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재벌 루퍼트 머독이 '누드 파티' 사진 유출로 궁지에 몰린 영국 왕실 해리 왕자를 두둔하고 나서 진의를 둘러싼 논란이 일고있다.

 26일(현지시간) 영국 언론에 따르면 머독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해리 왕자에게도 휴가를 보낼 권리가 있다"며 나체 사진 파문 속에 라스베이거스에서 왕실로 긴급 소환된 해리 왕자를 옹호하는 견해를 직접 밝혔다.

 그는 트위터에서 "해리 왕자는 공인이지만 대중들은 그를 좋아하며, 라스베이거스에서 휴가를 즐기는 모습까지도 받아들일 것"이라고 밝혀 해리 왕자를 겨냥한 비판 여론에 자제를 촉구했다.

 하지만, 머독의 이 같은 언급은 앞서 자신 소유의 대중지 '더 선'에 해리 왕자의 나체 사진을 게재하도록 지시한 것과는 모순돼 논란을 낳고 있다.

 나체 사진 보도에 따른 역풍을 우려해 해리 왕자 편을 들면서 '물타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따른다.

 대부분의 영국 언론은 사생활 침해라는 왕실의 요청을 받아들여 해리 왕자의 나체사진을 싣지 않았지만 더 선만은 문제의 사진을 이틀 만에 지면으로 보도했다. 머독은 이 과정에서 더 선 편집진이 보도에
머뭇거리자 톰 모크리지 최고경영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사진 게재 지연을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언론윤리조사위원회의 불법도청 조사를 받아온 더 선은 위원회의 최종보고서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 나체 사진 게재에 소극적인 입장이었다.

 그러나 머독은 "원칙대로 해야 한다. 위원회 보고서의 수위를 걱정해 사진을 싣지 않는다면 굴욕이다. 이것은 언론출판의 자유에 대한 문제"라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더 선 데이비드 딘스모어 편집인은 나체 사진을 게재하고 나서 "인터넷과 전 세계 언론에 공개된 사진을 싣지 않는 것은 언론의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언론윤리위원회 소속 루이즈 멘시 보수당 하원의원도 해리 왕자의 나체사진을 보도하는 데 명백한 공익이 있다며 더 선을 지지했다.

 사진을 게재하는 언론에 대한 법적 대응을 경고했던 영국 왕실은 현재까지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다. 언론고충처리위원회(PCC)에 더 선을 제소할 때 따르는 득실을 검토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영국 PCC는 더 선의 해리 왕자 나체 사진 보도 이후 지금까지 850건의 불만 의견이 접수됐다고 밝혔다. /런던=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