분야별 인재에게 복수국적을 허용한 새 국적법이 시행되면서 특별귀화 방식으로 4명이 우리나라 국적을 함께 취득했다.
남자프로농구 문태종(전자랜드)·문태영(모비스) 형제, 여자프로농구 킴벌리 로벌슨(삼성생명), 화교 3세인 쇼트트랙 공샹찡(원촌중)이다.
이 국장은 "다문화 가정이 많아진 우리나라의 환경도 봐야 한다는 차원에서 에닝요의 특별귀화를 추진하는 것"이라며 "일이 빨리 진행되면 2014 브라질 월드컵 최종 예선부터 국가대표로 뛸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2003년 수원에서 K리그에 데뷔한 에닝요는 브라질로 돌아갔다가 2007년부터 2년간 대구에서 뛰고 2009년부터 전북에 몸담았다.
한국에서 5년 이상 연속으로 활약하며 귀화조건을 갖춘 그는 7번째 시즌을 치르는 K리그 173경기에 출전해 66골 48도움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주말 열린 K리그 11라운드에선 베스트 미드필더로 뽑혔다.
에닝요는 지난 1월 브라질에서 진행된 전북의 동계훈련 때부터 귀화 의사를 적극적으로 밝혔다.
그는 당시 스포츠서울과의 인터뷰에서 "최강희 감독이 원한다면 귀화해서 한국 대표팀에서 뛰고 싶은 마음이 있다"며 "최 감독이 국가대표팀을 맡으면서 그 생각이 아주 커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에닝요의 특별귀화가 원활하게 이뤄질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특별귀화 신청과 관련해 체육계를 대표해 추천권을 쥐고 있는 대한체육회가 지난 7일 법제상벌위원회를 열어 에닝요가 아닌 공격수 라돈치치(30·수원)를 추천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최종준 대한체육회 사무총장은 "애초 축구협회는 라돈치치와 에닝요 두 선수의 특별귀화를 추천해 달라고 했다"며 "국내 스포츠계 보호와 선수 포지션 등 제반 여건을 심사한 뒤 한 사람을 골라 라돈치치를 추천키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최 총장은 그러나 라돈치치는 일본에 5개월가량 임대된 적이 있어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상 귀화하더라도 최종 예선 네 경기를 뛸 수 없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축구협회가 이를 뒤늦게 확인하고 라돈치치의 추천신청을 철회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내 스포츠계를 보호하는 차원에서 순수 외국인 선수들의 특별귀화 문제는 신중하게 다뤄야 한다"며 일단 탈락한 에닝요가 추천을 받으려면 사정 변경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오는 31일 스위스에서 강호 스페인과 평가전을 한 뒤 내달 8일 카타르 원정을 시작으로 카타르, 이란, 우즈베키스탄, 레바논 등 4개국과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내년 6월까지 최종 예선을 치른다.
한국이 8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무난히 진출하려면 최종예선에서 최소한 조 2위를 확보해야 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