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국제여객터미널(현재 인천항 제2국제여객터미널)에서 개최된 취항식 모습. /위동항운 제공

한국과 중국의 수교가 이뤄지기 2년여 앞선 1990년 9월 인천과 중국은 먼저 인연을 맺었다.

한·중 카페리(여객과 화물을 동시에 수송하는 선박)를 통해 인천항과 웨이하이(威海)의 바닷길이 먼저 놓인 것이다. 이 바닷길은 정식 수교가 맺어지기 이전까지 단순한 가교 역할 그 이상을 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중 카페리를 통한 인천항의 국제여객은 어느덧 100만 시대를 맞을 정도로 눈부시게 성장했다. 지난 20여년간 한·중 교류에 있어 적지 않은 역할을 해온 한중 카페리의 의미와 성장 과정을 살펴본다.

■ 인천~웨이하이 역사적 항해의 시작

1990년 9월 15일 오후 5시 인천항 제1부두에 중국을 향하는 기대에 찬 뱃고동 소리가 울려퍼졌다. 한·중 합작법인인 위동항운의 골든브릿지호가 인천항을 출발해 중국을 향하는 첫 항해가 시작된 것이다. 이 항해는 인천~웨이하이간 항로답사를 위한 처녀출항이었다. 위동항운 설립에 참여한 6개 합작 선사 관계자와 당시 해운항만청, 세관, 검역소 등 관계자 126명 만이 골든브릿지에 승선했다. 일반 승객은 탑승하지 않았다.

▲ 입항 당시 웨이하이항 전경

당시 투입된 골든브릿지(Golden Bridge)호는 1975년 건조된 선박으로 총t수 4천317t에 여객 정원은 480명이었다. 16kt의 속력에 컨테이너는 69 TEU를 실을 수 있었다. 이날 출항에 앞서 취항식이 개최됐다. 취항식에는 이종순 위동항운 사장을 비롯해 김영삼 민주자유당 대표 최고위원과 심재홍 인천시장과 진영일 인천지방해운항만청장, 유관기관 및 업체 관계자 300여명이 참석해 역사적인 순간의 기쁨을 나눴다. 1949년 중국 공산당 정부가 들어선 후 끊겼던 해상통로가 41년만에 열리는 가슴 벅찬 순간을 모두 함께 축하했다.

■ 카페리 항로의 개설 배경

한·중 카페리 항로는 1978년부터 시작된 한·중 경제교류가 그 바탕이 됐다. 양국간 경제교류는 1978년께 중국의 대내외 경제개혁과 개방정책에 따라 시작됐다. 이 때부터 시작된 경제교류는 1979년 1천900만달러에 그치던 한·중 수출입 규모가 1990년 29억 달러로 크게 확대되는 결과에 이르렀다. 하지만 한중간 교역은 1970년대 말부터 1980년대 말까지 홍콩, 일본, 싱가포르 등을 중개지로 하는 간접 교역 방식에 의해서만 이루어져 왔다. 운송수단도 제3국 선박에 전적으로 의존했다. 환적에 따른 수송 비용으로 인한 양국의 유출도 매우 컸다.

해운분야는 국제관례상 '자유항행원칙'이 준용되고 있다. 따라서 해상정기항로를 개설하는 것은 국교 수립 이전에 민간이 도입할 수 있는 직접적 교류수단이었다. 어느 국가든 해운업을 국가기간 산업으로 육성해오고 있고, 경쟁적으로 자국의 수출입 화물을 자국 선박으로 수송하려는 자국선 수송원칙과 해운업에 의한 외화 획득을 목표로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 골든브릿지호

한·중 정부는 1989년 비공식 협의과정을 통해 양국간 해상직항로 개설을 합의하며, 상호호혜 평등원칙에 따라 한·중 양국 업체들이 50대50 지분의 합작회사를 설립해 운영하는 공동이익배분원칙을 채택했다. 제3국적 선사의 참여는 원천적으로 봉쇄하기로 합의했다. 1989년 6월15일 한·중 컨테이너정기선 항로가 먼저 개설됐지만, 양국간 폭증하는 여객·화물의 수송수요에 대한 적절한 대응책은 될 수 없었다. 1980년대 말 전세계적 탈 냉전무드와 중국의 대외개방노선 전환과 1988년 서울올림픽과 1990년 베이징아시안게임 등도 한·중 카페리 항로 개설의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었다.

■ 한·중 카페리의 성장

한·중 카페리 시장은 국제 해운시장의 '블루오션'으로 불릴 정도로 중요한 위치를 확보하며 성장해왔다. 한·중 카페리가 확고하게 자리를 잡은 것은 한·중 양국에서 24시간 이내에 화물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주효했다. 카페리를 이용하는 컨테이너 화물은 당일 통관을 원칙으로 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쾌속 서비스는 앞으로도 인천과 중국간의 컨테이너 운송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계속 담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1990년 웨이하이 1곳으로 시작한 카페리 기항지는 20여년간 꾸준히 증가해 현재는 15척의 카페리선이 우리나라의 인천·평택·군산과 중국의 웨이하이·칭다오·다롄 등 12개 도시 사이를 오간다. 양국간 인적ㆍ물적 교류도 크게 성장해, 개설 첫해 9천412명이던 여객은 지난해 171만1천600여명으로 늘었다. 화물운송 또한 첫해 248TEU(1TEU는 20ft 컨테이너1개)에 불과하던 물량이 정점에 달했던 2011년에는 53만3천008 TEU로 치솟는다.

한·중 카페리항로는 1990년 인천~웨이하이 항로를 시작으로 1990년대를 거치며 7개 항로가 개설됐지만 이중 2개 항로가 서비스를 중단했고 2000년 이후 10개 항로가 새로 개설돼 2011년 현재 12개 선사에서 15개 항로가 운항중이다. 

/김성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