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한다./우리의 부력(富力)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强力)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충분하다./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 (후략)- 백범 김구, '나의 소원' 중에서
백범 김구 선생이 소망했던 '높은 문화의 힘'을 지금 여기에서 실현하기 위해, 우리가 함께 생각하고 실천해야 할 것들은 무엇일까? 경인일보는 인천문화재단과 함께 10회에 걸쳐 국내 문화예술계 전문가들과의 심층적인 대담을 통해 '높은 문화의 힘'의 이정표를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하향식 획일적 지원 부작용 많아
다양성·창의성 발전 밑거름 돼야"
"시립미술관 관련 각계 논의 필요
강화고려역사재단 내년 본궤도"
첫 대담에는 이번 기획의 의미가 부여됐다. 대담 대상자는 오랜 기간 화가로 활동한 지역 문화계 원로인 강광 인천문화재단 대표이사이다. 대담은 경인일보 객원논설위원인 김창수 인천발전연구원 연구위원이 맡았다.
가을 햇살이 따스하게 내리쬐던 날에 인천문화재단 대표이사실에서 대담을 가졌다. 강 대표이사와 김 연구위원은 인천과 문화, 대통령 선거 등 세 가지를 화두로 이야기를 나눴다.
김창수 연구위원(이하 김) : 과거 문화는 정치, 경제, 사회 등의 이후 순위에 위치했다. 21세기는 세계 정세 흐름을 봤을 때 문화가 대두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는 우리 문화의 저력을 보여줬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세계를 말춤 속으로 몰아넣었다.
하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우리 문화 정책과 환경은 여전히 만족스럽지 못하다. 몇몇 예술인들에 의해 간간이 보이는 수준이다. 이 같은 이유로 인해 이번 기획도 진행된다. 우선 인천문화재단(이하 재단) 이야기부터 하려 한다. 올해로 재단 출범 8주년이며, 강 대표이사님 취임 2년째이다.
강광 대표이사(이하 강) : 재단은 지역의 문화 지원 기구이다. 관에서 지원·주도했던 것을 민간 차원으로 이양시킨 것이다. 문화적 성과가 몇 년 만에 나타나기 어렵기 때문에 현재 재단의 성과를 들추기는 쉽지 않다. 재단은 시민들 문화 역량을 높이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김 : 재단에 대한 지역 예술계의 기대가 크다.
강 : 재단의 지원은 전문예술인과 시민 영역의 지원으로 나눌 수 있는데, 영역에 따라 지원의 규모가 다르며, 작가의 역량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우리의 지원 기조는 전문 예술인들이 자기의 예술적 역량을 강화시키는 행위나 지역 문화예술에 도움되는 예술 행위 등 뚜렷한 목적성이 있어야 지원을 한다. 지역사회 문화예술에 기여 못하는 소비성 이벤트에 대한 지원은 지양하고 있다.
김 : 최근 문화재단이 지자체마다 설립되면서 지역 문화재단 대표들의 모임도 만들어졌다.
강 : 가칭 '광역시 문화단체 대표자회의' 대표들이 얼마 전 부산에서 모였다. 서로 공감대가 형성됐다. 문화라는 것은 획일화된 것이 아니라 각 지역과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금까지 중앙(국가)에선 획일화된 정책으로 일관했다.
지방에선 잘 맞지 않는 중앙의 정책이 억지로 시행되어야 하는 부분도 있었다. 이런 것들을 효율적으로 만들어가자는 이야기를 나눴다. 지방의 문화 정책을 먼저 만들어서 중앙에 제시하는 순서로 재편된다면 나눠주기·하향식 획일적 지원이 방지될 수 있다.
김 : 정부의 문화 정책과 관련해서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현 정부의 문화정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필요성이 생긴다. 복합 문화창작 공간인 문화창작발전소를 만든다고 했지만, 다양한 지원이 아닌 그 규모만 생각했던 것이 실패의 주 원인이 됐다.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문화권력을 균형화시켜야 한다며 25명의 문화예술기구 대표를 강제로 해임시킨 부분은 여전히 논란거리다.
강 : 현 정권의 문화분야 성과는 문화바우처사업 확대 외에는 찾아보기 힘들다. 현 정권 초기 자만심에서 나온 것인지는 몰라도, 자신들 중심의 문화판을 만들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한·미 FTA 촛불시위 때 참여한 단체에 대한 지원도 없앴다. 유 전 장관 퇴임 후 반성의 분위기도 있었지만 바뀌는 부분은 없었다. 공보다는 과가 많이 떠오른다.
김 : 문화를 이해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지도자가 필요한데, 오히려 정치적 잣대로 문화를 봤다. 예술인들은 근본적으로 반성을 한다. 이상향을 갈구하며 현실을 비판하는데, 그걸 좌파로 규정했다.
강 : 발전적 비평을 이해 못한 부분이 문제였다. 현 정부가 자신들의 판으로 문화계를 재편하면서 문화계 축을 이뤘던 반쪽을 없애버리려 했다.
김 : 인천의 문화 현안에 대해서 들여다보자. 시립미술관 건립 문제는 지역 문화계의 숙원이었다.
강 : 시립미술관 부지 문제로 첫 단추를 못 끼우고 있다. 지금까지 수년을 주기로 계속 나오는 얘기인데, 나오다가 소멸되는 것이 반복되다 보니 시민의 실망감이 크다. 송영길 시장 체제 출범 이후 부지 선정 등 미술관 건립에 대한 이야기가 다시 나왔으나, 경제적 문제가 불거지면서 미술관 건립에 대한 의지를 내세우지 못하고 있다. 재정위기로 인한 문제이기 때문에 이해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재정위기가 극복될 때까지 모든 것을 손 놓고 기다릴 필요는 없다. 현 시점에선 21세기 인천에서 건립되는 시립미술관의 성격과 운영에 대한 논의가 미리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
김 : 그 다음 지역 문화 현안 중 하나가 문화예술전문인력 양성이다. 현재 인천대에서 문화전문 대학원 설립이 추진되고 있다. 문화국가·도시를 위해선 문화적 시민의 양성 또한 필수적이다.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재단 차원의 계획도 세워져야 할 것이다.
강 : 인천시민의 문화역량이 갖춰져야 인천이 1등 도시가 될 수 있다. 인천에서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시민과 더불어 예술행위를 하는 문화예술지도자이다. 때문에 지역 문화예술계가 시민들에게 파고들 수 있는 젊은 예술가들을 양성해야 한다.
인천대 내부에서 논의중인데, 문화대학원을 개설해 시민 대상으로 전문인력을 육성할 계획이다. 이 같은 부분이 갖춰진다면 재단을 비롯해 지역 문화계인사들이 함께 참여해서 문화대학원을 이끌어가야 한다.
김 : 재단에서 추진하고 있는 사업 중 하나로, 강화고려역사문화재단 건립사업도 지역 문화계의 관심거리다.
강 : 강화도에는 고려시대 역사 유적이 많다. 개성 중심의 고려 역사·문화가 강화에서 마무리된다. 앞으로 남북의 고려 관련 학자들이 시작부터 끝까지 함께 발굴하면서 교류할 필요가 있다. 인천과 강화뿐만 아니라 남북 화해와 교류에 있어서도 중요한 과제다. 강화고려역사문화재단은 현재 인큐베이팅 중이며 내년쯤엔 자리를 잡을 것으로 본다.
김 : 앞으로 대선정국이 펼쳐진다. 12월 19일 새 대통령을 뽑게 된다. 5년마다 되풀이되지만,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문화정책이 크게 뒤바뀐다. 인천의 문화계에선 이번 대선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어떤 요구들을 해야 할지 이야기해 달라.
강 : 앞서 이야기에도 나왔지만, 다양한 지역과 문화 주체들에게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토대와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앙정부의 역할이다. 중앙정부가 이끌면서 획일화된 무엇을 만들려는 정책이 아닌 각 지방에서 하려는 기획과 행사에 대한 순수한 지원단체로서의 역할을 해줘야 한다. 이런 것들을 중심으로 요구하면 될 것이다.
김 : 오랜 시간 국가와 지역, 재단 차원에서 문화계의 현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번 대선에서 문화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배려할 줄 아는 문화대통령이 탄생했으면 좋겠다.
정리/김영준기자
# 강광 인천문화재단 대표이사
-1940년 함경남도 북청 출생
-1965년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졸업
-1979년 경희대학교 교육대학원 미술교육과 석사
-1985~2005년 인천대학교 교수 재임 (학장, 부총장, 인천학연구원 원장 역임)
-(전)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회 인천지회장, 인천미술대전 초대작가, 창작미술협회 회장
-(현)우리겨레하나되기인천운동본부 상임대표, 인천대학교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