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년 전 한국을 떠날 때만 해도 한국의 의료기술이 이렇게 발전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지금은 한국이 '시기'의 대상이 되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젊은 의사들이 미국 등 선진국에서 연수 기회를 많이 갖고 있고, 인터넷이 발달해 새로운 약과 치료법을 빨리 접하고 있는 점도 상당히 고무적입니다."

김의신 박사가 보기에 한국의 의료 수준은 꽤나 높아졌다. 그러면서도 김 박사는 암에 대한 한국의 의사와 한국인에 대해서는 아직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많다고 덧붙였다.

"미국에서 만난 한국의 젊은 의사들을 보면 성취 의욕이 없는 경우가 많고 자신이 배우고 있는 환경에 대해 감사할 줄을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까울 때가 많아요. 한국의 젊은 의사들이 세계와 경쟁할 수 있도록 의사로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고 싶기도 합니다." 세계로부터 주목받아 온 선배 의사로서 미래의 의사들에게 '새로운 열정'을 심어주고, 환자들에게는 '선진국형 암치료 방법'을 알려주고 싶다는 것이다.

김 박사는 미국이 암 치료에 있어 세계인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은 의료진에 대한 '신뢰' 문제라고 말한다. 이것이 곧 선진국형 암치료 방법이다. 김 박사는 의료 경험을 기록한 저서 '서울에서 휴스턴까지'에서도 밝혔듯 '환자는 의사를 전적으로 믿어야 하고, 의사는 환자를 100% 믿게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앞으로 한국에서 강조할 계획이다. 한국인 암환자들이 저명한 의사를 찾아 시골에서 도시로, 나아가 미국 땅까지 찾아오는 반면, 미국인들은 집 근처 동네 병원을 믿고 치료를 받는다는 점을 한국에도 알리고 싶다.

"암센터는 서울에도 있고, 지방에도 있어요. 환자와 보호자에 대한 제대로 된 교육이 진행된다면 지방에 있는 암환자들이 서울로, 미국으로 찾아갈 이유가 없지요. 변호사·의사같이 이미 많은 지식을 머릿속에 갖고 있는 환자보다는 아무런 의심 없이 의사를 믿고, 끝까지 따라주는 환자가 더 큰 효과를 봅니다. 한국의 암센터에서도 이러한 환자 교육과 치료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정진오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