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른 더위로 인해 바다나 계곡이 그리워진다. 무턱대고 바다로 달려갈 수는 없겠지만 시원한 파란 바다를 떠올리면 무더위도 쉽게 떠나갈 것 같다. 이런 마음을 갖고 서울 청량리역으로 달려가 동해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매번 버스를 이용해서 여행을 떠나곤 했지만 이번 여행길은 주변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기 위해 기차를 선택했다.
동해시로 가는 기차는 태백산맥을 넘어가며 다양한 풍경을 즐길 수 있다. 제천을 지난 후 기차가 산길로 들어서면 산언저리 한쪽에 자리잡은 집들이 자연과 어우러져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렇게 5시간30여분을 달리면 묵호역에 도착하게 된다.
#묵호등대 오르는 논골담길
논골담길 입구에는 이런 문구가 있다.
"지금, 당신의 마음속을 들여다보세요.
그 속에는 당신이 떠나고 싶은 여행지가 있을 거예요.
혹여, 가슴 속에 도망치듯 떠나온 곳이 있다면,
지금 서 있는 이곳은 아닌지요?
세상으로 난 모든 길 위에는 수많은 여행자들이 있어요.
그 많은 여행자 중 당신이 우연히 이곳에 서 있다면
燈臺로 난 논골담길에서의 당신의 行路는
墨湖를 여행하는 순례자의 또다른 희망찾기입니다."

논골담길은 시간이 멈춰져 있는 길이다.
논골마을은 강원도 동해시 묵호진동을 말한다. 묵호진동은 일제강점기인 1941년 어업전진기지로 묵호항이 개항하면서 마을이 형성됐다.
당시에는 오징어와 명태를 비롯해 동해안의 풍요로운 어장과 함께 성장했지만 1970년대 동해 인근에 시멘트공장과 무연탄공장이 들어서면서 더욱더 활기찬 모습을 띠었다.
지금은 옛 모습을 찾아보기 힘든 잊혀져가는 달동네에 불과하지만 벽화를 통해 추억을 되새길 수 있다.
구불구불한 달동네 길가 담장에는 리어카가 그려져 있고, 매화나무가 흐드러지게 꽃을 피우고 있다.


동해 최대 어항 중 하나로 꼽혔던 묵호항의 옛 영광을 그리워하는 듯 오징어잡이 배가 묵호 앞바다를 밝히고 있는 모습을 담은 그림과 동해안의 멋진 일출 풍경도 볼 수 있다.
또 가파른 경사길을 머리에 짐을 이고 가는 노파와 골목길 귀퉁이에 그려져 있는 조그만 가게의 모습 등 정겨운 풍경들이 담장을 장식하고 있다.
#논골마을의 또다른 길 '등대오름길'
논골담길이 묵호진동의 옛 추억을 되새기는 길이라면 '등대오름길'은 묵호 앞바다의 아름다운 풍경을 즐길 수 있는 길이다.

보통의 어촌마을이 그렇듯 산비탈에 서로 어깨를 맞대고 있는 집들로 빼곡하다. 여기에다 주인이 떠난 집들, 그리고 빈 공터와 그 곳에 피어있는 이름 모를 풀꽃들이 그림같은 풍경을 만들어준다.
또 묵호 등대에서 내려다보이는 묵호항과 동해안 풍경, 동해시 전경 등은 여행자의 눈을 사로잡는다. 묵호 등대에서 방파제로 이어져 있는 비탈진 길에는 아기자기한 캐릭터 그림들과 바다 정취를 즐길 수 있는 시구들이 지루함을 달래준다.
글·사진/김종화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