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계 이황은 퇴계종택에서 청량산까지 거닐며 사색을 즐겼다.낙동강 너머로 청량산이 보인다.

많은 위인을 배출한 안동은 '한국 정신문화의 수도'라고 평가받는다.

안동의 대표적인 문화재는 유교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하회마을과 퇴계 이황의 학문과 덕행을 기리는 도산서원이다.

최근에는 퇴계가 안동에 머물며 공부를 하던 곳과 사색을 하던 길을 복원한 '예던길'이 인기를 끌고 있다.

예던길은 퇴계가 13살 때 학문을 배우기 위해 집에서부터 숙부 이우가 청량산 중턱에 지은 오산당(현 청량정사)까지 50리 낙동강변을 오르내리던 길이다.

예던길은 도산서원을 지나 단천교~농암종택~고산정까지 이어지는 18㎞ 코스와 단천교에서 청량산 전망대를 지나 농암종택까지 3㎞ 코스 등 2가지가 있다.

하지만 이번 여행길에서는 예던길을 살짝 벗어나 도산서원을 거쳐 퇴계종택~이육사문학관까지 이르는 길을 선택했다.

이육사문학관을 여행의 마지막 장소로 선택한 것은 퇴계의 후손인 이육사의 생애를 돌아보기 위해서다.

이황 학문·덕행 기린 도산서원
한적한 시골길 이어져있어 운치
종택~이육사문학관 이르는 길
2~3명 담소 나누며 거닐기 좋아
위인 흔적모은 곳 생애자료 풍부

 
 

# 도산서원과 퇴계종택

도산서원은 조선시대 대표 유학자인 퇴계 이황의 학문과 덕행을 기리기 위해 선조 7년인 서기 1574년에 지어졌다.

그렇다고 도산서원이 퇴계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곳에 지어진 것은 아니다.

도산서원 안에 위치한 도산서당은 퇴계가 낙향후 학문연구와 후진양성을 위해 지은 곳이다. 도산서당은 서원 내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로 퇴계가 직접 설계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도산서원에는 도산서당 외에도 유학생들의 기숙사 역할을 한 농운정사와 부전교당속시설인 하고직사(下庫直舍)도 함께 지어졌다.

도산서원은 퇴계 사후 6년 뒤인 1576년에 완공됐다. 도산서원의 편액은 한석봉이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도산서원에 이르는 길은 한적한 시골길을 통해서 이어져 있다. 도산서원 입구 넓은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매표소를 지나 낙동강을 옆에 끼고 3분여를 걷다 보면 아름드리 나무와 잘 어우러져 있는 도산서원이 나온다.

서원 입구에는 옛 선비들이 학문에 매진하며 이용했던 우물이 나오고 그 곳을 지나면 곧바로 도산서원으로 들어서게 된다. 옛 건물들이 그러하듯 도산서원도 고즈넉한 모습이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여기에다 옛 건물 곁에 자리한 오래된 나무들이 도산서원의 역사를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게 한다.

▲ 도산서원을 들어서면 오래된 건물과 나무들이 잘 어우러진 풍경을 볼 수 있다.

퇴계종택은 도산서원 뒤에 있는 야트막한 산을 넘으면 나온다.

경상북도 기념물 제42호로 지정된 퇴계종택은 1907년 왜병의 방화로 모두 타버렸다. 현재의 종택은 13대손 하정공(霞汀公) 이충호(李忠鎬)가 1926∼1929년에 지은 것이다.

퇴계종택까지 이르는 길은 자연을 벗삼으며 사색을 즐기던 퇴계의 마음을 느낄 수 있는 오붓한 길이다.

# 이육사문학관을 향하는 예던길

퇴계종택을 지나면 곧바로 예던길로 들어서게 된다.

이곳 퇴계종택부터 이육사문학관에 이르는 길은 왕복 2차선 도로 곁을 걸어야 해 항상 지나가는 차를 신경써야 한다.

농암종택 부근의 한적한 오솔길과 같은 코스로 생각하고 찾는다면 실망만 안고 갈 수 있다.

그러나 길이 외진 탓에 차량 이동이 많지 않아 2~3명이 한적한 걷기여행을 한다고 생각하고 걷는다면 이야기를 나누며 다정하게 걷기에는 괜찮다.

길을 걷다 보면 나타나는 옛 누정들과 사당, 2~3채가 모여 있는 시골집의 풍경은 지루함을 달래주기에 충분하다. 또 발의 피로를 풀어 주기 위해 시냇가에 앉아 발을 담가 보는 것도 추천할 수 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거닐다 보면 이육사문학관이 나온다.

우리에게 독립운동가 또는 민족시인으로 알려져 있는 이육사는 퇴계의 14대 손이다.

▲ 이육사 시비와 동상.

이육사문학관에서는 이육사의 생애와 문학세계를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그의 가족사도 알 수 있다.

이육사문학관 뒤편에 자리한 이육사가 어린시절을 보냈던 옛집은 문학관을 찾은 사람이면 한번씩 꼭 들러봐야 할 곳이다.

/김종화기자