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껍고 딱딱한 탈을 쓰고 뜨거운 햇볕 아래서 춤을 추는 춤꾼들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탈을 벗고 얼굴을 드러낸 춤꾼 김주호(34·사진) 세계탈문화예술연맹 문화콘텐츠팀장의 얼굴에는 해맑은 미소와 뜨거운 땀방울이 맺혀 있다. 그는 "탈을 쓰면 인간은 평등해지고 자유로워진다"며 "인종·계급·남녀노소의 구분도 없어지고, 감춰진 탈 속에서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는 해방구가 되는 것"이라며 탈의 매력을 설명했다.

하회별신굿탈놀이 보존회 이수자인 그는 경기도문화의전당에서 진행중인 '세계별난 탈 체험전'을 기획했다. 한국관·아시아관·아메리카관·유럽관·아프리카관 등 각 대륙별 다양한 탈이 전시돼있다. 나라마다 형형색색의 특색있는 탈이 눈길을 끈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가장 먼저 시선이 머무는 곳은 한국사람 누구에게나 익숙한 안동의 하회탈이다.

김 팀장은 2000년께 탈과 인연을 맺었다. 안동에 사는 그는 대학에서 민속학을 전공하고 하회별신굿탈놀이 보존회원이 됐다. 탈을 선택한 것은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그의 아버지 역시 탈춤회원으로 활동했고, 탈(장승) 조각가다. 가업에 따라 탈을 만들고 탈춤을 추기 시작한 그는 2008년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을 계기로 본격적인 탈 공연자이자 연희자·조각가·연출자로 활동하게 됐다.

그가 몸담고 있는 '세계탈문화예술연맹은' 지난 2006년 9월 안동에서 창립됐다. 김 팀장은 "1997년부터 매년 개최되는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을 찾는 국내외 탈 관련 공연단체, 탈 제작자, 연구자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탈문화를 통해 세계보편적이고 일반적인 문화를 담아내는 일을 하고 있다"며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탈 관련 및 탈춤공연 자료들을 집적하고 아카이브하고 있으며, 연구하는 단체로 유네스코 자문기구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고 자신의 일을 설명했다.

외국의 신식(?) 마스크가 아닌 전통탈을 연구하기에는 다소 어린 나이가 아닌가 싶지만 안동사람 김씨는 "탈은 '탈난 것을 바로잡아준다'라는 말이 있듯이 좋지않은 일이 있을 때 탈을 쓰고 탈춤을 추므로 인해 나쁜 기운을 몰아내기도 하고, 마을 공동체에서 즐기고 단합하는 역할을 했다"며 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앞으로 "세계탈문화예술연맹을 통해 다양한 전시·학술·공연 활동으로 탈문화의 가치를 제고하고 전승해 나갈 것"이라며 "현재 유네스코가 지정하는 자문기구 등재를 신청한 상태이며, 2013년 부탄에서 개최되는 총회에서 명실상부한 국제기구로 발돋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세계별난 탈 체험전'은 경기도문화의전당 빛나는갤러리에서 오는 29일까지 열린다. 탈 의상입어보기, 탈 써보기, 영상상영, 전통 탈 만들기, 탈 탁본, 탈 퍼즐맞히기, 탈춤 배우기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함께 운영되며 주말에는 탈춤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

관람시간 오전 10시~오후 7시(입장마감 오후 6시), 관람료 1만2천원. 36개월 이상. 주말 탈춤 공연 오전 11시/오후 1시·3시·5시. 문의:(031)230-3334, 예매 1544-2344 www.interpark.com

/민정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