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가 최근 진행한 '경기·인천 현안 서면 인터뷰'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손학규·정세균 등 경선 후보들은 경인지역 유권자를 의식한듯 사례까지 들어가며 상세하면서도 친절한 답변을 내놓았다. 반면 일부 민감한 문제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해갔지만 전체적으로는 소신에 입각, 자신감있게 정책 비전을 제시했다.

경인일보의 첫 질문은 남북 관계와 관련된 사안이었다. 질문의 요지는 "천안함 사건 이후 정부가 내린 5·24 조치로 남북관계가 중단되면서 인천 발전이 위축됐다. 지역에선 새 정권의 제1과제로 남북관계 개선을 꼽고 있는데, 이에 대한 복안이나 계획은 무엇인가"이다.

후보는 "남북 관계의 발전은 인천의 발전뿐만 아니라 한반도 평화와 우리 국민들의 민생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며 "집권하게 된다면 북한과의 대화를 통해 한반도 평화 실현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전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중요한 것은 남북한이 신뢰를 쌓는 것"이라며 "상시 대화 채널을 확보해서 꾸준히 신뢰를 쌓겠다"고 덧붙여 현 정부와는 다른 길을 가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특히 "과거에 합의한 많은 약속들을 실천에 옮기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노무현 정부때 합의한 사안들도 필요하다면 시행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그러면서도 "인천 시민과 국민 전체의 안정을 위해 북한의 도발을 확실히 막을 것"이라고 밝혀 교류와 안보를 분리하는 '투 트랙 북한정책'을 시사했다. 박 후보는 "북한의 추가 도발을 예방하는 확실한 안보 억지력을 겸비하고, 동시에 북한 교류 협력에 참여하게 만드는 보다 강력하고 다양한 정책을 개발해서 안보와 교류 협력이 조화를 이루는 균형정책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문 후보는 정상회담을 통한 남북관계 개선을 꺼내들었다. 문 후보는 "남북 관계를 정상화시키고 6자회담을 비롯한 북핵 폐기와 실질적인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정상회담이 필요하다"며 "6·15를 즈음해서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되도록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10·4 정상선언에서 합의한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를 실천해 인천을 '서해평화지대'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남북공동어로와 수산업 분야의 협력, 중국 어선들의 불법 조업에 대한 남북공동 대처도 약속했다.

손 후보 또한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건설을 강조했다. 손 후보는 "인천~개성~해주를 연결하는 산업·물류 벨트를 구축하고 인천을 허브로 하는 한반도 평화와 번영의 모델을 만들 계획"이라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또 "서해5도를 해양관광 거점으로 만들고 서해연안 접경지역을 남북한 어로 활동이 가능한 평화수역, 공동어로 구역으로 만들겠다"는 구상도 덧붙였다. 손 후보는 "남북 긴장을 해소하고 한반도 평화를 정착시키는 것이 인천 경제의 안정적인 발전 방안"이라며 "결국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야말로 인천이 살고 대한민국이 사는 길이며, 인천이 동북아시아 중심도시, 동북아 관문도시로 거듭날 수 있는 필수요소"라고 강조했다.

정 후보는 "차기 대통령은 경제 통일을 이루는 것을 좌표로 삼아야하고, 경제통일이라는 기조하에 북한에 대한 지원이나 투자의 개념을 뛰어넘어 남북경제협력을 전면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남북 경제협력이 활성화되면 인천의 지역경제는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남북간 물자이동이 육상 교통을 통해서도 이뤄질 것이지만, 대량의 물자는 해상교통을 통해 이뤄질 것이고, 남북간 해상교통의 중심지는 인천"이라고 덧붙였다.

두번째 질문인 '인천아시안게임의 성공적 개최'와 "지방자치단체들의 재정난 해소를 위한 지방세제 개편'에 대해서도 후보들은 남북관계 문제처럼 적극적인 개선 의지를 보였다.


박 후보는 "인천아시안게임에 대해서는 법에 따라 국비가 차질없이 지원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 "아시안게임 관련 지방채가 인천시의 부채 비율 산정시 제외될 수 있도록 제도적 개선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지방세제와 관련해서는 "지방자치단체가 재원 조달을 중앙정부에게 과도하게 의존하지 않도록 세제를 개편하고 지방정부의 자체 수입 확충이 실질적인 재원 확대로 연계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문 후보는 인천아시안게임과 관련, "국가적으로도 보다 활발하고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며 "구체적인 방법으로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면 전향적으로 검토해 볼 필요성도 있다"고 밝혔다. 문 후보는 특히 인천아시안게임을 한반도 평화의 중요한 기점으로 삼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문 후보는 "북한의 단순한 참가를 넘어 단일팀 구성과 분산 개최 등 함께 협력하는 아시안게임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지방재정과 관련해서는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을 7:3까지 개선', '지방소비세와 지방소득세의 일부를 지역간 재정조정 수단으로 활용', '지방교부세율 인상' 등 다양한 방안을 제시했다.

손 후보는 "2014 인천아시안게임은 인천만의 행사가 아니라 전 국가적인 행사"라며 "재정 문제를 안고있는 인천시로서는 아시안게임 준비에 어려움이 많을 것이다. 국비 지원 확대 방안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 후보 역시 인천아시안게임과 관련, "아시안게임과 같은 대형 국제행사를 지방자치단체만의 힘으로 하는 것은 한계가 있기때문에 중앙정부의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또 지방세제에 대해서는 "집권후 국민들의 의견과 지혜를 모아 국세와 지방세를 조정하고자 한다"며 "대통령직속 지방분권위원회를 구성하여 지역과 지방자치에 관한 문제를 다룰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번째 질문인 수도권정비계획법에 관련해서는 '현행 유지'와 '재검토 및 완화'로 엇갈린 입장을 보였다. 다만, 군사보호시설구역, 팔당상수원보호구역, 그린벨트보호구역 등으로 이중·삼중의 규제를 받고있는 경기북부 지역에 대해서는 공통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인식속에 규제 완화 및 피해 보상 등의 대책을 약속했다.

네번째 질문은 경기도와 서울시의 위상에 대한 것으로 '서울시장은 국무회의에 참석 및 배석하는 반면 경기도지사는 그렇지 못한 점'과 '인구가 더 많은 경기도가 1급 이상 공무원이 3명인 반면 서울시는 6명으로 행정 수요와 조직의 규모가 엇박자를 내고있는 현실'에 대한 후보자들의 견해와 대책을 물었다.

박 후보는 광역자치단체장이 중앙정부의 국무회의에 참석하는 것과 관련, 그 자체가 문제라는 인식을 보였다. 박 후보는 "경기도지사의 국무회의 참석 여부를 떠나서 광역자치단체장이 중앙정부의 국무회의에 참석하는 것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으므로 장단점을 따져보고 신중히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국가 행정 및 예산에서 서울이 차지하는 비중때문에 임명직 서울시장이 1972년부터 국무회의에 참석하게 되었는데, 지방자치가 정착한 현 시점에서 특정지역 주민들이 선출한 자치단체장의 국무회의 참석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거듭 강조한 뒤 "그 때문에 참여정부에서 서울시장 국무회의 참석이 중단되었다가 현 정부에서 부활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그러나 국무회의 참석 여부를 떠나 지역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에 대해서 대통령이 자치단체장의 의견을 듣는 기회를 늘릴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손 후보와 정 후보도 박 후보와 엇비슷한 입장을 보였다. 손 후보는 "지방자치제, 지방정부 권한 강화라는 시대적 흐름속에서 서울시장의 국무회의 참석은 다시 생각해 볼 문제"라고 못박았다. 손 후보는 더불어 "과거 관선 도지사 및 시장·군수 환경에서 설정된 지자체장의 위상 역시 지방자치제, 지방분권 시대에 걸맞게 개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후보도 "서울시가 지방자치단체이기때문에 서울시장이 국무회의에 참석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밝힌 뒤 "서울시장이 국무회의에 참석하는 대신 '광역자치단체 협의회 회장'이 국무회의에 참석하여 지방자치단체의 종합된 의견을 피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문 후보는 1급 이상 공무원 비율과 관련, "경기도 1급의 직급을 상향 조정하는 조치가 수반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문 후보는 이와 함께 "서울시나 경기도뿐만 아니라 행정안전부가 과도하게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조직에 대해 관리권을 행사함으로써 지방자치단체의 자치권을 훼손하고 있다"며 "행정조직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자율권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대중국 전초기지로서의 경기·인천 활용 방안'을 묻는 마지막 질문에 대해서는 후보자들 모두 매우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했다. 박 후보는 "세계무대에서 G2의 지위에 오른 중국의 성장은 향후 지속될 것이고 대중 관계의 관문인 인천·경기지역의 역할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인천공항은 이미 아시아를 대표하는 글로벌 물류중심이 되었다"며 "국제 수준의 도시로서 송도의 잠재력을 더욱 개발하여 해외 기업과 지식인 및 국제금융기관이 모여드는 소위 '글로벌 서해안시대를 추진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박 후보는 아울러 "서해가 새로운 한중 관계 20년으로 나아가는 우호와 협력의 바다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또한 남북 관계 개선과 한중 관계 개선이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키면서 발전하는데 있어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문 후보는 "10·4 선언에서 합의한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를 실천하면서 인천·개성·해주·남포를 연결하는 새로운 경제협력지대를 만들겠다"며 "이를 발판으로 한반도의 서해안과 중국의 서부 경제권과 동북3성 등을 포함하는 환서해경제권으로 발전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손 후보도 "인천·경기 등 환황해 경제권역은 지정학적 이점을 통해 동북아 경제권의 중심이 될 잠재력이 있는 지역"이라며 "인천경제자유구역과 당진·평택 황해경제자유구역의 육성은 이런 관점에서 더욱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후보 역시 "경기도와 인천은 '대중국 전초기지'로 훌륭한 여건을 갖추고 있다"며 "인천항과 평택항이 대중국 교역항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며, 평택항 배후지역에 관련 산업을 집적시키겠다"고 약속했다.

/김순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