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민주당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 밋 롬니 대선후보가 3일(현지시간) 첫 TV토론회에서 격돌했다.
콜로라도주 덴버시 소재 덴버대학교에서 이날 오후 9시(동부시간:한국시간 4일 오전 10시)부터 90분간 진행된 토론회에서 두 후보는 경제, 사회분야 이슈를 놓고 서로 상반된 정책지향을 제시하면서 치열한 공방전을 펼쳤다.
당초 전망은 토론에 능한 오바마 대통령의 우세 쪽이었으나 롬니 후보가 구체적사례를 제시하고 정리된 정책을 내놓는 등 상당히 선전한 것으로 평가됐다.
이날 토론회는 공영방송 PBS의 유명 앵커인 짐 레러가 경제(3개), 헬스케어(1개), 정부의 역할(1개), 통치(1개) 등 6개 세션별로 질문을 제시하고 이에 두 후보가 답변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첫 질문인 '일자리 창출 방안'에 대해 "4년전 대통령에 당선될 당시 미국이 심각한 금융위기 상황에 처해있었다"고 상기시킨 뒤 자신의 임기 동안 민간분야에서 500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자동차산업이 되살아났다며 '미래'를 강조했다.
그는 "중산층에게 최고가 미국 경제에 최고"라며 새로운 '경제 애국주의'를 거론했다. 소규모 사업체를 돕기 위한 세법 변경도 제시했다.
그러면서 교육개혁과 에너지 개발, 세금개혁 등으로 재정적자를 감축하고 투자를 활성화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롬니 후보의 '낙수효과'로는 일자리 창출은 물론 중산층 강화도 어렵다고 공격했다.
이에 대해 롬니 후보는 "어제 덴버에서 유세할 때 아기를 안고 있는 한 여성이 다가와 내 남편이 2년간 4개의 일자리를 전전했다"면서 "진정 우리를 도울 수 있는지 묻더라"고 소개한 뒤 "나는 도울 수 있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이 제시한 경제 5대 정책으로 1천2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공언했다. 구체적으로 원유 추가 시추확대 등 규제완화를 통한 에너지 자립정책으로 4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고, 중소기업 육성과 중국견제, 무역강화 등을 통한일자리 창출로 미국을 다시 일하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롬니 후보는 자신은 낙수효과를 추구하지 않는다고 반박한 뒤 "오바마 대통령은 증세와 규제를 통한 트리클다운(tricle-down:대기업 성장을 촉진해 경기부양을 도모하는 정책) 정부를 선호하는데 이는 미국에 대한 올바른 해법이 아니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에 "롬니 후보는 부유층만을 위한 '톱다운(top-down) 경제'를 지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어떻게 중산층에 피해를 주지 않고 5조달러에 달하는 감세정책을 시행하면서 세수 구멍을 메울 것인지 말해달라"거나 "국방비를 유지하고도 5조달러를 감세한다는 약속을 지킬 수 없는 것은 산수보다 쉽다"는 등 롬니의 '대안부재'를 들춰냈다.
하지만 롬니 후보는 "나는 5조달러의 감세를 주장하지 않았다"고 일축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도입한 저소득층 의료지원 프로그램인 메디케어에 대해 롬니 후보는 "취임 첫날 폐기할 것"이라며 전면개혁과 함께 이 프로그램을 주정부 차원에서 다뤄나가자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롬니의 건보개혁 복안은 현재의 제도를 바우처 프로그램으로 바꾸는 것"이라며 "그렇게 해서는 의료비 상승을 따라가지 못한다"고 비난했다.
연방정부의 역할 항목에서도 두 사람의 의견은 엇갈렸다. 오바마 대통령은 "국민의 안전을 보호하는 것과 함께 그들에게 기회의 사다리를 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롬니 후보는 "국민 생활과 자유를 보장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면서 자유시장과 기업의 자율성 보장 등을 제안했다.
6천만명이 넘는 미국민들이 시청하고 네티즌들이 인터넷을 통해 생중계 장면을 지켜본 이번 토론회는 아직 지지후보를 정하지 못한 부동층이 표심을 가르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롬니 후보가 '역전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지가 관심사다.
토론이 끝난 직후 실시된 CNN방송의 조사결과 롬니 후보가 잘했다는 의견이 67%로 오바마 대통령(27%)을 압도해 눈길을 끌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롬니 후보의 사모펀드 '베인 캐피털' 문제와 이른바 '47% 발언' 등을 거론하지 않았다.
이번 토론을 계기로 향후 롬니 후보가 그동안 근소한 차이로 뒤져 있던 판세를 역전시킬 가능성이 주목된다.
하지만 TV 토론이 유권자들의 표심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일부 전문가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자신의 정책을 충분히 방어하지 못했으며, 롬니도 구체적인 대안 제시를 하지 못했다고 평했다.
오바마 대통령과 롬니 후보는 16일 뉴욕주 호프스트라대학과 22일 플로리다주 린대학에서 두차례 TV 토론을 더 한다.
민주당의 조 바이든 부통령과 공화당 부통령 후보인 폴 라이언 하원의원간 TV토론은 10일 진행된다. /워싱턴=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