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앞바다에는 남과 북을 가로지르는 보이지 않는 경계선이 있다. 바로 서해 5도 해역에 있는 북방한계선(NLL)이다. 휴전선의 철책처럼 보이지도 않고 별다른 표시도 없지만 이 경계선을 사이에 두고 남과 북은 끊임없이 대치해 왔다. 지난 1999년과 2002년 발생했던 제1·2차 연평해전, 2010년 온 국민을 놀라게 한 천안함 피격 사건과 연평도 포격 모두 이 NLL을 사이에 두고 벌어진 일이다.

이렇게 NLL을 경계로 북한을 지척에 둔 인천은 요동치는 남북관계에 따라 때로는 움츠려야 하고 때로는 평화를 얘기해야 하는, 복잡한 정치적 위치에 있다.

그러나 남북 관계에 있어 이런 인천의 특수성이야말로 인천이 앞장서 남북 평화를 이야기 하고, 이를 위한 각종 정책과 행동을 추진할 수 있게 하는 당위성을 부여해 준다.

1차적으로는 인천 시민들의 안전과 평화로운 삶을 위해, 더 나아가서는 평화를 위한 인천의 작은 노력들이 쌓여 향후 남북관계에 긍정적으로 작용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북한과의 교류 협력은 계속 진행돼야 하는 것이다.

송영길 인천시장은 지난 2010년 취임 이후, 지역의 이런 특수성을 내세우며 인천을 남북평화 교류협력의 전진기지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이를 실천하기 위한 각종 대북협력사업도 활기차게 진행되고 있다.

천안함 사건 이후 발효된 5·24조치로 남북관계가 경색돼 있지만, 인천시는 '희망'이란 끈을 놓지 않고 꾸준히 북한에 노크하고 있다.

▲ 인천시가 단둥에 조성한 남북 합작 수제 축구화 생산 공장에서 북한 노동자들이 축구화를 만들고 있다.

# 남북 평화협력의 전진기지 인천

송 시장은 취임과 동시에 현재 인천시의 남북사업 기조가 되는 3P(인도적 지원 보호(Protection), 평화정착(Peace), 공동경제번영(Prosperity)), 3R(땅길(Land Road), 바닷길(Sea Road), 하늘길(Sky Road))정책을 세우고 이를 실천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초적으로는 인도적 차원의 대북지원정책을 시작으로 해, 지난 2007년 10·4 남북정상회담때 합의된 서해 NLL해역의 평화수역 지정 이행, 인천과 강화·개성·해주를 잇는 국제산업벨트 구축 등이 3P정책의 핵심이다.

3R은 서해 남북평화 연도교와 강화 남북평화도로 구축, 인천~남포항을 잇는 정기 카페리 취항, 인천공항과 순안공항을 잇는 항로 개설 등이 내용이다.

얼핏보면 자치단체의 능력으로 실현하기 어려운 것들이지만, 지금부터 차근차근 준비해 나간다면 언젠가는 이룰 수 있는 인천의 '희망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남북한 평화를 위한 작은 첫걸음들도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시는 지난 2010년 인도적 차원의 대북 지원사업 일환으로 옥수수 보내기, 영유아·산모 지원, 어린이집 지원 사업 등을 펼쳤다.

5·24조치가 발효된 이후에도 인천평화컵 국제 유소년 축구대회와 말라리아 남북공동 방역사업, 개성공단 중고자전거 지원사업 등을 펼쳤다.

지난해 4월에는 시립 인천대학교에 남북 경협아카데미를 구성, 북한과의 경제 교류를 희망하는 인천 기업인들에게 각종 정보를 제공해 주고 있다.

▲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서포터스로 선발된 학생들이 연평도와 백령도 등을 둘러보는 인천청년평화통일 행진을 지난 8월8일부터 10일까지 진행했다 .

5·24조치 이후 전국 자치단체중 이런 대북 협력사업을 진행한 곳은 인천밖에 없다.

신동호 인천시 남북관계 특보는 "큰 것이 아니더라도 이런 인도적 차원의 협력사업들이 밑바탕이 돼야 그 위에서 더 큰 북한과의 평화협력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라며 "대외적으로 어떠한 일이 발생하더라도 이 같은 지원사업은 계속 진행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 중국을 무대로 한 새로운 남북협력사업 모델 추진

지난 2010년 천안함 피격 사건 이후 발효된 5·24조치로 모든 남북교류가 중단됐다. 인천시도 예외없이 5·24 조치의 틀 속에 갇혀 활기차게 진행해오던 주요 대북협력사업 계획을 취소해야만 했다.

하지만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시는 제3국인 중국에 북한 노동자를 채용하는 수제 축구화 생산 공장을 만들었다. 북한과 가까운 중국 단둥에 축구화 공장을 만들어 북한 근로자 20명이 상주하며 수제 축구화를 생산하도록 한 것이다.

이 사업은 공장 설립 자본은 인천시가 대고 북한은 노동력을 제공하는 경협사업으로 진행됐다. 개성공단과 같은 경협사업으로 분류되지만 제3국에서 이런 사업을 진행한 사례는 지금껏 없었다.

최근에는 북한 노동자들이 만든 수제 축구화 판로를 개척하기 위해 중국내 유명 백화점 매장을 임대해 수제 축구화 전문 매장을 만드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 인천시는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북한 개성공단에 북한 노동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500여대의 중고 자전거를 보냈다.

이와 함께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을 대비해 남한과 북한 선수들이 함께 훈련할 수 있는 공동 훈련장을 중국 선양에 추진하고 있다.

시는 중국내 유명 체육학교인 선양체육학원에 남북 선수가 공동으로 연습할 수 있는 훈련장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아직 북한 선수들의 아시안게임 참여 여부는 불투명하지만, 남북관계가 완화되고 아시안게임 분위기가 무르익을 때를 대비해 미리 공동연습장을 물색해 놓은 것이다.

# 2014 인천아시안게임 남북교류협력의 장으로

인천시는 2014년 치러질 아시안게임때 북한 선수단을 참여시키기 위한 노력을 다방면에 걸쳐 펼치고 있다.

김진영 정무부시장을 단장으로 하는 '2014 인천아시안게임 남북공동 추진 TF'를 만들어 북한 선수단의 대회 참여를 위한 방안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 인천시가 대북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인천항을 통해 빵과 의약품 등 생필품을 북으로 보내고 있다.

시는 남북 단일팀 구성과 북한 응원단 초청, 아시안게임 개·폐회식 공동 진행, 공동 성화 봉송 등 남과 북이 함께 할 수 있는 다양한 협력 방법을 구상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 2005년 9월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열린 인천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때 선수단은 물론 응원단까지 파견했다. 인천 체육계 인사들도 인천국제공항에서 고려항공을 타고 북한을 방문하는 등 인천과 북한과의 체육교류는 그동안 활발히 진행돼 왔다.

통일부도 체육행사에 한해서는 북한과의 교류를 승인해 준다는 방침으로, 시는 아시안게임을 침체된 남북관계의 돌파구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송영길 인천시장은 "어떤 방식으로든 인천과 북한과의 협력사업은 진행돼야 한다"라며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은 남북관계를 변화시킬 수 있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명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