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들은 대부분 자녀 문제로 큰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그런데 자녀들을 여러 명 키워도 별 탈 없던 시대와 달리 요즘 부모들은 아이 하나만 키우는데도 벅차하고, 쩔쩔매기 일쑤다. 심한 경우 병원을 찾아 아이의 문제점에 대해 호소하는 부모들도 부쩍 늘었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속에서 TV에 홀연히 등장해 극도로 문제가 심했던 아이들을 차례로 변화시키는 오은영 원장(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현재 수원시 영통구에서 소아·청소년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는 그를 만나 효과적인 육아법은 무엇인지, 더 나아가 올바른 부모, 행복한 부부가 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들어봤다.
# 아이의 문제보다 부모의 문제 해결이 먼저다
오 원장의 별명은 '육아의 신', '국민 육아 멘토' 등 다양하다. 오 원장의 진료 예약은 벌써 1년치가 끝나 있을 정도로 그를 만나기란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어렵다. EBS 교육 프로그램 '부모'와 SBS의 육아 프로그램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에 7년 넘게 출연하고 있는 그는 성난 아이, 막무가내로 떼쓰는 아이, 폭력적인 아이, 조울증에 걸린 아이들을 언제그랬냐는듯 아주 밝고 상냥한 아이들로 만들어 놓는다. 심지어 부모에게 입에 담지못할 욕설을 하고, 주먹질을 가하는 아이들도 오 원장이 아이와 부모에게 몇시간 코치하면 순한 양처럼 돌변한다. 그 비결이 뭘까?
"요즘 젊은 부모들을 잘 관찰해 보면 엄마들은 무언가에 쫓기듯 불안해하고, 반면 아빠들은 무관심한 경우가 많아요. 물론 아이들이 태어날 때부터 생물학적인 문제를 가지고 태어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아이들이 갖고 있는 문제는 부모한테서 비롯된다고 보면 됩니다. 사실 부부가 건강해야 거기서 태어난 아이 역시 건강하거든요. 아이의 문제점을 들여다보면 부부간의 갈등이 더욱 심각한 경우가 많아요. 그리고 엄마하고 아이 사이의 문제가 있는 경우도 배우자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같은 프로그램의 경우 저는 잠깐 등장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TV에 출연하기 전 해당 가정의 일상을 있는 그대로 카메라에 담아오게 한뒤 며칠을 분석합니다. 그리고 부모들과 함께 가정의 일상을 모니터링해봅니다. 그리고 자녀와의 놀이 평가 등을 통해 부모의 행동을 객관적으로 보게 하면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어요. 부모 대부분은 자신들이 자녀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늘 생각하지만 집착이나 잘못된 훈육으로 인해 아이를 더 망치는 경우가 많아요. 그것들을 차근차근 제3자의 입장에서 짚어주면 부모들은 자신들의 문제점을 그제서야 인지하게 되죠.
간혹 부모들이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거나 자존심 상해하며 제 충고 듣는 것을 기분 나쁘게 생각하는 경우도 있는데 참 안타깝죠. 그리고 특히 아직 말을 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폭력적인 행동을 보이는 것은 일종의 '사인(sign)'이라고 생각하셔야 해요. 자신의 불만을 부모가 알아채주지 못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인만큼 강압적으로 굴복시키려고 하지 말고, 그 아이가 원하는 게 대체 무엇인지를 먼저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 어린이집 일찍 보내지 마라
맞벌이 부부가 늘기도 했지만, 정부의 영유아 보육정책 확대로 인해 어린이집에 자녀를 보내는 가정이 많아졌다. 이에 대해 오 원장은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면 자녀들을 어린이집에 일찍 보내지 말라고 충고했다. "유아교육은 참 중요하죠. 하지만 교육의 커리큘럼보다도 부모가 아이에게 사랑을 주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생계 유지가 어려울 정도여서 맞벌이를 꼭 해야하는 경우라면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겨야 하겠지만, 정부가 보육료를 지원해 주는데,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지 않으면 나만 손해를 본다는 생각을 하는 어머니가 있다면, 한번쯤 고민해보시라고 말하고 싶네요. 제 견해로는 만나이 3세 이전은 부모가 양육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들은 기성복보다는 맞춤복이 필요한 경우가 많아요. 아이를 제일 잘 아는 것은 당연히 부모지요. 그리고 아이들을 끝까지 믿어주고 사랑해 줄 수 있는 사람도 부모밖에 없어요. 어린이집의 교육만으로는 충분한 도움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어요. 부모도 어린 아이를 보면서 부모 노릇을 배워야지요.
요즘 아이들의 경우 학습을 많이 받아 똑똑해진 것 같지만, 사회성이 부족해 다른 사람과 원만하게 갈등을 해결하는 법을 모릅니다. 그런 것을 부모가 가르쳐야하는 거예요. 아무리 어린 아이라도 자신을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누군지는 알게 됩니다. 그것이 당연히 부모가 돼야 합니다."
# 국민 육아 멘토의 삶
많은 이들이 오 원장의 가정사를 궁금해 한다. 육아 전문가는 실제 자기 자녀를 어떻게 기르는지, 혹 남편과는 원만하게 지내는지 말이다.
"사실 남편과 아이와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기는 어려워요. 보통 평일 아침 10시30분전부터 진료를 시작해서 오후 11시나 자정까지 진료를 보거든요. 정신건강의학과 특성상 한 환자와 짧게는 30분 길게는 1시간 이상 상담해야 할 때가 많다보니 그만큼 진료시간이 늦어지는 거예요. 하지만 이런 저를 가족들이 정말 잘 이해해주고, 늘 힘이 돼줘서 지금까지 잘 지내고 있습니다."
오 원장은 원래 독신주의를 고집하다 의과대학 시절 같은 과에서 만난 남편과 8년간의 열애끝에 결혼에 성공했다. 그리고 결혼 5년만에 아들을 얻었고, 현재 중학교 2학년에 재학중이다. "우리 가족은 스스로 굉장히 다정한 가족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남편하고도 금실이 좋다고 생각하구요. 물론 저도 연애 초기에는 남편과 가끔 다투기도 했어요.
하지만 내년이면 결혼 20주년이라 이제는 너무 서로를 잘 이해하구요. 남편하고 의견이 안맞는 경우가 생겨도 환자를 대하듯 하지는 않아요(웃음). 그리고 저는 아이와 같이 보내는 시간의 양보다는 질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참고로 저희 아들이 심한 곱슬머리인데, 제가 아침 일찍 일어나 아들의 머리를 일일이 드라이로 펴 주면서 학교에서 있었던 이야기도 들어주고, 제가 조언도 하고 그래요. 그러면서 친밀도를 높이죠.
특히 전 육아에 대한 확실한 철학을 갖고 있기 때문에 아이한테 단 한 번도 손을 대본 적 없어요. 그렇다고 '오냐오냐' 하지는 않습니다. 아이와 진지한 얘기를 할 때는 최대한 아이를 존중하며 그의 말을 충분히 듣고 제 얘기도 하죠. 그렇기 때문에 엄마를 가장 좋아하지만 엄마를 가장 무서워하기도 해요."
전문의로서의 역할과 아내, 엄마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오 원장의 최종 꿈은 뭘까. "아이들때문에 눈물 흘리고, 잠못 이루는 부모들을 위해 제 힘이 다하는 날까지 육아멘토가 되고 싶어요. 그리고 한가지 바람이 있다면, 장애 아이들의 교육과 함께 자활시설이 연계된 학교같은 것을 만드는 게 제 꿈입니다. 그러려면 더 열심히 일해야겠죠? "
/김선회기자
#오은영 원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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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세대 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고려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신촌세브란스병원·서울삼성병원에서 근무한 뒤 아주대의대에서 정신과 교수를 역임했다. 현재 수원에서 오은영 소아청소년클리닉 및 학습발달연구소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엄마표 마음처방전', '불안한 엄마 무관심한 아빠', '아이의 스트레스' 등이 있다. EBS '부모'와 SBS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의 패널로 출연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