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재지역의 옛 모양

2012년은 다산(茶山) 정약용 선생이 태어난 지 250주년이 되는 해이다. 조선 정조때 문신으로 실학자·저술가·시인·철학자·과학자·공학자였던 다산은 500여권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의 '여유당집(與猶堂集)'을 남겼고 한자 문화 이래로 가장 많은 개인 저술을 남긴 사람 중 한 분이다. '경세치용학(經世致用學)'과 '이용후생학(利用厚生學)'을 결합해 실학의 위상을 한 단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남양주시 마재는 정약용 선생의 고향 마을. 이곳에는 정약용 선생이 가장 아끼던 산책로 '다산길'이 있다.

#정약용 선생이 즐기던 산책로 '다산길'

남양주 시민이면 누구나 한번은 가본 길이 있다. 바로 다산유적지가 있는 조안면 능내리 마재마을(현 능내리)의 다산길이다.

다산길은 조선 말의 위대한 학자인 다산 정약용 선생의 실학정신이 깃들어 있다. 다산길은 정약용 선생의 생가와 묘가 있는 능내리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이곳은 한강이 넘실거리는 강변이라 새벽녘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풍경은 신선의 세계, 바로 속세와 단절된 듯하면서도 소통을 갖고 있는 곳이어서 주말이면 나들이객들로 붐빈다.

▲ 수종사에서 내려다 본 두물머리 일출

마재(마현)는 팔당호 주변 다산유적지의 한적한 마을로 정약용 선생이 태어난 마을이다. 다산유적지 입구에서 한강변으로 이어지는 다산길은 정약용 선생이 가장 아끼던 산책로로 경치가 아름답다. 남한강과 북한강이 합쳐지는 두물머리 바로 밑에 있다. 교통은 좀 불편하지만 풍류가들이 손꼽는 한강의 풍치 중 한양의 제1관문이라고 전해지는 곳이 바로 정약용 선생의 생가를 중심으로 펼쳐져 있는 다산길이다.

초천(苕川)은 정약용 선생의 생가 앞을 흐르는 한강의 실개천으로 이 천을 따라 정약용 선생은 배를 타고 한양과 운길산, 수종사, 천진암을 노닐거나 한강에서 낚시를 즐기고는 했다. 지금은 다산유적지와 실학박물관을 잇는 길이다.

다산길에는 아주 중요한 곳이 있다. 정약용 형제들이 천주교를 접했던 마재성지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모진 박해와 탄압속에서도 정약용의 셋째형 정약종이 가솔을 데리고 살았던 곳이기도 하다. 천주교 성지로 지정된 이곳은 여느 성지보다는 규모가 작다. 하지만 십자가를 비롯한 성물들은 조각품을 보는 것처럼 창의적으로 디자인돼 눈길을 끌고 있다. 다산길이 다산유적지로 지정되면서 현재는 산책로가 모두 콘크리트로 포장돼 있지만 한강변으로 이어지는 산책로는 아직도 자연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 한강 자전거길

특히 이 곳은 상수원 보호구역에다 그린벨트 지역이라 옛 정취가 아직도 많이 보존돼 있어 수도권에서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다산길이 있는 능내리는 조선시대부터 구한말까지 광주군 소속이었고 1906년 양주군 초부면에 소속됐다가 1914년 양주군 초부면 봉안리와 마현리 일부, 그리고 능내리를 합쳐 '능내리'라 했고, 와부면에 소속됐다가 1986년 조안면으로 분리됐다.

# 올레길(다산로)로 재탄생한 다산길

실학박물관이 개장하고 정약용 선생 생가 주변이 공원으로 새롭게 단장되면서 다산길은 남양주의 문화 아이콘으로 거듭나고 있다.

다산로는 팔당역에서 시작해 한강나루길(1코스)과 다산길(2코스), 새소리명당길(3코스) 등 3개 코스로 나눠 총길이 169.3㎞를 자랑한다. 마을과 마을을 잇는 옛 길이 총 13갈래의 아름다운 길인 올레길을 통틀어 '다산로'로 부른다.

다산로 가운데 백미는 다산유적지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한강나루길과 다산길, 새소리명당길이 이 곳을 거쳐간다. 다산유적지 주변에는 연꽃군락지와 한강, 토끼섬, 능내역, 마재성지 등 볼거리가 몰려 있다. 짧게 걷는다면 다산유적지~연꽃군락지~능내역~마재성지~다산유적지 코스를 선택하면 된다. 1시간 내외면 충분히 돌아볼 수 있다. 눅신하게 철길을 걸어보고 싶다면 여기에 새소리명당길과 한강나루길 일부를 포함하면 좋다.

▲ 다산로 오솔길

마재성지에서 새소리명당길을 따라가서 운길산역에서 철길을 따라 능내역으로 돌아오는 한강나루길로 코스를 잡으면 철길 여행과 호젓한 시골길 여행을 함께 즐길 수 있다.

다산유적지 주차장에서 마재성지로 가는 길은 두 갈래다. 여름철에는 한강의 강변을 더듬어 가는 다산산책로가 좋다. 이 길을 따라가면 능내리 연꽃마을에서 조성한 연밭을 볼 수 있다. 가을에는 마재고개를 넘어가는 게 좋다. 발에 치이는 낙엽과 분위기 좋은 카페를 끼고 간다. 마재고개는 주차장에서 차를 타고 온 길을 거슬러 간다. 데크로 조성한 인도를 따라 300m쯤 가면 야트막한 고개에 이른다.

이 곳에 '새소리명당길 6.7㎞'라는 이정표가 있다. 이후로는 '새소리명당길' 이정표만 따르면 되는데, 갈림길마다 설치돼 있어 길 찾기가 쉽다.

마재성지에서 마을길을 따라 내려오면 개구리밥이 잔뜩 떠 있는 저수지가 있다. 저수지에는 돛단배가 서 있다. 여름철에는 수면이 연잎과 개구리밥으로 온통 초록으로 물든다. 밤낮의 일교차가 큰 가을에는 물안개가 자욱하게 피어나 신비감을 준다. 이곳에서 다산산책로를 따라 주차장으로 갈 수 있다.

저수지를 지나면 철길과 만난다. 이곳부터 팔당역으로 이어진 구간의 철길이 폐선 구간으로 지금은 한강에서 출발, 양평을 거쳐 남한강으로 이어지는 자전거도로로 이용되고 있다.

▲ 마재성지 주차장

다산유적지를 중심으로 한 다산로는 한강변을 끼고 자전거도로와 산책로가 조성돼 있어 수도권 제일의 경치를 자랑하는 곳으로 역사와 현실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미래를 향한 꿈은 과거의 길과 만나는 곳 다산로, 이곳은 남양주에 발자취를 남긴 선인들과 그들이 남겨준 문화유산에 대한 애향심과 긍지를 북돋아주는 기틀을 다져주는 곳이다.

글┃남양주/이종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