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의 대선 후보가 확정되고, 민주통합당의 경선이 중반을 넘기면서 3개월 보름 앞으로 다가온 대선의 시계추가 더 빨라지기 시작했다.
새누리당이 먼저 스타트 라인을 출발했다. 지난 달 20일 전당대회에서 박근혜 대선후보를 선출, 이미 광폭의 행보를 벌이고 있다. 추석에 임박해 매머드 선대위를 꾸릴 예정이다.
민주통합당은 이달 중순 후보를 결정한다. 지난 1일 경선의 분수령이 될 호남권 경선에서도 문재인 후보가 앞서면서 대세를 선점하고 있다. 후보가 결정되면 범야권의 유력주자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또 한번 '링'에 올라가야 할지 모를 일이다.
연대를 추진하는 야권의 후보가 결정되지 않아 대선 승부를 예측하기는 아직 이르다. 역대 대선에서 이 같은 안갯속 판세는 흔치 않았다는 게 정치권의 해설이다. 따라서 이번 대선은 가장 먼저 여야의 대선후보 구도, 즉 인물중심의 정치공학적 구도가 대세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여성 대 남성'의 성(性) 대결 구도와 정당정치와 안철수식 새로운 정치형태의 격돌, 복지와 경제민주화의 미래담론을 담아낼 이슈선점, 권력분점에 대한 욕구를 누가 충족시켜 줄지가 대세와 흐름을 뒤바꿀 것으로 점쳐진다.
새누리 박근혜 후보 확정… 대통합위해 광폭행보
민주당 문재인·손학규 등 후보 4인 순회경선 치열
안철수원장 대선출마 시기놓고 '정치권 초미 관심'
민주당 후보와 단일화-연대 여부 대선판도 요동
5년 만의 불꽃 대결이다. 정권재창출에 나선 여당과 5년 만에 정권탈환을 노리는 야당의 대권다툼은 역대 어느 선거 때보다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1%포인트 차로 결판날 것이라는 정치 전문가들의 분석도 있다.
새누리당 박 후보는 정치적 휴지기 없이 곧바로 대권행보에 나섰다.
후보 당선 후 첫 행보로 이승만·윤보선·김대중·노무현 등 역대 대통령의 묘지를 참배했고, 김영삼 전 대통령을 예방하는 등 광폭의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도 만나 화해의 제스처를 보였다.
당내에서는 비박계 주자들과 회동하며 당 화합의 모양을 그렸고, 경선과정에서 '소통부재' '먹통' 이미지와 현영희 의원 등 공천헌금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 각종 쇄신과 화합 드라이브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경선과정에서 분열된 당심과 보수층을 하나로 모으는 동시에 민주당 후보와 안 원장이 무대에 올라오기 전에 중도층을 흡수해 입지를 확실하게 굳혀 놓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민주당에선 현재 문재인 손학규 후보가 앞서고 있는 가운데 김두관 정세균 후보가 추격하고 있다. 이들은 경선에서 서로 자신이 '박근혜 대항마'라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지난 달 25일 제주를 시작으로 오는 16일까지 13개 권역을 도는 순회경선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만약 이 경선에서 50% 이상 득표하는 후보가 나오지 않을 경우 18일부터 23일까지 1·2위 후보간 결선투표도 벌인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의 최대 관심은 안 원장이 언제 대선 출마를 선언하느냐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 박 후보와의 양자대결에서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며 이번 대선판의 '상수'로 꼽혀 온 안 원장이 대권 도전을 선언할 경우 대선판 자체가 요동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은 '본선 대진표'가 짜여지지 않았기 때문에 박 후보 스스로 당분간 자신과의 싸움을 계속 해야 할 것 같다.
박 후보와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모든 '경우의 수'를 상정,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향후 확정될 민주당 후보와 안 원장의 단일화 또는 연대 여부가 최대 변수다.
민주당 후보와 안 원장간 단일화가 성사되면 박 후보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대선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지난 4·11 총선에서 비록 새누리당이 승리했지만 전체 득표율 면에서는 오히려 야권연대가 3%포인트 앞섰던 점을 감안하면 안 원장과 민주당이 연대 내지 단일화할 경우 '박근혜 대세론'은 크게 흔들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반대로 야권 단일화가 불발되면서 안 원장이 마이웨이를 선언, '박근혜-민주당 후보-안철수' 3자 대결로 펼쳐지면 야권표가 분산되면서 박 후보에게 유리하게 돌아갈 수도 있다. 그러나 오히려 박 후보가 당을 추스르지 못하고, 당내 친이계가 이탈, 안철수 교수와 연대해 삼각편대가 이뤄질 경우 사정은 더 복잡해질 수 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이탈세력이 안 교수에게 붙을 경우 진보진영은 더 응집되고, 오히려 보수진영의 전열이 흐트러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997년 대선때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 민주당 김대중 후보의 맞대결속에 한나라당 이인제 후보가 탈당해 500만표 이상을 득표하면서 한나라당이 쓰라린 패배를 맛보아야 했던 전례와 흡사하다는 지적이다.
양강 구도로 짜일 경우 박 후보와 겨룰 야권 단일후보가 누구냐에 따라 판세는 달라질 수 있다.
여권 일각에선 민주당 후보로 야권 연대가 성사되고 안 원장이 지난해 서울시장 보선 때처럼 '야권 응원단장'을 자처할 경우를 '최악의 수'로 꼽는 견해도 있다. 전통적 민주당 지지표에 중도·보수층의 호감을 받는 안 원장의 지지표가 덧붙여지기 때문이다.
야권이 안 원장으로 후보를 단일화해 '박근혜-안철수 양강구도'가 만들어지면 막판까지 현재의 각종 여론조사 결과와 같은 대혼전을 거듭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정치전문가는 "18대 대선은 역대 어느 대선보다 피를 말리는 선거가 될 것"이라며 "정치공학적으로 구도의 변화에 따라 득표력의 차이는 있겠지만 여야의 구도를 볼 때 많게는 300만표, 적게는 100만표 이내에서 승부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12월 19일 저녁 승패의 향방이 주목된다.
/정의종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