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지방국세청의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딱딱하기만 했던 업무시간에 간간히 웃음이 터진다. 하루 두차례 오전 11시 30분과 오후 3시 30분에는 '국민체조'를 하기도 한다. 11일부터는 인트라넷에 하루 한명씩 돌아가며 시를 한편씩 올린다고 한다. 예전같으면 상상도 못했던 변화다. 지난 2일 신임 정태언 청장이 부임한 이래 생겨난 변화라고 한다.

 “국세청도 직장입니다. 사무실 나오기 싫으면 일이 되겠습니까. 사무실 오는게 행복하고 즐거워야 업무성과도 오르는 법입니다.”
 정 청장은 취임하자마자 '가정과 같은 직장분위기'를 강조하고 있다. 사소한 것 부터 직원들이 행복과 재미를 느끼도록 중부청의 분위기를 바꿔나가자는 것이다.

 “국세청 직원으로서 본연의 업무는 공무원으로서의 사명감과 능력으로 이미 스스로 잘 하고 있습니다. 청장이나 간부들은 일일이 간섭하기 보다는 전체적인 방향을 제시하고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일을 하면 됩니다. 우리 직원들의 기본적인 인격과 양식을 믿고 일을 하면 되는 것이지요.”

 이런 정 청장의 소신은 이미 검증을 마쳤다. 지난해 본청 전산정보관리관을 맡아 200여 직원들을 똑같은 분위기로 이끌었다. 직원들은 새로운 분위기속에서 전자세정을 앞당기는데 큰 역할을 해냈다.
 “중부청은 큰 곳입니다. 인천에서 경기도와 강원도까지 1천500만명을 맡고 있습니다. 납세자수 증가에 국세청 직원 정원이 형편없이 뒤처져 있습니다. 일이 많고 직원들은 힘듭니다. 그래서 더 가족같은 분위기가 필요합니다.”

 정 청장은 하지만 '분위기'만 갖고 일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본청과 긴밀한 협조하에 납세자 수가 급증하는 관서에는 추가적인 증원과 세무서 증설을 강력히 건의하고, 직원들 복지증진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내년에는 직장보육시설을 설치 운영할 계획입니다. 또 독신 직원의 숙식문제 해결을 위해 합숙소도 신축하겠습니다. 또 '직원자율혁신위원회'를 활성화해 현장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국세행정에 적극적으로 반영할 것입니다.”

 올해 중부청의 업무와 관련해 정 청장은 '고소득 자영업자 관리'를 역점사항으로 내걸었다. 돈은 많이 벌면서 세금은 적게 내는 '얌체'들로부터 제대로 세금을 걷겠다는 것이다.
 “사실 중부청이 워낙 관할구역이 넓다보니 고소득 자영업자 관리에 빈틈이 꽤 있었습니다. 올해는 이런 빈틈을 착실하고 꼼꼼하게 찾아내 관리를 할 것입니다.”

 정 청장은 고소득자영업자 뿐 아니라 자료상과 고의적 탈세행위자, 부동산투기자 등에게도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전했다.
 “세법질서를 문란하게 하거나 민생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자에게는 법이 허용하는 모든 수단을 동원한 엄정한 대처가 있을 것입니다. 당당하게 벌어 떳떳하게 세금을 내십시요. 국세청은 성실납세의식이 살아 숨쉬도록 행정역량을 집중해 나갈 것입니다.”
 탈세자들을 이야기하며 얼굴이 상기됐던 정 청장이지만 성실납세자로 화제가 돌아가자 곧바로 분위기를 바꾼다.

 “저희 관할구역 내에는 성실하게 세금을 내면서 직원들과 함께 기업의 미래를 이끌어가는 건실한 제조업체들이 많습니다. 이들 기업이야말로 우리의 '고객'입니다. 최대한 간섭이나 불편함 없이 기업을 운영할 수 있도록 모든 편의를 제공하고 필요한 경우 지도나 지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정 청장은 또 불황 속에서도 힘들게 벌어 사업을 유지하고 있는 '생계유지형 사업자'에 대해서도 “법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적용하지 않고 최대한 관용을 베풀어 이들이 세금때문에 힘들어 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덧붙이는 것을 잊지 않았다.

 아울러 그는 “그동안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세원관리의 과학화와 국세행정의 전산화 등을 올해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세원관리의 출발점인 사업자등록업무를 엄격히 해 국세청의 기반을 든든히 할 것”이라며 “중부국세청의 이같은 노력에 납세자 여러분들이 따뜻한 눈으로 지켜봐 주기를 바란다”는 당부로 신년과 취임을 겸한 인사를 대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