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낳은 국제기구의 두 수장이 세계적 도전의 극복을 위해 손을 맞잡았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9일(현지시간) 유엔본부에서 김용(미국명 Jim Yong Kim) 세계은행 총재와 1시간 가량 면담을 갖고 새천년개발목표(MDG)와 지속가능개발, '모든 사람에게 지속가능한 에너지 공급 구상'(SEAI), 모자(母子)보건 등 4가지의 글로벌 목표 달성을 위해 협력관계를 더욱 강화해 나가기로 약속했다.
두 사람이 다자회의 공간에서 만난 적은 있지만 양자협의를 위해 자리를 마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반 총장은 면담 이후 약식 브리핑을 통해 "유엔과 세계은행은 세계 평화와 개발과제를 해결하는데 있어 가장 강력한 파트너"라며 "그런 측면에서 저명한 교육자이자 보건과 개발 전문가인 김 총재와 함께 일하게 돼 매우 기쁘다"고 밝혔다.
그는 "MDG의 시한이 3년4개월여 밖에 남지 않은 만큼 회원국들의 목표 달성을 위해 더욱 열심히 노력하기로 뜻을 함께 했다"며 "두 국제기구가 MDG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고 재원과 정치적 의지를 집결할 수 있도록 총장과 총재라는 최상위 단계에서 규칙적인 협의를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반 총장은 '리우+20' 회의에서 합의된 지속가능개발 목표의 실현에도 두 기구가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며 이 세상을 지속가능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야 말로 유엔의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반 총장은 양측이 재생에너지 분야에서도 함께 노력키로 했다고 소개하고, 김 총재가 '모든 사람에게 지속가능한 에너지 공급 구상' 자문위원회의 공동의장을 맡아주기로 한데 대해 감사를 표시했다.
아울러 세계적으로 1천600만명의 여성과 어린이들이 예방가능한 질병으로 인해 불필요하게 희생되는 것을 막는 것 또한 유엔의 목표라면서 보건 분야의 탁월한 전문가인 김 총재의 리더십에 많은 부분을 의존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총재는 한국계 미국인으로 성장한 자신에게 "반 총장은 언제나 존경의 대상이었고 이제 국제기구의 수장으로서 함께 일할 수 있어 영광"이라며 글로벌 도전의 극복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화답했다.
두 사람의 만남은 반 총장이 김 총재의 예방 의사를 수락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회동에는 두 기구의 고위 간부들도 다수 참여해 현안들에대해 활발한 의견을 교환했다.
반 총장은 지난 4월 김 총재가 세계은행 이사회에서 차기 총재로 공식 선임되자곧바로 축하전화를 걸어 그가 세계은행을 성공적으로 이끌어가는데 유엔이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약속한 바 있다.
김 총재는 자신이 한국계란 사실이 부각되는데 적지 않은 부담감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날 유엔 방명록에는 영어와 서툰 글씨체의 한글, 한자를 섞어 "반기문 사무총장님께 영광이 있기를...김용(金墉)"이라고 썼다.
유엔 당국자는 "업무 특성상 유엔과 세계은행은 동반자 관계일 수 밖에 없다"면서 "이번 회동을 계기로 양측 사이에 더욱 긴밀한 협력관계가 구축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유엔본부=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