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음악은 본디 성악이 중심이었지요. 그래서 기악이 성악을 앞지른 뒤에도 성악에서 쓰던 이론과 용어를 기악에 그대로 쓰곤 합니다. 화성 이론에서는 소프라노, 알토, 테너, 베이스 이렇게 네 가지 성부(聲部· voice)를 기본으로 합니다. 그리고 이런 4성부 체계가 오케스트라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현악기 가운데 소프라노 역할은 제1 바이올린입니다. 제2 바이올린이 알토, 비올라가 테너, 첼로가 베이스 역할입니다. 더블베이스가 왜 빠졌느냐고요? 더블베이스는 베이스 성부를 '더블링'(doubling)하는 악기입니다. 다시 말해서 베이스 성부를 맡는 첼로보다 한 옥타브 아래에서 첼로와 같은 선율을 연주해요. 첼로와 더블베이스가 다른 선율을 연주할 때도 있다고요? 옛날에는 안 그랬다가 '독립'한 거예요. 더블베이스를 '독립'시킨 작곡가는 베토벤입니다.
목관악기는 플루트, 오보에, 클라리넷, 바순이 각각 소프라노-알토-테너-베이스 성부를 맡습니다. 금관악기는 트럼펫, 호른, 트롬본, 베이스트롬본이 비슷한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꼭 그렇지는 않아요. 악기마다 음색이 다 다르고 음역도 넓어서 역할을 얼마든지 바꿀 수 있거든요. 피콜로, 베이스클라리넷, 콘트라바순 등 특별한 악기가 4성부 가운데 하나를 대신하거나 '더블링'할 수도 있고요.
이렇게 해서 왼쪽부터 소프라노-알토-테너-베이스 순으로 악기가 배치됩니다. 어? 꼭 그렇지는 않다고요? 맞습니다. 여기까지 오면 얘기가 조금 더 복잡해지는데요, 지면이 짧으니 다음 시간에 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