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행일시: 2012년 6월9일(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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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이 머물던 자리가 산이름
왕방산은 광주산맥으로부터 서쪽으로 뻗어나간 천보산맥의 북쪽에 위치한 산으로 포천시와 동두천, 양주군과 경계를 이루고 있다.
신라 헌강왕 3년(872)께 도선국사가 이곳에 머무르고 있을 때 절의 창건과 함께 왕이 친히 방문해 격려해주었다. 이때 산 이름을 '왕방산(王訪山)'이라 하고 절 이름은 '왕산사(王山寺)'라 했다고 봉선사 본말약지는 전하고 있다. 또 포천군읍지(抱川郡邑誌), 견성지(堅城誌) 기록에 의하면 조선의 태조 이성계가 왕위에 오르기 전부터 이 산에서 무예를 익히고 사냥을 했으며, 왕위에 오른 후에도 단오와 추석에 강무(講武·임금이 참관하는 무예시범)를 했다하여 왕방산이라 부르게 됐다고 한다.
태조 이성계가 왕위를 아들에게 물려주고 함흥에 살다가 한양으로 돌아오던 중 왕자의 난 소식을 듣고 비통한 마음을 달래고자 이 산을 찾았다는 다른 유래도 전해지지만 시기적으로 맞지 않는다는 얘기도 있다.
이와 관련 함흥에서 두문불출하던 이성계를 아들 이방원의 명령으로 모시러 갔던 대신들이 돌아오지 않는 일이 잦아 '함흥차사(咸興差使)'라는 말이 생겼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이는 함경도 안변지역 동북면에서 안변부사인 조사의가 1만 여진족과 함께 반란을 일으켜 태종이 지역토호세력의 규합을 막기위해 상호군 박순을 파견, 수령들을 회유하였지만 실패해 죽음을 당한 게 후세에 잘못 알려진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이성계의 묵시적 동의 내지 가담에 따른 결과라는 주장도 있음).
#태조 이성계와 왕방산
왕방산 서북방향에 위치한 소요산은 태조가 머물던 행궁이 있던 곳으로 함경도 안변지역으로 떠난 후 한양으로 돌아오지 않고 머물다가 성석린의 환도요청을 받고 한양으로 오던 중 추운겨울임에도 고집스럽게 찾아들어가 한양을 지척에 두고 태종에 대해 섭섭한 마음을 억누르고 삭이던 곳이기도 하다.
이때 태종은 아버지 태조가 상왕(上王)으로서 정무에 소외된 것을 위로하기 위해 일부 정승을 소요산으로 보내 상왕의 결재를 받도록 조치하였고, 자신이 장기간 소요산에 머물며 상왕을 설득할때에도 신하들이 결재를 받으러 장기간 그곳에 파견되어 마치 정부가 그곳으로 옮긴 것과 같다하여, 그곳의 지명이 오늘날 '의정부(議政府)'라고 불리게 된 것으로, 왕방산과 소요산 일대는 태조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지역이 아닐 수 없다.
호병골 역시 호위병사들이 머물던 곳이 지명으로 굳어진 것으로 왕숙천, 팔야리(이성계가 한양에 들어가기 전에 여덟 밤을 지낸 마을) 등도 같은 경우라 하겠다. 참고로 이러한 유래를 갖고 있는 왕방산의 표기를 일제시대에는 왕(王)자에 날 일(日)자를 붙여 旺자로 바꿔 표기했으나 최근에는 원래의 '王'자로 바꿔 놓았다. 서울의 인왕산(仁王山)도 같은 경우로 볼 수 있다.
#자동차와 자전거 그리고 등산객
포천시내에서 왕산사까지의 도로를 따라 30분쯤 오르다 보니 아스팔트에서 더운 열기가 올라와 짜증이 밀려온다. 다시는 이 길로 안올거라고 다짐하며 산길로 접어드니 나무그늘 덕분에 살 것 같다. 왕산사에서 서쪽 길을 따라 30분을 올라 주능선 삼거리에 서자 안내판이 정성스레 정상으로의 길을 안내해준다. 완만한 곡선을 그리고 있는 능선에선 동두천시와 소요산이 지척인데다 발아래 포천읍내가 한 눈에 들어온다.
정상도 민둥머리처럼 밋밋하지만 북쪽으로 종현산, 금주산, 문악산, 주금산, 죽엽산 등이 보이고 한북정맥인 운악산, 국사봉, 백운산이 줄지어 나타난다. 산을 잇는 형태를 보노라면 마치 왕방산이 그 가운데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는 묘한 매력을 지녔다.
산중턱에 난 임도는 산악자전거를 탈 수 있도록 잘 조성돼 있기에 취재 당일에도 많은 동호인들이 바람을 가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다양한 모습으로 마음껏 즐기는 사람들에게 산은 너른 품을 내준 것이다. 산 아래로 자동차 길을 내주었고 산중턱엔 자전거 길을, 그리고 산 능선에 산길을 인간에게 내준 것이다.
산행은 포천읍에서 호병골~보덕사를 경유해 정상에 오르는 코스가 있고, 포천읍에서 서북쪽 창수면을 넘어가는 고갯길인 무럭고개에서 서남쪽으로 이어진 주능선을 타고 정상에 이르는 방법 등 다양한 코스가 있으며 노약자나 어린이를 동반하여도 무난한 산행을 할 수 있을 만큼 위험구간이나 난코스는 없는 편이다.
#피서지로 각광받던 깊이울계곡의 갈증
왕방산 산행 코스는 국사봉 연계코스가 많이 이용되는데 왕방산 북쪽은 깊이울계곡, 무럭고개~왕방산 북동릉을 경유하는 코스가 대표적이며 산 동쪽 포천시내 방면은 한국아파트~북동릉, 신읍동 4통~왕산사~북동릉, 어룡동~밤나무단지~성광사~왕산사 갈림길을 경유해 정상에 오르는 코스가 많이 이용되고 있다. 남쪽에서는 대진대학교와 선단초교에서 오르는 코스가 인기 있으며 산 서쪽 동두천시 방면에서는 탑동 왕방이 마을 오지재고개에서 시계(市界) 능선인 남서릉으로 오르는 코스가 자주 이용되고 있다.
비교적 쉬운 내리막을 택하려다 여름철 피서지로 각광 받고 있는 깊이울 계곡을 찾아 내려가기로 하고 해룡산과 천보산맥, 도봉산을 뒤로 한채 국사봉 방향의 깊이울고개에서 오른편의 계곡방향으로 내려선다. 녹음이 우거진 6월의 산길에서 만나는 싱그러움과 물소리 가득한 계곡을 상상하며 부푼 가슴으로 내려왔건만 가뭄은 생각보다 심각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바짝 말라버린 계곡에 그나마 몇군데 웅덩이처럼 고인 물도 그다지 깨끗해 보이지 않는 것이 참으로 안타까웠다. 더군다나 손 담그기도 민망한 물에 발 담그고 머리 감는 풍경에 실소를 금치 못하고 뒤돌아서 서둘러 내려오고야 말았다. '배려' 라는 단어가 새삼 큰 무게로 다가온다.
○ 산행 안내
■ 등산로
포천시청~호병골~왕산사~삼거리~왕방산 정상~삼거리~한국아파트 갈림길~무럭고개(4시간50분)
포천시청~호병골~왕산사~삼거리~왕방산 정상~깊이울고개~깊이울계곡~깊이울저수지~심곡2리(4시간30분)
무럭고개~한국아파트 갈림길~525봉~왕산사 갈림길~왕방산 정상~왕방이고개~깊이울고개~깊이울저수지~심곡2리(4시간)
오지재고개~570봉~장기바위~674봉~왕방산 정상~깊이울고개~깊이울계곡~심곡2리(4시간)
■ 교통
수도권외곽순환도로~별내IC~포천 송우리~차의과대학 방향 좌회전~오지재고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