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자재유통업의 '속'은 복잡하다.
이미 20조원을 넘긴 시장 규모는 갈수록 커지고 있고, 신규 사업자가 언제든 등장할 수 있다. 신규 사업자는 국내 기업일 수도, 해외 기업일 수도 있다.
무엇보다 식자재유통업은 음식점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식자재유통업 구조를 어떻게 만드냐에 따라 500만 자영업자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 식자재유통업과 음식업은 그야말로 '악어와 악어새' 관계인 셈이다.
일반적으로 음식점은 5단계(그래픽 참고)를 거쳐 식자재를 제공받는다. 이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지만 복잡한 구조로 인한 유통비용 상승은 피할 길이 없다.
유통비용 감소를 위해 한국외식업중앙회 등은 음식점 운영자들에게 직접 장보기를 권장하고 있지만 음식점에서 사용하는 수많은 식자재를 운영자가 100% 직접 구매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또 음식점 운영자가 장보기에 나선다 해도 오르내리는 물가를 예측해 때마다 대책을 세우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이들이 처한 현실은 전국 음식점의 90%가 '영세사업장'인 사실과 맞물려 유통구조 선진화, 산업화 필요성에 힘을 실었다.
유통구조를 보다 단순하게 만들어 유통비용을 낮추고, 직거래나 공동구매 등 선택의 폭을 넓혀 식자재 가격 안정을 꾀하면 '휴업→폐업→재창업'의 악순환을 거듭하는 영세 자영업자, 즉 음식점 운영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유통실태종합조사에 따르면 식자재 판매가격의 40% 정도가 유통비용이다. 농산물 등 먹거리의 물류 비용 절감, 유통개선, 가격안정사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정부의 유통산업 정책에 발맞춰 매해 '유통실태종합조사'를 실시한 aT는 연도별 각각의 유통비용 평균이 2008년 44.5, 2009년 44.1, 2010년 42.3, 2011년 41.8이라고 밝혔다.
영세식당 직접 장보기 불가능
도매·중상 등 거쳐 재료 받아
물가상승에 대응하기 어려워
재료값 평균 40%가 유통비용
500만 자영업자 성장 '걸림돌'
약간의 증감은 있었지만 큰 차이는 보이지 않았고, 40%대의 높은 유통비는 10여년의 시간이 흐른 동안에도 낮춰지지 않았다.
일본에 비해서도 국내 유통비용은 높은 편이다(그래프 참고). aT가 일본과 비교 가능한 농식품 9가지를 선별해 유통비용을 분석한 결과, 총 6개 품목의 국내 유통비용이 일본보다 비쌌다.
aT가 고(高) 유통비에 가장 크게 고통받고 있는 음식점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지난해 12월 농수산물사이버거래소내 '외식업체 식재료 전문몰(www.eatmart.co.kr)'을 오픈했다.
최윤혁 aT 외식업체 식재료 전문몰 담당자는 "국내산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온라인 거래 품목을 정했으며 가격절감 효과는 5~15%"라며 "9월 중에 새롭게 손질한 전문몰 사이트를 오픈할 예정이며, 이는 현 유통구조 개선을 위한 선진화 작업의 하나"라고 했다.
나아가 전문가들은 식자재유통을 포함한 국내 유통 구조 전체를 선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산업연구원 연구진은 '유통산업의 구조변화 및 경쟁력 강화방안'(2011)을 통해 국내 유통업의 80%를 차지하는 중소 유통업체들의 경쟁력 약화 등을 유통시장 성장 걸림돌로 분석하고, 중소유통업의 조직화와 협업화 등을 포함한 넓은 의미의 유통 구조 선진화를 제시하기도 했다. 이외 일부 전문가는 식품 안전성, 위생 강화 방안으로 유통구조 개선의 필요성을 논하기도 한다.
하지만 중소유통업체들은 유통업 시스템 개선이 자칫 대기업 중심의 유통 구조를 만들어 중소유통업체가 설 곳 없는 환경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식자재유통을 하는 중소업체들의 생각도 다르지 않다.
예상보다 중소식자재유통업체와 음식점의 입장 차이는 크다. 부산에서는 음식점 관련 단체가 식자재유통 대기업과 연계해 공동구매 사업을 추진 중이지만 이를 드러내거나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다.
유통산업 성장을 위해서는 중소식자재유통업체와 음식점, 양쪽 모두 외면할 수 없다. 이들은 일정 부분 도움을 받아야 자생력을 가질 수 있는 집단이며, 톱니바퀴처럼 단단히 맞물려 돌아가야하는 상대다. 더불어 식자재유통업 선진화, 산업화 역시 변화한 시대의 '요구'로 무작정 미뤄 둘 수 없다.
/박석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