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동안 연락이 끊겼던 친부의 사망 소식을 뒤늦게 듣고 묘를 찾아 나선 딸의 가슴 아픈 사연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경북 구미에 사는 김모(30·여)씨는 최근 20여년전부터 찾고 있는 아버지의 소식을 접했다.
하지만 혼외정사로 자신을 낳은 친부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이에 김씨는 아버지의 묘지라도 찾아 참배하기로 마음먹고, 삼촌을 찾는 민원을 자신이 태어난 안양만안경찰서에 접수했다.
만안서의 도움으로 삼촌을 만난 김씨는 오랫동안 그리던 아버지의 묘소를 찾게 됐다. 친부는 김씨를 유달리 예뻐해 가족에게 미안한 마음을 애써 외면하고 한달에 한번은 거르지 않고 만나며 부녀간의 애틋한 정을 확인했다.
이런 부녀를 갈라 놓은 것은 병마였다. 부친과의 만남이 초등학교 5학년 되던 해부터 뜸해졌으며, 6학년이 되면서는 전화로 만남을 대신하게 됐다. 김씨의 기억에 부친과의 마지막 대화는 전화통화였다.
"초등학교 졸업식과 중학교 입학식때 꼭 가겠다"고 한 아버지의 약속은 끝내 지켜지지 않았으며, 그후 연락이 끊겼다. 삼촌 김씨가 들려준 부친의 근황은 딸에게 충격적이었다. 딸이 5학년 무렵 대장암이 발병했으나 치료 시기를 놓쳐 병사했다.
딸과 약속을 지키지 못한 아빠는 딸을 가슴에 묻고 세상을 떴다. 부친은 임종 전 막내 딸을 찾았지만, 어린 딸이 충격받을 것을 염려한 생모가 딸을 보내지 않았다. 딸 김씨는 "몸이 편찮으셨던 아빠가 세상을 떠나기 전 정을 떼기위한 준비를 해왔던 것 같다"며 서러움에 북받쳐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김씨는 "삼촌과 함께 아버지가 묻혀있는 공원묘지를 찾아 20년전 초등학생이었던 제가 바르고 예쁘게 자라 어른이 된 모습을 보여드린다"는 말로 그동안의 회한을 대신했다.
안양/이준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