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 말로만 들었지 실제로 느껴보는 건 처음이에요."
직업군인을 꿈꾸고 있는 김상민(이천 제일고 3년)군은 평화누리길을 걸으며 수많은 군부대를 보며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김군은 "무더위에도 국민들의 평화로운 생활을 위해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밝혔다.
지난 5일부터 8일까지 3박4일간 연천군과 파주시 일원에서 진행된 경인일보 창간 52주년 기념 '2012 DMZ 청소년 탐험대'가 30도가 넘는 폭염을 이겨내고 행사를 마쳤다.
30여명의 탐험대원은 첫날인 5일 분단의 상징으로 불리는 경원선 열차를 타고 연천군으로 들어가 2일간 평화누리길 30여㎞ 구간을 완주했다.
또 행사 마지막 날인 8일에는 비무장지대에 위치한 파주시 해마루촌(동파리 마을)과 임진각을 방문했다.
■ 경원선, 더 이상 달리지 않는 철마
수원 화성행궁에서 발대식을 가진 탐험대원들은 미리 대기하고 있던 버스를 이용해 동두천역으로 이동했다.
3박4일간 이용할 숙소(연천 허브빌리지)로 곧바로 이동할 수 있었지만 동두천역으로 향한 건 분단으로 인해 현재 연천 신탄리역까지만 운행하고 있는 경원선 열차를 타기 위해서였다.
서울과 원산을 이어주기 위해 1914년 개통한 경원선은 전체 223.7㎞ 구간 중 현재는 용산~신탄리 사이의 89㎞만 운행하고 있다. 신탄리역은 사실상 남한에서 가장 북쪽에 위치한 기차역이다.
탐험대원들은 5일 오후 3시50분 동두천역에서 경원선 열차에 올라 경원선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연천역을 지나며 북한이 남침을 위해 건설했다고 알려져 있는 200여m의 승강장, 근대문화재로 지정된 급수탑 등을 살펴봤다.
40여분간 창문 밖으로 펼쳐지는 전원 풍경과 수많은 군부대 모습을 바라보며 신탄리역에 도착했다.
신탄리역은 현재 철원역과 연결하기 위해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하지만 신탄리역의 안내판에는 다음역의 이름이 쓰여 있지 않았다.
연천 전곡고 1학년에 재학 중인 정현서군은 "서울에 나가기 위해 경원선을 타고는 했는데 경원선이 어떠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역인지 몰랐다. 통일이 돼서 경원선을 타고 북한 지역도 방문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상연(수원 잠원중 1년)군도 "도시에서는 볼 수 없었던 군부대가 여기는 너무 많았다. 아름다운 풍경 속에 군부대가 자리하고 있어 안타깝다. 전쟁이 완전히 끝나 평화로워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평화누리길에서 만난 풍경들
탐험대원들의 2일차(6일)와 3일차(7일) 행사는 평화누리길 트레킹이다. 연천군에 조성되어 있는 평화누리길 3개 구간 중 대광리역에서 군남홍수조절지 구간과 숙소로 사용 중인 허브빌리지에서 연천 동이리까지 구간을 2일에 걸쳐 거닐었다.
30도가 넘는 폭염을 피하기 위해 모자를 쓰고 시원한 물과 이온음료를 가방에 넣어서 평화누리길로 향했다.
대광리역에서 트레킹을 시작한 탐험대원들은 10분도 채 걷지 않아서 군부대 앞을 통과하게 됐다.
박재우(이천중 1년)군은 "어! 이곳은 경찰서보다 군부대가 더 많은 거 같아요. 군인들도 많고, 가끔 총소리도 들리고, 전쟁이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쉽게 느낄 수 있어요"라고 말했다.
박군의 말처럼 탐험대원들은 트레킹을 하며 10여개의 군부대와 군사시설을 통과했다.
평화누리길 연천 구간은 한탄강변을 걷기도 하고 해발 200여m 이내의 낮은 산을 오르는 코스였다.
첫 번째 트레킹 코스를 마치는 지점인 군남홍수조절지에서는 나룻배마을(왕징면 북삼리)에서 농촌체험 프로그램으로 활용하고 있는 개조한 트랙터를 타고 숙소까지 이동했다.
탐험대원들에게 가장 큰 고통은 30여㎞에 이르는 긴 거리가 아닌 36도까지 오른 폭염이었다. 하지만 완주라는 목표를 세우고 출발한 탐험대원들은 1명의 낙오자 없이 완주했다.
특히 행사 3일째인 7일에는 올해로 2회째를 맞고 있는 '연천 DMZ 국제 음악제'에 초청받아 관람하기도 했다.
함정헌(수원 청명중 1년)군은 "트레킹 첫날 발목을 다쳤지만 꼭 완주하겠다는 생각만 하고 걸었다. 더웠지만 옆에서 대화를 나누는 새로운 친구가 있어서 완주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완주해서 행복하다"며 뿌듯해 했다.
■ 해마루촌과 임진각
이번 '2012 DMZ 청소년 탐험대'는 트레킹으로 짜여있는 여타 프로그램과 달리 비무장지대 안에 위치한 해마루촌과 실향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임진각 방문 등 차별화되어 있었다.
탐험대원들은 행사 마지막 날인 8일 해마루촌으로 향했다. 해마루촌은 한국전쟁 이후 유랑생활을 하고 있는 장단군이 고향인 실향민 1세대와 원거리에서 비무장지대에 출입하며 농사를 하는 사람들을 위해 조성된 마을이다. 한자 이름은 '동파리(東坡里)'이지만 순수 우리말로 재해석해 '해마루촌'이라고 부르고 있다.
해마루촌에 도착했을 때 탐험대원들을 반갑게 맞아 준 정재겸 해마루촌 이장은 "더운데 해마루촌을 방문해 줘서 고맙다. 해마루촌은 청정한 자연이 자랑인 마을이다"고 말한 후 마을 유래에 대해 설명해 줬다. 정 이장은 "전쟁을 모르고 자라는 세대인 탐험대원들이 민족의 현실을 올바로 알기 위해 더위에도 고생하는 모습이 대견하다"고 말했다.
해마루촌을 떠나 임진각으로 달려간 탐험대원들은 망향단에서 참배를 한 후 한국전쟁 이전 경의선을 달리던 증기기관차, 각종 전시시설을 관람했다.
김은정(안산 동산고 1년)양은 "다양한 행사에 참여해 봤지만 경인일보 탐험대는 걸으며 몸으로 느끼기도 하지만 쉽게 갈 수 없는 곳도 방문해 많은 것을 느낄 수 있게 해 줬다. 내년에도 행사가 진행된다면 꼭 다시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오윤겸(파주 한빛중 3년)양도 "새로운 체험도 하고 좋은 친구들도 사귈 수 있어서 3박4일이 길게 느껴지지 않았다. 이번에 보고 배운 것들을 개학하면 학교 친구들에게도 소개해 주고 싶다"고 했다.
/김종화기자
※도움 주신 분들 : 연천군, (주)오리온, (주)일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