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북아시아는 1980년대 이후 가장 역동적인 경제성장을 보여주고 있는 한국, 중국, 일본을 비롯하여 북한, 러시아, 몽골 등 6개국이 포함되며, 그 중에서도 한·중·일은 동북아시아 지역의 경제협력에 있어 주체이자 핵심이 되는 세 축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한반도를 포함한 세 나라가 차지하는 국제 경제적 위상과 협력관계는 유럽과 북미대륙의 경제협력 관계에 비하여 미흡하며, 경제발전 수준에 큰 차이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여기에 북한과 러시아, 몽골 등을 포함하여 생각하면 동북아시아 지역내의 협력 및 무역환경 조성은 대단히 어려운 문제가 된다. 동북아시아에 상존하고 있는 정치 군사적 갈등구조와는 달리 경제적 협력과 교류는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 이래 한일 경제관계는 급속히 진전하고 있으며, 한국의 경제성장 모델은 일본의 전후모델과 함께 동아시아 발전모델의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중국의 경우 1978년 개혁개방 선언을 시작으로 실사구시와 정경분리의 원칙에 기초하여 다양한 경제협력정책을 펴고 있다.
특히 과거 한중일은 안행형 발전모델(Flying Geese Model)에 따른 삼각분업체제를 형성하였다. 하지만 이 모델은 미국의 시장제공과 자금공여 등 적극적인 역할이 전제되었던 냉전시대에나 가능하였던 발전모델로 평가되고 있다.
최근 한중일 경제협력을 위한 논의로는 1999년 11월 28일 마닐라에서 역사상 최초로 한중일 정상회담이 개최되었으며, 이때 한중일 경제협력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었고, 경제협력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하였다.
경제통합 형태측면에서 보면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을 위한 논의와 연구가 진행 중인 상태이며, 역내 산업기술 협력과 자유무역이 가능한 ASEAN이나 NAFTA 단계에 이르기까지도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물류경쟁 및 협력 현상의 배경이 되고 있는 동북아지역은 세계 전체 GDP의 17.5%, 세계인구의 23.6%, 세계 외환보유고의 51.7%를 차지하고 있으며, 지난 20~30년간의 고도경제성장의 결과에 따라 유럽연합(EU) 및 북미 자유무역협정(NAFTA)과 더불어 세계 3대 경제권으로 성장하였다.
특히 최근 상호보완성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중국과 북한의 우수한 노동력, 극동러시아와 몽골의 풍부한 천연자원, 한국과 일본의 기술 및 자본력이 상호협력의 대상으로서 주목받고 있다. 특히 경제발전 단계가 상이하여 경제협력 관점에서는 수직적 통합이 필요하며, 경제구조의 보완에 대한 필요성 때문에 좀 더 빠르게 협력할 수 있는 요소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환경속에서 각국은 성장을 위하여 다양한 분야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물류측면에서 한국과 중국의 상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물류경쟁은 여러 곳의 물류처리 거점이 경쟁하고, 이를 통하여 경쟁력이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화물이 집중하는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항만산업의 경우 아시아에서 전통적 의미의 물류거점은 싱가포르(Singapore), 홍콩(Hong Kong), 카오슝(Kaoshisung), 부산(Busan)이었다. 하지만 동 지역 각국의 경제가 경쟁상황에 놓이게 되면서 기존의 물류거점 형태에 변화가 오게 된다.
새롭게 부상하는 상하이(Shanghai), 탄정팔레파스(Tanjung Pelepas), 선전(Shenzhen), 양산(Yangshan) 등이 거점허브(Hub)로 부상하게 된다. 국가간에 허브 지위를 놓고 경쟁하는 이유는 허브가 됨으로써 좀 더 많은 무역과 투자를 유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용창출과 같은 경제의 선순환 효과가 나타나며, 항만 및 공항은 규모의 경제(Economics of Scale)를 이루면서 대규모 화물처리 기지가 된다.
또한 다른 나라와 촘촘한 네트워크를 형성함으로써 국제거래를 원활하게 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진다. 하지만 모든 국가나 거점이 허브의 지위를 가질 수는 없다. 허브지위를 갖기 위하여 제시된 기본적인 조건은 주요 무역거래가 이루어지는 지역과 가까운 중심성을 확보하여야 하며, 물리적·정보적으로 적절한 시설을 구비하여야 한다.
물류처리 속도와 서비스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하여 높은 수준의 효율성이 확보되어야 하며, 다양한 피더항만(Feeder ports)과 잘 연계되는 높은 빈도의 피더서비스(Feeder service)를 갖추어야 한다. 또한 뛰어난 시장 접근성과 부가가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동북아시아에서는 이미 고강도의 물류경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항만의 사례를 들어보면, 중국의 부상은 부산, 홍콩 및 카오슝 항만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2003년 세계 3위의 컨테이너 처리실적을 가진 부산은 중국항만인 상하이와 선전 항만에 각각 3위 및 4위의 지위를 물려주고 5위의 자리로 밀려났다. 이러한 성장의 배경에는 2001~2005년 사이 연 30%씩 성장하는 중국의 컨테이너 물동량이 자리한다.

또한 중국항만에 직기항하는 선사의 증가는 한국항만의 물동량을 큰 폭으로 감소시켰다. 홍콩 역시 선전이라는 강력한 경쟁자를 Pearl River Delta를 공유하며 지근거리에 두고 있다. 이러한 항만의 경쟁은 각국 항만에 대규모 투자가 이루어지게 하는 모멘텀이 된다.
양쯔강으로 인한 얕은 수심으로 고민하고 있는 중국은 상하이 항만의 처리능력을 증강하는 데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또한 2020년까지 상하이 양산항에 총 52선석을 개발할 계획이며, 닝보(Ningbo), 칭다오(Qingdao)항만의 개발도 본격화하고 있다. 이에 맞서 한국은 부산과 광양항에 대규모의 선석개발을 진행 중이다.
한편 최근 기업들의 보편적 경영전략으로 확산되고 있는 협력의 일환인 전략적 제휴는 무한경쟁, 높은 기술개발 비용, 잉여생산력 등의 현안을 해결하며, 다른 기업의 힘을 빌려 자사의 경영능력을 확장시키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확산되고 있다. 동북아시아 지역의 잠재력을 생각할 때, 한국과 중국은 화물과 여객의 원활한 이동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최대한 협력하여야 하며, 국경을 넘나드는 이러한 이동을 위하여 기술적인 표준화 즉, 전원, 철도레일 간격, 도로안전 규칙 등에 대한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제도적인 메커니즘 부분에 있어서도 정부, 항만당국, 관련 민간기업 등이 참여하는 해운 및 항만협의체를 형성하고, 해상수송과 항만의 발전을 위하여 전문가의 교환, 자문, 기술적 협조 등의 활동이 필요하다. 특히, 동북아시아에서 해운 및 항만의 협력은 동 지역의 경제적 발전을 위하여 매우 중요하다. 조화로운 해운 및 항만의 발전을 위하여 몇 가지 해결하여야 할 문제점들이 있다. 먼저 해운 및 항만의 균형 잡힌 메커니즘이 부족한 상황이다.
선박증가 대비 항만건설이라는 상관관계가 잘 작동하지 않으며, 해운산업의 마켓진입에 대한 규정이 여전히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동북아시아 해운 포럼 및 항만운영자 포럼 등이 존재하지만, 동 지역의 해운 및 항만산업을 효율적이고 강력하게 지휘할 조직이 없는 실정이다.
또한 지역의 발전보다는 각국의 이해관계를 우선시하기 때문에 EU와 같이 지역 국가간 가까운 관계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 해운 항만에 대한 정보공유가 부족하기 때문에 동 지역의 최적 선대, 터미널 건설 용량 등에 대한 공동문제 해결이 어려운 실정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해운 및 항만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각국의 유관기관에 상황을 상시 전달하며, 연구기관을 설립하여 해운항만 정책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하여 선박과 항만터미널 건설에 대한 규정을 제정하고 시행할 필요가 있다. 또한 해운 및 항만업체들이 새로운 사업기회를 만들기 위하여 조인트 벤처(Joint Venture) 회사를 다양하게 설립할 필요가 있으며, 이러한 회사를 돕기 위하여 각국은 세금혜택 등의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여야 한다. CIQ(Customs, Immigration and Quarantine 세관, 출입국 관리 및 검역) 절차의 간소화 및 협력은 동 지역의 화물 및 여객의 운송을 더욱 용이하게 할 것이다.
공항측면에서 살펴보더라도, 공항시설에 투자된 비용은 대부분 회수 불가능한 매몰비용(Sunk cost)에 해당되기 때문에 입지선정의 실패 및 공항서비스의 중단은 막대한 국가재원의 낭비를 초래한다. 따라서 동북아 공항간 협력이 긴요하다. 다행히 동북아 국가간에는 2001년 제주도에서 동아시아공항협력체(EAAA:East Asia Airports Alliance)를 설립하여 매년 정례회의를 개최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대규모 물류시설의 경쟁은 대부분 제로섬게임(Zero-sum game)으로 귀착되어 과잉공급과 투자재원의 낭비를 초래하여 경쟁에 참여하는 국가 전체의 물류비 효율을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불합리를 줄이기 위하여 물류협력 전략이 필요하다.
그러나, 동북아시아 지역의 항만과 공항의 물류협력은 초기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선의의 경쟁은 필요하지만 과대 중복투자는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피해야 할 중요한 과제이며, 최소한의 투자로 물류시설 간 적절한 선의의 경쟁이 될 수 있도록 국가차원의 배려가 절실한 실정이다.
글 / 여기태 인천대학교 물류대학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