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식자재유통업 전체를 봤을 때 대기업의 시장 잠식을 걱정할 단계는 아닙니다."

양송화(사진) 미식자재유통협회(IFDA)코리아 대표는 국내 식자재유통 대기업의 역량을 '걸음마' 단계로 판단했다.

특히 선진 식자재유통기업과 국내 대기업을 비교했을 때 사업 영역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국내 대기업들은 푸드서비스납품(유통) 뿐 아니라 수입, 도매, 제조, 외식, 급식 등 다양한 사업 영역에서 움직이고 있다. 때문에 집중도를 높이고 성공적인 모델을 완성하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양 대표에 따르면 시스코의 경우 푸드서비스납품 사업에 집중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식자재유통업은 단순한 분야가 아니라 해당 사업 영역에 대한 심도 깊은 분석과 투자, 역량의 집중이 있어야 차별적인 성과와 경쟁력 확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는 "국내 대기업이 식자재유통시장에서 위협적인 존재가 되려면 최소 10~20년이 필요하다. 때문에 그 시간 동안 중소업체와 함께 나아갈 방향과 틀을 만드는 것이 시장 잠식 걱정에 앞서 할 일"이라고 했다.

대기업의 독과점에 이어 우려를 샀던 '담합'에 대해서도 양 대표는 "담합은 이전에도 있었던 잘못으로, 누구든 잘못을 저지르면 안되고 만약 잘못하면 상응하는 벌을 받아야 한다"며 "대기업들은 기본적으로 경쟁 관계이며, 자사 이익 추구가 최우선이기 때문에 정보 공유가 기본이 돼야하는 담합은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했다.

양 대표는 국내 식자재유통업을 두고 대기업과 중소상인간 상생이 이슈가 된 현상에 대해서도 "미국에는 상생 이슈가 없었다. 다만 현재 국내 식자재유통구조를 봤을 때 식품 안전, 세무 개선 등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이를 위해 조직적, 체계적 투자와 노력이 필요하며, 중소업체간 연합 혹은 대기업 투자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국내 식자재유통 관련 기업을 돕고 싶다는 뜻도 내비쳤다.

양 대표는 "국내 식자재유통시장은 매우 매력적인 곳이지만 국내 대기업들의 경우 성장을 최대 목표로 할 뿐 어떻게 커 나가겠다는 명확한 모델이 없다"며 "한국형 성장 모델을 만들기 위해서는 시스코 같은 성공기업의 사례를 심층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IFDA 코리아가 성공 모델을 공유하고 벤치마킹할 기회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다.

/박석진기자

■ IFDA

미국 식품·유통에 관련된 3대 협회 중 하나다. 식자재유통에 관한 컨설팅은 물론 회원사 경영진을 대상으로 콘퍼런스, 강연 등을 진행해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일을 담당한다. 지난 10월 설립된 IFDA 코리아는 IFDA의 첫 번째 해외 지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