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으로 유명했던 전라도 곰소가 고향인 '너와집'사장님은 어릴 적부터 백합 좋은 것을 알고 자랐다. 고향을 떠났어도 백합에 대한 자부심을 잃지 않고 13년 전 광주에 백합집을 차렸다. 새만금 방조제가 들어서면서 고향에서는 더이상 백합이 나지 않지만 고향분이 지금까지 필요한 만큼 백합을 공급해주고 있다고 한다. 한창 붐비는 때는 20㎏짜리 백합자루를 1주일에 40자루씩도 받는다고 한다.

백합요리 전문점 '너와집'의 메뉴는 백합샤브가 2만원, 백합전병 2만5천원, 백합찜 2만원으로 평상시 즐겨먹기에는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게다가 백합샤브 A코스가 4만5천원이니 웬만한 정성이 아니고서야 손님을 만족시키기 어려울 듯하다. 그러나 이곳은 13년째 맛집으로 지역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으니 의심없이 특별한 날 좋은 분들과 찾을 만하겠다.


코스요리 첫번째로 나오는 것은 양배추 샐러드와 탕이다. 이어서 전병말이가 나온다. 쌀전병에 파프리카와 백합알, 초고추장과 발사믹 크림을 배합한 소스를 넣고 말아낸 것이다. 아삭아삭 쫄깃쫄깃한 식감이 침샘을 자극한다. 매운 소스를 곁들인 백합찜과 새콤달콤하게 채소와 버무린 백합무침, 발사믹 크림소스를 얹은 전복으로 입안에 잔치가 한바탕 벌어지고 나면 샤브샤브가 나온다. 김치깍두기를 찬으로 하고 백합을 듬뿍 넣어 끓여낸 육수에 각종 채소와 고기를 데쳐 먹는 것은 보통의 샤브샤브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버섯, 시금치, 청경채, 쇠고기, 국수까지 다녀간 백합 육수에 끓여먹는 흑미죽은 향기롭고 부드러워 한껏 배가 불렀어도 마다하기 힘들다. 후식으로 샛노란 호박차까지 마시고 나면 식사가 끝난다. 여러가지 백합요리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뭐니뭐니해도 아무 양념도 없이 특별한 조리법도 없이 시원하게 끓여낸 백합탕이다.


이 백합탕을 한번 맛본 후로는 간혹 짜거나 맵거나 느끼하거나 입맛에 안맞는 음식이 지금 먹는 상위에 놓여있을때나 입맛이 없을때, 아무튼 맛있는게 그리울 때마다 이 백합탕의 시원하고 깔끔한 맛이 떠오른다.

식당을 운영하는 이소씨는 "6월은 산란기라 백합을 씹는 맛이 다르고, 9월부터 4월까지 백합이 가장 부드럽다"며 "기왕 찾아오신 분들께 백합이 내는 여러가지 맛을 한번에 감상할 수 있는 코스요리를 드시길 권한다"고 말했다. 문의:(031)763-0116

/민정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