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김상화(45)씨는 한 차례 음식점 운영에 실패했다. 27㎡ 남짓한 규모로 시작한 치킨 가게는 예상치 못한 조류독감 여파로 문을 닫게 됐다. 잘못한 일도 없이 한자리에서 4천만원의 손해를 본 그는 궁리 끝에 다시 한 번 음식점을 차렸다. 빚을 지게 만든 음식업이지만 특별한 기술이 없는 김씨는 방법이 없었다. 친척들에게 '마지막'이라며 간신히 돈을 빌려 5천여만원을 투자해 칼국수집을 냈다. 하지만 이 역시 3년을 넘기지 못했다. 매출은 나쁘지 않았지만 재료값이 크게 올랐던 것이다. 김씨는 "두 번의 실패에서 재료값에 따른 타격을 몸소 깨달았다"며 "특히 밀가루, 바지락 가격이 안정되지 않아 매출이 올라도 마이너스가 쌓일 때는 식자재만 안정적으로 공급받았어도 이렇게 쉽게 주저앉지는 않았을 텐데 싶어 화도 났다"고 털어놨다.
규모가 큰 음식점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인천시 서구에서 17년째 중국집을 운영중인 조규정 사장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그는 매일 이른 아침 삼산도매시장으로 직접 장을 보러 나선다. 신선한 재료를 폭 넓게 고르려는 것도 직접 장을 보는 이유지만 단돈 100원이라도 식자재 구입 비용을 아끼려는 노력이다.
요즘 같은 날은 특히 장보기에 신경을 쓴다. 폭염에 늦장마가 겹치며 채소 가격이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1만~1만3천원이면 살 수 있었던 시금치(4㎏)는 8만~9만원에 거래되고 이마저도 물량이 없어 구하기 쉽지 않다. 청경채 같은 엽채류도 고온에 녹아버려 가격 상승은 물론 구경하기도 어려워졌다. 조 사장은 "4대보험, 퇴직금 의무화 등 근로자 대우는 좋아지고 있는데 업주들의 상황은 악화되고 있다"며 "여기에 식자재 가격까지 오르는 지금 같은 때는 정말 어렵다. 모든 상황을 반영해 음식 가격을 올릴 수도 없는 일 아니냐"고 했다.
음식업계에서는 '10일 걸러 한 집씩 망한다'는 말이 돌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1년 전국 음식점 수는 41만2천408개다(그래프 참고). 음식점 수는 지난 2006년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러 41만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휴·폐업은 매년 50%를 웃돌고 있다.
인천 상황도 비슷하다.
인천시지회는 너무 쉽게 음식업에 뛰어드는 것과 포화상태에 이른 시장 상황도 휴·폐업의 원인으로 설명했지만 가장 큰 원인으로 '원가 상승'을 꼽았다.
지난 1월 월간 '식당'이 340명의 음식점 경영주를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도 이를 뒷받침한다.
설문 결과에 따르면 점포 운영난의 원인 1위가 '원재료비 상승'(27.5%)이다. 이어 불황 타개를 위한 대책에서도 '철저한 단골 고객 관리'(17.5%)에 이어 '원재료비 축소'(16.3%)를 선택했다.
식자재 원가 상승은 날씨와 공급 상황, 거래량 등에 따라 좌우된다. 때문에 한국외식업중앙회 등은 회원들을 위해 공동구매, 공동물류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
인천시지회는 "식자재 가격을 안정시키면 식당에 큰 도움이 될 것임을 알기에 본부 혹은 지역별로도 다양한 방법을 찾고 있는 것"이라며 "식자재 값이 요동치는 지금 같은 때 음식 가격은 소비자물가에 포함시켜 동결시키고 식자재 공급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는 것은 매우 가혹한 처사"라고 했다.
문제는 향후 '베이비부머' 세대의 창업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이들 중 음식업을 선택하는 경우가 가장 많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은퇴하기 시작한 베이비부머 세대들은 재취업이 불가한 상황이라 자영업에 뛰어들 수밖에 없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지난해 10월 기준 국내 자영업자 수는 573만1천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자영업자 중 90% 이상이 실패를 경험하고 있다. 중소기업청이 지난해 자영업자 1만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것에 따르면 응답자 중 53.8%가 월 매출 400만원 이하를 기록하고 있다. 또 응답자의 26.8%가 '매월 적자 혹은 수입이 없다'고 했고, 23.8%가 '1만~100만원 미만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고 답했다. 설문조사만을 따르면 전체 자영업자 중 57.6%가 당장 문을 닫을 위기에 놓인 셈이다.
그늘진 곳에 자리한 음식점들은 오늘도 소리없이 생기고 사라지길 반복하고 있다.
/박석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